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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과 인간 (5) 추모의 빛과 그늘 ③ 성수대교
김채빈‧한예나 기자 | 승인 2019.03.03 20:03
 
위령(慰靈)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는 의식이다. 성수대교는 1994년 10월 21일 붕괴했다. 해마다 이 날이면 유가족은 피해자의 넋을 기린다. 성수대교 북단의 위령비에 모여서.
 
위령제는 어떻게 진행할까. 유가족회 김학윤 대표는 하루 전, 다른 유족과 함께 꽃시장에 들른다. 음식을 직접 준비한다. 20년 넘게 했던 일이다. 추도사도 김 대표가 낭독한다.
 
“처음에는 많이 바꿔가면서 썼어요. 그런데 어느 정도 지나니까 크게 바꿀 내용이 없더라고요. 매년 날짜나 주기 정도를 바꾸죠.” 한 시간 가량 위령제를 지내면 또 그렇게 1년이 지나간다.
 
유가족은 2015년부터 성동구와 합동위령제를 지낸다. 성동구가 유가족에게 먼저 제안했다. 김 대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고 나서부터 많이 바뀌었다. 표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움직여주시니 감사하다”고 말했다.
 
▲성수대교 위령비의 모습
성동구의 임용택 주무관(총무과)은 “유족 분이 준비하는 것 외에는 구청에서 행사준비를 해드린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테이블과 의자준비나 청소. 당일에는 간부나 직원이 많이 참여하도록 권유한다.
 
“작년에는 일요일이었는데, 공무원이 많이 와주셨어요. 일요일은 쉬는 날인데 우리가 오히려 미안했죠.” 김 대표는 작년 10월 21일에 성동구청 직원의 숫자가 유가족보다 3배 이상 많았다고 했다.
 
성동구는 사고일 전후로 추모기간을 정한다. 구청 홈페이지에는 온라인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배너를 띄운다. 2015년에는 추모객의 안전을 위해 위령비와 주차장을 잇는 횡단보도와 과속방지턱을 설치했다.
 
김 대표는 횡단보도 하나를 설치하는 데 5년 이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우리는 무단횡단을 하면서 위령비를 가야 하는 거예요.” 사람 하나 죽어야 그때 움직이느냐고 말해도 해결되지 않다가 정원오 구청장이 오고 나서 생겼다.
 
 ▲ 위령비로 가는 횡단보도는 2015년에 생겼다.
위령제 당일에는 해병대 전우회가 교통을 통제한다. 해병대 전우회 성동지회의 이소웅 선임부회장에게 전화했더니 해마다 5~10명이 행사 1, 2시간 전에 도착해서 준비한다고 했다.
 
그는 성동구에서 80년 이상 살았다. 사고 당일, TV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현장에 직접 갔다.  추모를 통해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들이 쌩쌩 다니고 그러니까 혼들이 잠도 못 잔다.” 이소웅 선임부회장은 성수대교 위령비를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로 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위령비 위치문제는 과거부터 제기됐다.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시민 8명은 위령비가 어디에 있는지를 몰랐다. 위령비가 뭐냐, 2년 넘게 이곳을 산책했는데 그런 건 본 적 없다, 글쎄요…. 500m 떨어진 수도박물관의 직원도 몰랐다.
 
서울시 김윤희 주무관(교량안전과)은 사고현장이 보이는 곳을 원하는 유가족의 뜻을 존중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아주 오래 전에, 무학여고에서 선생님들 네 분이 건의해서 한 번 바꾸려고 생각했는데 유가족이 반대했다.”
 
▲ 위령비와 주차장은 도로로 둘러싸였다.
서울시는 추모행사를 따로 열지 않지만 성수대교와 위령비를 포함한 시설물 진단 및 유지관리를 담당한다. 시설물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4년에 한번 정기안전진단, 2년에 한번 정기점검을 한다. 특별법은 성수대교 사고 이후에 제정됐다. 이와 별도로 서울시는 1년에 2회, 전문가들과 함께 주요 시설물을 점검한다.
 
위령비는 2017년부터 서울시가 관리하기로 성동구와 합의했다. 성수대교를 점검할 때 시가 위령비를 함께 살핀다. 대신에 성동구는 주변 녹지를 맡는다.
 
무학여고도 사고일 며칠 전에 추모제를 연다. 당시 숨진 32명 중에서 8명이 무학여고, 1명이 무학여중 학생이었다. 이대영 무학여고 교장은 “어른 위주의 추모제가 아니라, 무학여고 선배의 넋을 기리며 학생이 위주가 되도록 진행한다”고 밝혔다.
 
성수대교가 붕괴한지 올해로 25년이다. 유가족, 구청, 무학여고만이 아니라 더 많은 시민이 10월에 모여서 피해자와 유가족을 위로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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