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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의 언론의 길 <8> 워싱턴포스트 저널리즘을 빛내는 지도자의 철학
이재경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 승인 2019.02.10 19:28

“We are not at war, we are at work.”

▲워싱턴포스트 최고 편집책임자 마틴 배런.

마틴 배런 (Martin Baron)의 말이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의 최고 편집책임자다. 그는 공식행사에 나서면 이 말을 자주 한다.

트럼프 시대, 대통령은 언론을 ‘시민의 적(the enemy of the people)’이라고 외치며 전쟁을 주도한다. 트럼프는 미국 대표 언론사들을 거의 매일 가짜뉴스 생산자로 몰아간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배런 편집인은 워싱턴포스트가 대통령과 전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담담히 기자의 일을 할뿐이라고 얘기한다. 그렇게 정치인과 기자가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우리는 대통령과 전쟁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을 한다.” 배런 편집인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언론의 보도를 제약하려 하더라도, 기자는 최대한 겸허한 자세로 진실을 전하려 애써야 한다고 말한다.

기자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공정하게 사안을 다뤄야한다. 그리고 진실을 확인하게 되면, 그때는 두려움 없이 취재한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배런 편집인은 헌법이 언론의 자유를 보호해주는 대가로 기자는 사회에 용기를 빚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사주인 제프 베조스와 그의 회사인 아마존에 다양한 압력을 가해도 포스트가 흔들리지 않고 백악관 관련 특종을 이어가는 바탕에 이러한 철학이 자리한다. 배런 편집인이 공공장소에서 이러한 생각을 계속 얘기하는 이유는 시민의 이해와 지지를 얻기 위해서다. 또 한편으로는 시민들에게 언론의 가치를 인식시키기 위해서다.

트럼프 같은 정치인은 정파적 인식이 상식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기자는 객관적 진실의 수호자여야 한다는 게 배런 편집인의 주장이다. 기자는 나라의 주인인 시민이 건강한 판단에 도달할 수 있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려 최선을 다해야 한다.

“Democracy dies in darkness.”

▲워싱턴포스트의 새로운 표어.

2017년 2월 워싱턴포스트가 새로 채택한 회사 공식표어다. 베조스가 회사를 인수하고 무언가 주목받을 표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편집국 지도층에서 500여 대안 가운데 선택했다.

2017년 2월 24일 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이 말은 베조스가 과거 밥 우드워드 기자의 강연에서 들은 뒤, 회사를 인수할 무렵, 배런 편집인과 인터뷰하며 사용한 표현이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포스트가 선택한 이 슬로건은 언론이 침묵하면 세상은 어둠에 덮이고 민주주의가 죽게 된다는 생각을 사주도 공유하고 있고, 그러한 의지가 바탕이 돼서 신문을 인수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공교롭게도 그 무렵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고, 과거 닉슨 대통령 시절의 적대적 언론정책을 되풀이하는 상황과 시기가 겹쳤다.

배런 편집인은 2018년 11월 내셔널프레스클럽이 주는 제 4부 언론상을 받는 인사말에서 “미국 민주주의는 워싱턴포스트가 있는 한 죽지 않는다(Democracy will not die, with the Washington Post around)”고 선언하기도 했다.

“Never. Don’t Tell Me Never.”

펜타곤 페이퍼와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를 내던 시기에 워싱턴포스트를 지휘했던 사주 캐서린 그레이엄(Catharine Graham) 여사가 밥 우드워드 기자에게 한 말이다. 1970년  닉슨 대통령이 압도적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닉슨 2기 정부가 강력하게 출범하며, 워터게이트 취재는 장벽에 부딪혔다.

▲캐서린 그레이엄의 모습.

1971년 1월 그레이엄 여사가 당시 29세였던 우드워드 기자에게 점심을 함께 하자고 연락했다. “Never. Don’t Tell Me Never”는 그 때 나온 말이다. 그레이엄 여사가 언제쯤 사건의 모든 진실이 밝혀질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대한 우드워드 기자의 답이 ‘Never’였다. 상황이 어려워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그러자 사주인 그레이엄 여사가 화를 내며, 자신에게 진실을 밝힐 수 없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우드워드 기자가 전했다.

당시 닉슨 행정부는 정보만 통제하는 게 아니라, 포스트 계열 방송사들의 재허가 문제를 압박하고 기업들의 광고도 차단하려 각종 수단을 동원하고 있었다. 그렇게 회사의 명운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우드워드 기자에 따르면 그 상황에서 그레이엄 여사는 놀라운 강단을 보여줬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는 워터게이트 사건의 모든 진실을 파헤쳐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것이 우리가 하는  사업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그레이엄 여사의 말이다.

우드워드 기자는 2018년 1월 11일, 배런 편집인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일화를 전하며, 포스트는 그레이엄 여사의 이 말을 회사 입구에 새겨두고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드워드 기자는 그레이엄 여사의 말을 듣고, 엄청난 용기를 다시 얻게 됐다고 얘기한다. 사주의 저널리즘 철학이 절망에 빠졌던 현장기자를 일으켜 세워 세계적 특종을 이어가게 한 사례였다.

“The first mission of a newspaper is to tell the truth as nearly as the truth may be ascertained.”

1933년, 그레이엄 여사의 아버지인 유진 마이어(Eugene Meyer) 씨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해 운영을 시작하며 처음으로 회사의 원칙으로 공표한 말이다. 이 말은 지금도 포스트 편집국에 걸려, 이 신문의 보도를 이끌어가는 첫 번째 원칙으로 존중받는다.

▲유진 마이어의 모습.

워터게이트 사건을 우드워드 기자와 함께 취재한 칼 번스타인 기자가 기사를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진실(the best obtainable version of truth)’이라고 표현한 내용도 마이어 사주의 원칙을 간결하게 바꾼 것으로 보인다.

신문의 사명은 최선을 다해 진실을 찾아 전하는 것이라는 원칙은 요즘처럼 확인되지 않은 각종 정보가 인터넷과 SNS를 뒤덮고 있는 세태에 더 울림이 강하게 다가온다.

안타깝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들리지 않은 지 너무 오래됐다. 정치가 지나치게 언론을 억압해서인가? 아니면 제대로 철학을 갖춘 사주, 편집책임자가 아직 없어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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