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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50플러스 캠퍼스
윤선비 기자 | 승인 2019.01.20 22:01

 

입구에 들어서니 중년 남성이 노트북을 앞에 두고 뭔가에 열중하고 있다. 돋보기를 쓴 여성은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다. 수업을 마치고 삼삼오오 내려오는 학생들. 머리가 희끗하다. 서울 마포구의 ‘서울시 50플러스 중부캠퍼스’다.

50플러스 세대. 만 50세에서 64세를 일컫는다. 서울시 인구의 21.9%를 차지한다. 중장년으로 불리던 이들의 새로운 이름표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이전의 노년세대(만 65세 이상)와 구분하는 말이 생겼다.

50플러스 세대는 신체적으로는 일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젊지만, 사회적으로는 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앞둔 이들이다. 젊은 어르신이라고 해야 할까.

이전의 노인 정책은 만 65세 이상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시는 50플러스 세대의 특성을 살린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2016년 서울시50+재단과 캠퍼스 3곳(서부 중부 남부)을 만들었다. 캠퍼스는 교육 및 상담을 위한 공간이지만 공유사무실과 모임공간을 함께 제공한다.

▲ 서울시 50플러스 중부캠퍼스의 로비

‘남성 돌봄 전문가 과정’의 강의실에 갔다. 간병 및 간호서비스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한다. 30분 전부터 수강생이 모였다. 자료를 넘기며 수업을 준비하는 모습이 수험생 같았다.

김영구 씨는 부모의 병환을 계기로 시니어 산업에 관심이 생겼다. 혼자 자료를 찾고 공부하려니 힘이 들었다. 강의를 들으며 이 분야에서 어떻게 기술을 배우고 경력을 쌓아야 할지 알게 됐다. 관심만 있던 분야가 직업으로 구체화되는 계기였다.

그는 수업시간 외에 경기 일산의 킨텍스에서 열리는 박람회를 찾아다니며 공부했다. 방송통신대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해 복지서비스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다.

김 씨를 포함한 수강생은 강의가 끝나면 ‘커뮤니티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다시 모인다. 커뮤니티 플러스는 일, 학습, 사회공헌 등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모인 동아리다.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의 자격증을 공부하고, 구직이나 사업을 같이 준비할 예정이다. 50플러스 중부캠퍼스의 조한종 교육사업실장은 “커뮤니티는 캠퍼스의 강의가 현장활동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계속 모이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고, 실제 창업이나 취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 서울시 50플러스 중부캠퍼스의 ‘남성 돌봄 전문가 과정’

커뮤니티 활동으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기도 한다. 중부캠퍼스 커뮤니티인 ‘50+공연집단 달콤2막’의 연출가 안은영 씨(52)가 이런 경우다.

작가로 일했던 안 씨는 50대에 접어들면서 경단녀의 어려움을 절감했다. 개인적인 일까지 겹쳐 힘들었던 시기, 새로운 내용을 배우면서 심신을 추스르고자 중부캠퍼스의 연극교실 수강생이 됐다.

다양한 삶의 궤적을 가진 50플러스 세대가 모여 연극을 배우고, 공연을 준비했다. 함께 어울리며 고민을 나누고 하나의 목표를 이루는 과정 자체가 치유의 경험이었다. 그는 ‘달콤2막’이라는 연극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수강생 16명이 커뮤니티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 결과 마포문화재단이 공모한 ‘꿈의 극단’에, 또 서울시 도심권 50플러스 센터의 전문사회공헌단으로 선정됐다. 안 씨는 경험을 살려 1인 사회적 기업을 창업할 예정이다.

“저희 극단의 작품(강여사의 선택) 주인공은 요양보호사입니다. 고령사회를 떠받치는 어르신 돌봄의 주역이죠. 주변의 어르신과 요양보호사를 공연에 초대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는 20분 내의 공연물을 만들어 노인복지센터와 지역아동센터에서 ‘치유연극놀이’를 하려고 합니다.”

▲ 50플러스 캠퍼스에는 ‘공유공간 힘나’라는 공유사무실이 있다. 24개 단체와 50여명의 사업가가 입주했다.

교육이 커뮤니티를 거쳐 창업으로 이어지는 점을 감안해 센터는 ‘공유공간 힘나’라는 공유사무실을 마련했다.

입주자 이경우 씨(57)는 25년간 기업에서 인력관리 업무를 맡았다. 퇴직하고 나니 무슨 일을 할지 막막했다. 50플러스 캠퍼스에서 창업강좌를 들으며 직업상담 분야에서 일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금은 1인 기업을 운영한다. 자신처럼 퇴직 후 새로운 일을 찾는 이들을 위해 강의와 컨설팅을 한다. “기존의 창업지원 정책은 청년 위주에요. 그러나 50플러스 공유사무실은 시니어가 전문성과 경험을 살려 새로운 일에 도전하게 돕는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성공회대 김찬호 교수는 “중년은 경제적으로 가장 부담이 많은 시기”라고 말한다. 취업난으로 인해 자녀부양 기간이 길어지고, 부모세대를 돌보기 위한 부담이 크다. 동시에 자기노후도 준비해야 하는 3중고를 겪는다. 50플러스 캠퍼스 기자단의 이계복 씨(63)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경제개발계획 아래 목숨 바쳐 일하던 세대입니다. 멸사봉공(滅私奉公)이라는 표어 아래 개인의 삶보다 회사나 일을 중요시했습니다. 그렇기에 은퇴가 갖는 여파가 큽니다. 퇴직자의 우울감과 경제적 어려움이 부부나 자식과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수많은 50플러스 세대가 퇴직을 기점으로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정책은 많지 않다. 일자리정책은 청년 중심이고, 복지정책은 만 65세 이상의 노년 위주다 이런 점에서 50플러스 캠퍼스는 의미 있는 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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