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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과 인간 <3> 추모의 빛과 그늘 ① 세월호
강재구·박진희 기자 | 승인 2019.03.03 20:01
 
팽목항 기억 공간
 
광주광역시 종합버스터미널에서 전남 진도군 공용터미널로 가는 첫 차가 출발했다. 2월 20일 오전 5시 50분. 버스는 두 시간 정도 지나서 도착했다. 여기서 팽목항에 가려고 한 시간에 한 번 꼴인 농어촌버스를 탔다.
 
팽목·서망행 농어촌버스가 달리는 동안에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세월호 기억의 숲’이 보였다. 안내방송이 없지만 빨간색 등대가 보이기 시작하면 도착지가 가까움을 알 수 있다. 출발 40분 정도가 지나 버스에서 내렸다. 오전 8시 50분.
 
정류장에서 오른쪽으로 ‘기다림의 등대’가 보였다. 가는 길에는 시민들이 매달아 놓은 노란 리본이 바람에 나부꼈다.
 
▲ 기다림의 등대
등대에서 5분을 걸으면 세월호 가족식당, 팽목 기억관(옛 분향소), 임시 성당으로 쓰이는 추모 컨테이너가 있다.
 
평일인데 기억관을 찾는 발길이 있었다. 광주시민 김일수 씨(55)는 “올해는 팽목항에 처음 왔다. 찾아오는 사람이 예전보다 많이 줄긴 줄었다”고 말했다. 방명록을 보니 17일에는 9명, 18일에는 1명, 20일에는 7명이 다녀갔다.
 
가족식당 뒤에서는 새 여객터미널 공사가 한창이었다. 컨테이너 부지가 터미널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전남도와 진도군은 세월호 사고 전인 2013년, 팽목항의 이름을 진도항으로 바꾸고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세월호 사고로 중단됐던 사업이 재개되면서 컨테이너 부지에 여객터미널이 들어서게 됐다.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팽목기억공간조성을위한국민비상대책위원회(이하 국민대책위)와 팽목항에 남은 유가족 1명은 컨테이너를 철수하는 대신 새 여객터미널에 팽목4·16공원, 기림비, 표지석, 그리고 팽목4·16기록관을 조성하라고 요구했다.
 
전남도와 진도군은 대부분 받아들였지만 기록관은 어렵다고 했다. 전남도의 이은희 주무관(해운항만과)은 “항만기본계획이 확정된 상태에서 기록관이라는 영구 시설물을 새로 세울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팽목항 인근의 국민해양안전관에 세월호 추모공간이 조성되므로 시설이 중복되는 문제도 있다고 했다.
 
▲ 세월호 가족식당 컨테이너 옆에서 여객터미널 공사가 계속되는 중이다.
▲ 기억관으로 바뀐 분향소
국민대책위와 유가족 1명은 기록관과 추모공간이 다른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팽목항에서 지내는 고영환 씨는 아이들이 바다에서 처음 뭍으로 올라온 선착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단원고 2학년 8반이던 우재 군의 아버지다. 사고와 밀접한 장소에 기록관을 지어야 세월호를 계속 기억하고, 제대로 된 안전교육이 가능하다면서 지자체가 추모공간 조성계획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는 추모공간 조성계획안을 요청했지만 국민대책위가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민대책위의 계획안을 토대로 조성하겠다는 뜻이다. 고 씨는 추모공간이 들어설 때까지 팽목항을 지키기로 했다.
 
국민해양안전관은 2015년부터 국무조정실이 주도하는 세월호 추모사업 중 하나다. 팽목항에서 걸어서 10분인 서망해변 근처에 건립할 예정. 부지와 설계가 확정돼 건설사를 곧 선정한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해양안전체험시설, 유스호스텔이 함께 들어선다.
 
▲ 국민해양안전관 건립부지
 
안산시 화랑유원지
 
경기 안산시의 화랑유원지 제 2주차장을 2월 18일 오전에 찾았다. 인적이 드물고 한적했다. 2014년 4월 29일부터 작년 4월 16일까지 정부 합동분향소가 있던 곳. 철거 전까지 73만 명(안산시 추산)의 조문객이 다녀갔다.
 
주차장은 이전 모습으로 돌아왔다. 세월호를 기억하고 아픔을 위로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안산시는 4주기 추모행사 이후 합동분향소를 철거하고 화랑유원지에 추모공원을 조성하겠다고 작년 2월 밝혔다.
 
이에 앞서 국무조정실은 추모공원 부지선정을 위해 실시한 연구용역 결과를 2017년 9월 발표했다. 최적 후보지로 화랑유원지가 선정되자 안산시가 추모공원 설립계획을 밝혔지만 지역주민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해결방안을 찾으려고 안산시는 작년 11월 4.16생명안전공원 추진위원회를 조직했다. 유가족 단체, 화랑유원지 내 공원설립 찬반단체, 시의원, 건축 전문가 등 25명이 참여했다. 5차례 논의 끝에 위원회는 화랑유원지 내 추모공원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지난 1월에 냈다. 
 
갈등은 봉합됐을까. 주차장을 나와 5분 정도 걸어서 인근 아파트 단지로 갔다. ‘화랑유원지 내 납골당유치 결사반대’라는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사진 5> ▲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추모공원에 반대하는 플래카드
주민에게 반대이유를 물었다. 신 모 씨(68)는 합동분향소가 집에서 다 보였는데 추모공원이 들어서면 무섭다고 했다. “참사 이후 노란 리본을 (실로) 떠서 두려고 했지만 상여 지나가는 걸 본 이후로 몸이 아팠다. 시민 모두가 사용하는 공원이 아니라 시 외곽에 지으면 좋겠다.”
 
다른 주민 이 모 씨(70)도 운동을 하러 1주일에 네댓 번 화랑유원지로 나오지만 분향소 근처로 가면 마음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는 “화랑유원지는 유치원생과 학생들이 소풍 오는 곳인데 (추모공원이 들어오면) 좀 꺼려진다”고 했다.
 
안산시는 화랑유원지 내 추모공원 설립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해양수산부에 냈지만 부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의 피해자 지원 및 희생자 지원추모위원회(이하 지원추모위원회)가 결정한다.
 
안산시는 2022년까지 세월호 추모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안산시의 김진만 팀장(세월호 참사 수습지원단)은 “추모공원을 획기적으로 계획해 시민이 즐기는 공원이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추모하는 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광장 기억공간
 
세월호 추모부스는 2014년 7월부터 지금까지 서울의 광화문광장에 자리 잡았다. 유가족이 단식농성을 하면서였다.
 
부스는 모두 14개다. 희생자 분향소, 추모전시 공간, 세월호 특별조사위 진상규명 요구 서명을 받는 장소로 사용됐는데 곧 없어질  예정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설 합동차례에서 3월 중으로 세월호 천막을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5주기 전까지는 새로운 추모공간을 조성하겠다고 언급했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구체적인 장소와 구성, 운영계획을 유가족과 협의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광화문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선광일 씨(49)는 “세월호를 상징으로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도록 추모관과 체험관이 들어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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