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의 차분함과 프로다움을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저자인 톰 로젠스틸(Tom Rosenstiel)이 작년 10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컨퍼런스에서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차분함과 프로다움은 냉철한 자세에서 나온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언론인 지망생이라고 다르지 않다. 감정에 흔들리고 사안을 대충 보면 곤란하다.

<언론인을 꿈꾸는 카페-아랑>의 글 하나를 보자. 2016년 11월 1일 올라왔다. 조회가 1만 8000건, 댓글이 50개를 넘는다. 두 가지에 놀랐다. 하나는 원문의 허술함에, 하나는 댓글의 분위기에.

제목은 이렇다. SBS 기자 최종 후기 [베일의 장막으로 희망고문하는 SBS의 위선]. 철의 장막, 죽의 장막이라는 표현이 있다. 소련과 중국이 각각 철과 죽으로 장막을 쳤다는 비유다. 베일로 장막을 친다? 슬픔의 비애, 기쁨의 환희 같은 표현이 아닌가. 다음은 본문이다.

SBS는 서연고서성 이하는 뽑지 않는다는 진실을 가렸기 때문이다=서연고서성 이하는 뽑지 않는다? ‘이하’는 앞에 나온 단어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서연고서성 이하는 뽑지 않으면 서연고서성까지 뽑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면 어느 대학출신을 뽑는가.

그래서 그 이하의 대학교의 최종 진출자들은 불합격하고도 말하지 못했다=당시 전형에서 9명이 합숙평가와 최종면접에 올라갔다. 다른 탈락자 5명이 자신과 같은 생각이라고 단정하는 근거는 글에 나오지 않는다.

나는 면접관 한 사람에게 2박 3일 면접날 밤에 "기대가 크다, 너가 뽑힐 거 같다"는 등의 직접적인 말을 받았다=합숙평가에서의 말이 최종합격을 보장하는가. 그러면 언론사 임원은 합숙평가 결과를 최종면접에서 추인하는데 그치는가. 말을 받았다? 자연스러운 표현인가.

임원진의 학벌 서연고서성 이하가 없다=SBS의 2012년 수습기자 합격자에는 경희대와 성공회대 출신이 포함됐다. 2013년에는 경북대 출신이 들어갔다. 2017년 합격자(4명)는 경희대 1명, 중앙대 2명에 성균관대 1명이다. 2018년 합격자(6명)는 고려대 명지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이화여대에서 1명씩이다. 내가 2004년 이후를 분석했더니 SBS 합격자 분포에 일정한 패턴이 보이지 않았다. 스카이 또는 서연고서성이 다수인 경우도, 소수인 경우도 있다. 글쓴이가 언급한 2016년에 서울대 1명, 연세대 2명이 합격했다고 서연고서성 이하(!)가 없다고 단정하는가.

작년 필기 2등을 한 같은 학교 선배는 열정이 부족했다고 떨어졌다. 뽑힌 합격자의 학벌은 서울대, 고대였다=필기에서 2등을 했다? 지원자가 어떻게 알 수 있는지 궁금하다. 참, 필기 2등이면 꼭 최종합격하는가. 그러면 합숙평가와 최종면접은 왜 하는가. 뽑힌 합격자? 동어반복이다.

글쓴이가 합숙평가의 면접관에게 탈락이유를 물었다고 한다. 현직 기자인 면접관이 다음과 같이 답장을 보냈다.

“아주 핸썸한 외모를 지녔음에도 강한 사투리 억양을 갖고 있고, 의도치 않게 상당히 투박하거나 무뚝뚝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면접이라는게 대면했을 때 첫 이미지가 중요한 거니까 그런 부분 참고했으면 좋겠어요. 이미지 메이킹!…이미 실력은 갖췄으니 이미지 메이킹만 조금 하면 곧 좋을 결과가 있을거 같아요.. 힘내요~!! ^^”

그러니까 떨어진 이유가 사투리와 인상이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사투리와 인상이 방송기자 면접에서 중요하다는 지적이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이유가 궁금하다.

실제로 내가 인상도 별로고 열정도 부족했는지 2박 3일의 후기를 들려주겠습니다=면접관의 메일에는 열정을 언급한 부분이 없다. 상대방이 하지 않은 표현을 왜 넣는가. 들려주겠습니다? 여기서는 왜 존댓말을 사용하는지.

둘째날 현장취재가 핵심이다. 여기서 결과의 당락이 결정난다=평가기간 사흘 동안에 둘째 날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다른 날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은가. 결과의 당락이 결정난다? 동어반복의 연속이다.

나는 사람에 대한 사각지대를 다뤘고, 발상이 괜찮다. 아이디어가 좋았다는 칭찬을 받았다=방송기사 작성이 과제였다. 발상과 아이디어만으로 평가할까. 기사의 구성과 표현은 검토하지 않을까. 글쓴이는 자기에게 유리한 부분만 드러낸다.

한 기자가 화장실을 가고 내가 돌아오는 중에 불렀다. "야 A기자와 내가 너에 대한 기대가 크다. 너가 될 거 같다"라고 귓속말을 해줬다. 나의 입장에서도 현장취재에서 차별화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A기자는 불합격 이유를 쓴 메일 답장을 준 사람이다. 기대가 큰다고 한 사람이 사투리와 인상이 좋지 않다고 테세 전환을 한 것이다=기자의 격려를 사전 합격통보로 생각한 모양이다. 참, 테세인가, 태세인가.

판도라의 상자를 3개월 간 드려다 봤다=무엇을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하는지 모르겠다. 여기도 오타가 나온다. 드려다 봤다?

서연고서성이지만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나머지 대학 학생들을 최종에 올리다는 것=언론사의 임원과 기자는 아주 바쁘다. 구색을 맞추기 위한 합숙평가와 최종면접에 참여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올리다는? 올린다는? 어느 쪽이 맞는가.

블라인드 면접이라 학벌이 결과 당락에 좌우하지 않다고 이야기 계속하지만, 인사담당자는 결과 발표전 학벌이 결과에 당락되냐는 문자에 답장이 없었다=학벌이 결과 당락에 좌우하지 않는다? 학벌이 결과에 당락되냐는? 전형적인 비문과 동어반복이다.

부디 내년 지원자들 중 학벌이 낮은 분들은 블라인드 면접으로 진행한다는 SBS의 위선에 피해자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진심으로. 올라가시더라도 지나친 기대는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글쓴이의 말대로라면 학벌이 낮아서 SBS에 합격하지 못한다. 지나친 기대를 하지 말라고 조언하기 보다는 아예 응시하지 말라고 당부해야 맞지 않을까.

언론사 시험에서 학벌이 영향을 주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학벌주의 폐해가 없다? 이런 내용이 지금 쓰는 글의 주제나 취지는 아니다.

SBS 후기는 하나의 글로서 허술하다. 표현이 정확하지 않고, 근거가 부족하다. 또 오탈자와 띄어쓰기 잘못 같은 맞춤법 위반이 하나둘 아니다.

나는 댓글을 읽으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표현과 근거를 중심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 없어서다. 이렇게 허술한 글에 대부분이 공감해서다. 사안을 냉철하게 보고, 치밀하게 분석해야 하는데.

언론인은 말과 글로 일하는 직업이다. 자신의 능력과 노력을 말과 글에 담아야 한다. 영화 <말모이>는 우리말을 지키려고 피땀 흘리던 선열의 모습을 전한다. 피땀까지는 아니어도 차분함과 프로다움을 언론인 지망생에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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