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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근의 교학상장(敎學相長) (5) 경험(經驗)
송상근 스토리오브서울 편집장·성균관대 초빙교수 | 승인 2019.03.17 20:00
 
좋은 질문은 좋은 답변으로, 좋은 답변은 좋은 경험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여기서 다시 질문한다. 좋은 경험은 무엇인가.
 
나는 학생의 세계를 넓히는 활동이라고 하고 싶다. 언론인 지망생에게는 입사시험을 넘어서 언론계 근무에 도움이 되는 정도를 가리킨다.
 
동아일보에 주성하 기자가 있다. 그가 2004년 7월 30일 A26면에 칼럼을 썼다. 이렇게 시작한다.
 
“누구는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낯선 풍경에 시선을 빼앗겼을 것이고, 누구는 무더운 동남아의 안가에서 수백 번은 그려 보았을 남한 생활을 되새기며 각오를 다졌으리라. 27, 28일 이틀에 걸쳐 입국한 468명의 탈북자들이 버스에 올라 임시 수용시설로 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기자의 마음은 누구보다 착잡했다.”
 
기자는 착잡하다고 했다. 탈북자들이 버스에 오르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걱정하는 마음이 이어진다.
 
“지금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앞날에 대한 희망이 차례차례 무너져 곧 아픔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 그런 아픔을 수없이 넘어야 한다는 사실을 저들은 아는지…. 가방 2개를 달랑 들고 먼지가 뽀얀 11평 임대주택에 첫 짐을 푼 그 밤, 고향이 그리워 눈물로 베개를 적시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저들은 아는지….”
 
희망이 무너져 아픔이 되고, 고향이 그리워 눈물로 베개를 적신다고 했다. 탈북자가 처할만한 상황을 가정한 내용이 아니다.
 
주성하 기자는 김일성종합대를 졸업하고 2000년 탈북해서 2002년 한국에 왔다. 동아일보에는 2003년부터 근무한다. ‘탈북동포에 띄우는 탈북기자의 기원’은 다음과 같이 끝난다.
 
“꿈 없이 온 사람은 없다. 이제 시작은 같다. 쓰라린 아픔을 안고 사선(死線)을 넘어온 탈북 형제들이 이땅에서 성실한 노력의 땀방울로 무사히 정착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구성과 표현의 완결성이 높아서 언론인 지망생에게 읽어보라고 자주 권유한다. 글의 수준과 진정성은 경험이 좌우한다면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경험의 중요성은 저널리즘 교육에서 항상 강조한다.
 
기획기사를 쓰라고 하면 대부분은 좁은 범위에서 주제를 고른다. 20대, 대학생, 취업, 시험, 비혼, 채식주의. 취재원은 가까운 곳에서 찾는다. 자기 학교의 교수나 친구나 친척. 저널리즘과 취재보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마이클 셧츤(Michael Schudson) 교수는 ‘뉴스의 사회학(The Sociology of News)’이라는 책에서 “공적관심을 끌거나 중요한 현재의 일에 대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만들거나 제공하는 사업 또는 행위”라고 저널리즘을 정의한다.
 
공적관심, 중요한 현재의 일, 정기성이 핵심이다. 개인의 취미와 호기심은 뉴스가치가 거의 없다. 옛날에 벌어진 일을 다시 나열하면 뉴스로 보기 힘들다. 사회문제를 어쩌다 한번 다뤘다고 취재보도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프런티어저널리즘스쿨과 대학에서 나는 기획기사 주제를 넓은 범위에서 찾고, 취재원을 먼 곳에서 고르라고 한다. 학생이 폭넓은 경험을 해야 수업과 입사, 더 나아가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다.
 
기계공학과 학생이 경제이슈에, 피아노과 출신이 국제정세에, 체육선수가 복지문제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전문가를 만나서 기사를 쓰면 어떨까. 원 전공의 차별성에 인문사회계 학생수준의 지식을 갖추면 전형과정에서 돋보이지 않을까.
 
기자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만 취재하는 직업이 아니다. 학력, 경력, 연령, 성향, 취미에 공통점이 적은 취재원을 만날 가능성이 더 높다.
 
지망생 시절부터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인물과 대화하기를 권한다. 강연참석과 현장방문 같은 직접경험, 독서와 검색 같은 간접경험을 쌓을수록 시험에 합격할 가능성이 높다. 기자생활을 잘하는 노하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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