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종이컵에 담아드려도 괜찮을까요?” 서울 영등포구의 커피빈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했을 때 돌아온 대답이다. 종이컵에 담긴 아이스 음료는 다소 생소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카페에서는 머그컵이 아닌 종이컵을 꽤 많이 사용했다.

보름 후에 서울 서대문구의 커피빈 매장을 찾았다. 이번에도 같은 대답을 들었다. 그 곳에서 만난 대학생 김세종 씨(23)는 “플라스틱 컵보다 (환경에) 덜 유해하게 느껴져서 잠시 사용하기에는 편리하고 괜찮은 것 같다”고 했지만 대화 말미에는 “장기적으로 (종이컵보다) 더 좋은 대안이 있지 않을까?”라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 환경부의 일회용 컵 규제 포스터 (출처=환경부 홈페이지)

환경부는 작년 8월부터 커피 전문점의 일회용 컵(플라스틱 컵) 사용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적정 수의 다회용 컵을 매장에 비치했는지, 매장에서는 일회용 컵 사용이 불가함을 업주가 고지했는지, 고객에게 테이크아웃 의사를 물어봤는지를 점검한다. 100일이 지난 시점(작년 11월)에서 이 제도는 잘 시행되는 중일까.

서울의 강남, 종로, 신촌 등 주요 지역의 카페를 조사했더니 50개의 커피 전문점 중에서 35개 매장이 종이컵을 사용했다. 왜 플라스틱 컵은 규제하지만 종이컵은 허용할까.

자원재활용법에 따르면 종이컵은 일회용품에 해당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종이컵은 일회용품처럼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아니다. 때문에 커피 전문점의 종이컵 사용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할리스 커피 대명거리점의 아르바이트생은 “음료를 제공해야 하는데 머그잔이 없는 경우에는 종이컵에 음료를 담아서 드린다”고 말했다. 할리스커피 신촌점의 점장은 “종이컵이 규제에서 빠졌으니깐 머그잔 대용으로 드린다”고 설명했다.

머그잔이 있어도 마감시간 때문에 종이컵을 주기도 했다. 커피 블로그 신촌점의 아르바이트생은 “계속 머그컵을 제공하면 설거지 때문에 퇴근 시간이 밀린다. 제 시간에 퇴근하려면 저녁 8시 정도부터는 종이컵을 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커피 전문점의 종이컵 사용비율

그렇다면 종이컵은 플라스틱컵에 비해 재활용이 수월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종이컵의 ‘내지’때문이다. 카페에서는 음료가 바깥으로 새지 않도록 컵 내부가 코팅된 종이컵을 주로 사용한다. 내지는 폴리에틸렌(PE)이라는 플라스틱 재질이다.

종이컵을 재활용하려면 PE를 분리해야 하지만 쉽지가 않다. 서울시의 김덕환 재활용팀장은 “종이컵 재활용 시 폴리에틸렌(PE)을 분리해야 하는데 처리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 현실적으로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매립이나 소각을 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보통 종이는 매립하고 2~5개월이 지나면 땅 속에서 완전히 분해된다. 음료를 담는 종이컵은 생분해가 잘 되지 않는 PE 내지로 인해 플라스틱처럼 450년이 걸린다.

종이컵을 소각하면 방수 처리된 내지 때문에 다이옥신 같은 독성물질이 발생한다. 다이옥신은 사람 몸에 들어오면 빠져나가지 않고 유전되는 1급 발암물질이다.

플라스틱 컵처럼 거의 재활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종이컵이 일회용품으로 분류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서울환경운동연합의 김현경 활동가는 “자원재활용법에 있는 일회용품을 품목으로 접근하다보니 사각지대가 많다. 법적인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종이컵을 규제대상에 포함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자 환경부 박정철 사무관은 “우선적으로 소비자의 인식 조사가 필요하며 업계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검토 중이기 때문에 (법 개정의) 정확한 시기에 대해서 말씀드리긴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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