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탐사기자협회(IRE)는 특정 개인과 집단이 숨기고 싶은 중요한 사건이나 정보를 찾아내는 일이라고 탐사보도를 정의한다. 필수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기자가 스스로 정보를 찾아내야 한다. 둘째, 독자가 알아야 하는 주요한 스토리를 갖춰야 한다. 셋째, 누군가가 사건을 숨기려는 의도를 밝혀내야 한다.

고려대 심재철 교수(미디어학부)는 박종철 고문치사 보도를 전형적인 탐사보도로 본다. ‘국민의제 형성에서 탐사보도의 역할’이라는 논문에서 심 교수는 박종철 보도가 경찰폭력의 단면을 폭로함으로써 국민의 공분을 일으켜 정치변화로 연결됐다고 말한다.

간병살인 기사는 탐사보도에 부합할까. 이메일 인터뷰에서 심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간병살인은 탐사보도보다는 기획취재 보도에 가깝다. 하지만 좋은 보도라고 생각한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원들은 취재과정을 강조했다. “정부가 조사하거나 작성한 자료가 없는 부분을 지적한 것도 의미 있는 탐사보도라고 생각한다.” 이혜리 기자의 말이다. 실제로 탐사기획부는 발로 뛰며 간병살인 당사자를 인터뷰하고 가족 간병인 325명을 설문조사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 왼쪽부터 이성원 이혜리 유영규 신융아 임주형 기자

이들은 탐사보도를 긴 호흡으로 사회의 문제점을 조명하는 기사라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특종이나 비리를 발굴하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점차 방법에 주목했다. 길게 할 수 있는 아이템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예전에는 타사 기자들하고의 단독경쟁에 몰입했었던 것 같다.”(이혜리 기자)

“기사가 사회적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파고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훈련이 된 것 같다.”(이성원 기자)

“기자 생활 6, 7년이 지나니 매너리즘에 빠졌는데 탐사기획부에 와서 다시 배우는 느낌도 나고 좋다.”(신융아 기자)

간병살인 기사를 좀 더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유튜브로 편집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이성원 기자는 “하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지면이나 글 위주로만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튜브 시대에 탐사보도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신융아 기자는 “수백 개의 매체에서 똑같은 기사를 너무 많이 쏟아낸다.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자기만의 콘텐츠를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성원 기자는 언론사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힘이 탐사보도에 있다고 말한다. 너무 쉽게 뉴스가 소비되는 환경에서, 오히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다.

신융아 기자는 언론사에 들어오기 전에 상상했던 기자의 모습에 가까운 게 지금 부서라고 말했다. “한번 파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 때 진짜 파보고. 나올 때까지 한번 접근해보고. 설령 안 나온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한번 들어 가보고. 그런 것들이요.”

작년 10월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68%의 미국인은 소셜미디어로 뉴스를 소비한다. 그러나 이용자의 48%는 소셜미디어 뉴스가 이슈이해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15%는 오히려 혼란스럽게 된다고 했다.

시민이 어떤 뉴스를, 어떻게 볼지 모르는 시대에 탐사보도의 역할은 더 중요해 보인다. 언론사에 기대하는 점도 언론이 기본으로 돌아가야 가능하지 않을까. 간병살인 기사는 이런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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