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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기사 (2) 서울신문 탐사기획부 ① 찾아가서 설득했다
한예나‧홍자영 기자 | 승인 2019.03.24 23:02
  
한국기자협회의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는 “탐사보도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역작”이라고 했다. 숙명여대 배정근 교수(심사위원장)에게 이메일로 이유를 물었다. “사안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보도의 완결성이 압권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가 2018년 9월에 보도한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은 이달의 기자상, 한국기자상, 관훈언론상, 국제앰네스티언론상을 받았다. 팀을 꾸린지 4개월 만에 나온, 첫 작품이었다.
 
▲탐사기획부의 한국기자상 수상사진 (출처=서울신문)
서울 중구의 한국프레스센터에 있는 서울신문 본사. 3층 편집국의 오른쪽 회의실로 들어갔다. 편집국장이 주재하는 제작회의가 열리는 곳. 기자들은 직접 내린 커피를 건넸다. 낯선 공간이 우리만의 커피숍이 된 듯 했다.
 
탐사기획부는 5명이다. 유영규 부장과 임주형 이성원 신융아 이혜리 기자. 이 중 3명과 인터뷰를 했다. 9년차인 이성원 기자는 경제부 사회부 정치부를, 8년차 신융아 기자는 사회부 경제부 문화부를 거쳤다. 3년차 이혜리 기자가 막내인데 수습기간을 마치고 사회부에서 왔다.
 
어떻게 한 팀이 됐을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탐사보도에 갈증을 느꼈다고 했다. 매일 보도해야 하는 신문의 특성상 더 파보면 뭔가 있을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멈춰야 할 때가 많았다. 탐사기획부는 갈증을 해소할 희망이었다.
 
각자의 역할을 미리 정하지는 않았다. “너는 기획만 해. 너는 취재만 하고, 너는 현장만 나가. 이런 건 없어요. 다 같이 톱니바퀴처럼, 필요할 때 서로 도와줘요.” 일을 하면서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우면서 팀워크를 만들었다.
 
“154명의 살인범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예외 없이 가족을 죽인 패륜 범죄자입니다. 치매에 걸려 자신을 잃어가는 아내, 급성뇌경색에 걸린 남편, 선천성 발달장애를 앓는 자식까지 대상도 이유도 조금씩 다릅니다. 한때는 주변에서 희생적인 부모이거나 효자, 효부로 불린 이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끝모를 간병의 터널 속에서 가족은 무너졌습니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다른 가족 구성원의 삶도 나락으로 끌어내려 졌습니다. 밀려오는 중압감을 견딜 수 없다는 생각에 벼랑 끝에서 끈을 놓아버린 사람들의 이야깁니다. 지금도 묵묵히 고통을 감내하는 대부분의 간병 가족을 우리 사회가 홀로 내버려 두지 말자는 뜻에서 8회에 걸쳐 아픈 기록을 시작하려 합니다.”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 사회가 주목하지 않은 간병살인. 기사는 24편이다. 취재에 3개월이 걸렸다. 
 
탐사기획부는 가해자 및 유족을 만나고, 통계를 만들려고 판결문 수천 건을 읽었다. 그 중 2006년 이후 선고가 나온 간병살인 사건 108건을 추렸다.
 
대법원의 판결문 열람시스템은 법원행정처 도서관의 컴퓨터 4대로만 이용할 수 있다. 예약은 2주 전부터 가능하다. 하지만 변호사 등이 미리 차지하므로 정기예약은 어렵다. 취재팀은 온종일 대기했다. 예약이 갑자기 취소된 컴퓨터를 선착순으로 이용하거나, 예약자가 이용시간(1시간 30분)을 채우지 않고 떠나면 남은 시간을 쓰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해서 30여명의 주소를 한 달 동안 알아냈다. 그리고 전국을 돌아다녀 20여명의 가해자와 유족을 만났다. 하지만 마음을 열기가 어려웠다. 인터뷰를 거절하며 물건을 집어 던지는 일이 허다했다. 그래도 다시 초인종을 눌러서 10여명을 인터뷰했다.
 
취재팀은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데이터가 없었다. 직접 추려낸 판결문 108건에, 중앙심리부검센터 기록과 언론보도 검색을 통해 60건의 간병살인을 추가로 알아냈다.
 
▲ 간병살인 1회 기사 (출처=서울신문)
취재팀은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가해자와 유족을 만났다. 설문조사와 자료분석은 전체가 함께 했다. 기사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논의가 논쟁으로 이어졌다. 특히 묘사의 수위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2015년 4월 15일 새벽 6시쯤, 아내가 일을 나간 것을 확인하고 망치로 아들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회한이 몰아치기 전에 유서를 썼다. 미리 준비한 수면제 수십알을 들이켰다.” (서울신문 2018년 9월 6일 6면)
 
‘장애 아들 돌본 40여년, 살아도 산 게 아니었어’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성원 기자는 가해자인 아버지를 만났다. 분위기, 눈빛, 손짓, 목소리의 떨림을 보고 살인상황을 묘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해자를 직접 만나지 않은 팀원은 다소 과격한 묘사를 납득하지 못했다. 간병살인은 특수한 범죄이므로 범행도구의 의미가 크다는 입장과 범죄를 자세히 설명하면 모방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 대립했다.
 
신융아 기자는 수평적 관계 덕분에 활발한 토론이 가능하다고 했다. “선배들이 잘 들어주니까, 반박도 많이 하고 사소한 태클도 걸 수 있었어요.” 이혜리 기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유영규 부장은 부원을 위해 매일 아침 커피를 내린다.
 
서울신문 박찬구 편집국장의 믿음도 힘이 됐다. 그는 3개월이 넘는 취재기간에 묵묵히 기다렸다. 탐사보도를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월 14일 <스토리오브서울> 취재팀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신문을 포함한 한국언론은 거대담론을 많이 다뤄요. 매일 보도자료가 쏟아지고, 단독도 써야 하고, 하루하루 소멸되는 기사들에 익숙해져 있는 게 사실이니까요. 이런 환경 속에서 나, 내 가족, 그리고 이웃의 일이 될 수 있는 의제를 던졌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상당히 공감하지 않았나 싶어요.”
 
간병은 누구에게나 있는, 누구에게나 생길만한 문제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주제이기도 하다. 그만큼 취재의 어려움이 컸지만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돌파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간담회를 열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KBS1 프로그램 ‘거리의 만찬’에서는 기사에 실리지 않은 내용과 취재과정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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