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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근의 교학상장(敎學相長) (4) 질문(質問)
송상근 스토리오브서울 편집장·성균관대 초빙교수 | 승인 2019.03.03 2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정상회담이 끝났다. 김 위원장이 외신기자 질문에 처음으로 대답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워싱턴포스트(WP)의 데이비드 나카무라 기자가 당사자였다. 그는 WP 홈페이지에 이런 기사를 썼다.
 
“기자로서 질문을 제대로 했는지는 답변이 얼마나 (새로운 사실을) 드러내는지에 의해 판가름이 난다. 그러나 답변 행위 자체가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면 어떨까. 나와 동료들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메트로폴 호텔에 도착하면서 했던 질문이었다.”
 
(For a journalist, the success of a well-framed question is typically defined by how revelatory the answer. But what about when the very act of answering is what matters most? That was the question my colleagues and I asked ourselves as we arrived at the Metropole ahead of the summit.)
 
기자 지망생으로서 질문을 제대로 했는지는 무엇이 판가름할까. 바꿔서 묻는다. 무엇을, 어떻게 물어야 좋은 질문일까.
 
내게는 학생을 보는 여러 기준이 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이 질문의 수준이다. 나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느냐가 아니라, 나의 대답을 위해 어떻게 질문하느냐를 눈여겨본다. 기자 지망생을 15년째 만나면서 인상 깊었던 사례를 소개한다.
 
남학생이 있었다. 기자가 되려고 프런티어저널리즘스쿨(FJS)에 지원했는데 대학에서 언론수업을 듣지 않았고, 언론사 인턴경험 역시 없었다. 스트레이트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할 정도였다.
 
당시 기초과정은 분반수업이었다. 남학생은 다른 반을 들었다. 그런데 공통수업 후의 뒤풀이에서 물었다. 커리큘럼을 비교했다, 자기반에서 외신기사를 안 배웠다, 어떻게 쓰면 되냐고.
 
대학수업이나 특강에서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같은 시기의 분반을 비교하며 자기반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을 물어본 학생이 전혀 없다.
 
외국언론의 기사원문과 국내언론의 외신기사 20여 건을 보내며 읽으라고 했다. 다음에 만나서 외신기사 작성법을 설명했다. 남학생은 그 해, 유력 신문에 합격했다.
 
여학생이 있었다. FJS 수업에서 미국기사를 읽고 토론하는데 궁금하다고 했다. 불법 이민자를 보호하려고 풀 네임을 쓰지 않았지만 가족사진이 나오니 효과가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었다.
 
기사는 미국으로 떠난 엄마를 찾아 온두라스의 17세 소년이 지나간 3000마일을 재구성했다. 제목은 ‘엔리케의 여정(Enrique’s Journey). 퓰리처상의 2003년 피처부문 수상작이다.
 
내 권유로 여학생이 메일을 썼다. 기자는 자신들도 고민했던 부분이다, 풀 네임은 추적되지만 사진만으로는 곤란하다, 이런 점을 말하고 가족동의를 거쳐 사진을 게재했다고 설명했다.
 
질문과 답변을 여학생은 자기소개서에 넣었다. 기자 지망생 중에서 미국기자와, 퓰리처상 수상자와 이런 대화를 나눈 사례가 있을까. 여학생은 그 해, 지상파 방송에 합격했다.
 
두 학생의 질문은 노력과 집중력의 결과다.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려는 노력, 수업자료를 꼼꼼하게 읽는 집중력. 이런 질문이 자신을 발전시키고, 다른 지원자와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경험을 만들었다.
 
게으르면 좋은 질문을 하지 못한다. 자기는 노력하지 않고, 수업에 수동적이면 학습능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집중하지 않으면 좋은 질문을 하지 못한다. 설명을 대충 듣고, 자료를 건성으로 읽으면 궁금증이 생기지 않는다.
 
나카무라 기자의 말을 조금 바꾸면 기자 지망생에게 친절한 조언이 된다. 학생으로서 질문을 제대로 했는지는 교수에게서 어떤 답변을 이끌어내는지에 의해 판가름이 난다.
 
좋은 질문은 좋은 답변으로, 좋은 답변은 좋은 경험으로 이어진다. 질문하기 위해 노력하고, 질문하기 위해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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