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랜드 유가족 김순덕 씨는 한국에 왔을 때, 전남 진도의 팽목항을 찾았다. 미수습자 5명의 사진을 봤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재난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분을 만났다고 했다. 한국재난안전기술원(이하 기술원)의 송창영 이사장이었다.

그를 만나러 서울지하철 1호선 신길역 근처의 사무실로 갔다. 2월 25일 오전이었다. 송 이사장은 기자를 만난 뒤에는 작년 12월 백석역의 온수관 파열사고와 관련해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한다고 했다.

김순덕 씨와 만난 계기부터 물었다. 송 이사장은 재난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함께 분노하고 아픔을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김 씨의 언니로부터 한국방문 소식을 듣고 부인과 함께 목포로 갔다. 이사장 부부, 김 씨 부부, 김 씨의 언니가 점심을 함께 했다.

기술원을 설립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분노와 무지의 반복 사회, 재난에 무지한 자는 분노할 자격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재난이 일어나면 원인을 알고 교훈과 학습효과를 통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분노만 하고 정작 재난에 무지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호주, 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열린 재난안전 국제 컨퍼런스에 참여했다. 자료를 공유하고 후진을 양성하려고 법인을 만들기로 했다.

▲ 송창영 이사장이 1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특강하는 모습(출처=한국재난안전기술원 홈페이지)
▲ 송창영 이사장이 1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특강하는 모습(출처=한국재난안전기술원 홈페이지)

설립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승인을 받았지만 적자가 5억 원으로 늘었다. 지원받는 예산이 적어 직원 인건비의 일부를 사비로 메웠다.

“2012년 구미에서 불산 사고가 났어요. 그러면 화학공학 전문인이 불산 얘기 밖에 못하는 거 에요. 실제로는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등 전반적인 시스템을 봐야 되거든요.”

전반적인 시스템은 트라우마 심리치료, 초기대응 시점의 의료, 전문가의 참여를 포괄한다. 한양대 방재안전공학과에서 강의 제안을 받고 융합적 대학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송 이사장은 미국의 비상재난관리자(CEM‧Certified Emergency Manager) 자격증에 K(Korea)를 붙여 민간자격증 KCEM을 만들었다. 일본의 방재사 같은 방재관리사. 비상기획관, 퇴직한 교장과 유치원 교사, 토목이나 건축분야의 교수들이 교육을 받으러 온다.

인터뷰 전에 기자는 통계청의 안전사고 자료를 찾아봤다. 김순덕 씨가 사는 뉴질랜드의 어린이 안전사고 사망률이 한국보다 높았다. 이 점에 대해서 송 이사장에게 물었다.

“우리 사회가 긍정적인 면이 한 가지 있다면 도시에 집중화된 대한민국의 학습효과가 크다는 점이에요. 또 언론에서 자꾸 비춰주는 것이 상당히 고무적인 면이 있어요.”

그러면서 2002년 한일 월드컵처럼 대한민국이 응집력을 가지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보자고 뭉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병아리가 깨어날 때, 안에서도 노력하고 바깥에서도 노력하는 줄탁동시처럼 국가와 국민이 함께 노력해야 안전한 나라가 된다고 했다.

송 이사장은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면서 재난이 생겼을 때 매뉴얼만 강조하는 방향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틀리거나 맞다는 이분법이 아니라 취사선택하고 적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재난에 대한 대한민국의 수준은 ‘시골의 초등학교 2학년 체육시간’에 비유했다. 관심은 분명히 있고, 하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른다는 뜻이다.

그는 시골집에 ‘천우’라는 이름을 붙였다. 천할 천(賤), 어리석을 우(愚). 20년 동안 안전 분야에 종사하며 맞다고 생각했던 이론과 다른 재난이 생길 수 있으므로 겸손해야 한다는 의미.

“영국에서는 부끄럽고 아프고 감추고 싶은 재난에서 교훈을 찾아 안전한 미래를 도모하려고 방재학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고 비아냥거려 버려요. 재난이 생기면 외양간을 확실히 고치는 일이 중요한데….”

그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재난을 선제적인 복지, 선제적인 행정이라고 한다. 국가가 하는 일에 교육, 인권, 일자리, 노동, 복지가 있지만 생명만큼 소중한 분야는 없다고 판단해서다. 그는 행정안전부 서기관의 말을 떠올렸다.

“교수님 왜 그러세요? 예전엔 핏대 세우며 장차관 앞에서 안전상황에 대해 비판하고 발언기회를 더 달라고 하시더니. 지금은 자문회의 가면 한 쪽에 웅크리고 앉아 원론적인 얘기만 하고 발언도 안하시고 왜 이러세요.”

포기하지 말라는 서기관의 말이 가슴 속 깊이 남았다면서 송 이사장은 눈물을 훔쳤다. 안전 분야 노력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지만 강의 참석자가 많이 깨닫는 분위기가 느껴진다면서 다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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