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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강경파 집회 “Brexit Now Rally”브렉시트 D-124, 영국 운명은 어디로?
김성신 기자 | 승인 2018.11.25 15:42
▲ 11월 10일, 영국 리즈 시청에서 미술관 광장으로 행진하는 ‘Brexit Now Rally!’ 브렉시트 강경파 시위대.

11월 10일(현지시간), 영국 웨스트요크셔 주 도시 리즈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의 강경한 브렉시트 협상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Brexit Now Rally!’라는 슬로건 하에 진행된 이번 시위는 브렉시트 강경파를 옹호하는 시민단체 UK 유니티(UK Unity)에서 주최한 집회로, 런던과 리즈를 비롯한 영국 내 총 다섯 도시에서 오후 12시에 동시 진행됐다. 내년 3월 29일부터 발효되는 브렉시트를 앞두고 2년째 진행된 협상이 끝을 보이지 않자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 노선을 비판하기 위함이다.

브렉시트 온건파(Soft Brexit)는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EU 규정 일부를 받아들이고 점진적으로 개혁을 진행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강경파(Hard Brexit)는 EU를 탈퇴함과 동시에 독자적인 법률 체계를 구축하자고 주장한다. 이들은 특히 내년 브렉시트 발효 시점부터 2020년 12월까지 ‘브렉시트 이행 기간(Brexit transition period)’ 동안 적용될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중이다. 단일시장은 연합국 간 경계를 최소화하는 개념으로, 국가 간 무관세 원칙과 물자·서비스·자본·사람의 자유로운 이동 등을 보장하는 규정이다. 관세동맹은 연합국을 제외한 국가와 무역을 할 때 모든 연합국에서 해당국에 동일한 관세를 부과하는 규정이다. 온건파와 강경파는 혼란이 예상되는 이행 기간에 기존 EU 규정을 어디까지 유지할 것인가를 두고 지난 2년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진짜’ 브렉시트를 외치다 
시위대는 시청 본관에서 출발해 5분 거리에 있는 리즈 미술관 광장까지 ‘We want out’, ‘England’, ‘Out is out’ 등 구호를 외치며 걸었다. 시위대 사이사이에는 주최 측인 UK 유니티와 보수 정당 영국독립당(UKIP, United Kingdom Independence Party) 깃발, 영국 국기가 휘날렸다. 시위 참가자는 약 100여 명으로, 백인 중년남성이나 부부 동반이 대부분이었다. 십자가를 든 종교인들도 간혹 보였다. 시위가 진행되는 1시간 30분 동안 동양인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예민한 정치 사안인 만큼 시위가 끝날 때까지 수십 명의 경찰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었다. 

▲리즈 미술관 광장에서 시위대의 발언이 진행 중이다. 발언자들은 영국 연합왕국을 구성하는 네 개의 왕국(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국기와 미국 국기를 연이은 현수막을 들고 있다.

시위대가 미술관에 도착하자 발언이 시작됐다. 발언자들은 미국과 영국 국기를 이어 붙인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유럽연합 무역정책을 버리고 유럽 외 다른 나라들과도 자유롭게 무역을 하고자 한다는 의미다. 발언 내용은 메이 총리에 대한 비판과 EU에 대한 강력한 반감 표출이 주를 이뤘다. 시위대는 2016년 6월 국민투표에 따른 EU 탈퇴는 ‘강경한 브렉시트(Hard Brexit)’ 노선을 의미한다며 정부에게 강력한 입장 확립을 촉구했다. 한 발언자가 “우리가 바로 진정한 브렉시트입니다. 이 나라는 우리 목소리를 짓밟고 있습니다. 이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면, 법을 따르십시오! 우리가 이 나라 국민입니다”라고 말하자 사람들은 환호했다. 부모를 따라온 10살 남짓한 어린아이들은 국기를 흔들며 “대영제국(England)!”이라고 소리쳤다. 

공격적인 발언과 시민들과의 충돌
분위기가 고조되자 EU에 의한 통치는 전체주의라는 공격적인 발언도 등장했다. 발언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73세의 전직 군인은 “21세기에 나치의 통치를 받는 것이 말이 됩니까? EU와 함께, 독일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말이 됩니까?”라며 EU와의 협력에 대한 강력한 반감을 표했다. 이어서 확성기를 잡은 발언자는 “(브렉시트 강경노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는 건 파시즘입니다. 우리는 그저 중도일 뿐, 극우 노선이라 함은 바로 그들(영국 정부)입니다!”라며 다시 한번 강경한 브렉시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발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들은 광장에 있던 시민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발언자들을 포함한 일부 참가자들이 광장 계단에 올라서자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시비가 붙었다. 경찰은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과격한 발언을 제지했지만, 양측은 모두 카메라를 켜고 상대방을 가까이서 촬영하며 서로를 위협했다. 발언자에게 맞대응하던 한 시민은 수십 명의 야유와 수십 대의 카메라로 주목을 받으며 현장을 벗어나야 했다. 직업이 교사인 이 시민에게 한 발언자는 확성기에 대고 “학생들 가르친다고요? 아주 잘하고 계시네요”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들이 말하는 ‘독립 국가’
모든 시위 참가자들이 극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일부 참가자들은 지나치게 과격한 이번 시위에 불편함을 표출하기도 했다. 남편과 함께 시위에 참석한 전직 교육부 장학사 다운 럼브 씨(Dawn Lumb, 67)는 “지난 10월 20일에 헤로게이트(Harrogate)에서 있었던 집회는 더 평화롭고 인상 깊었는데 이번 시위는 다소 과격한 면이 있다”면서도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목소리를 내는 건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럼브 부부는 광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다른 참가자들과 브렉시트 협상에 관한 생각을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듯 주고받았다. 

▲ 미국 트럼프 대통령 마스크를 쓰고 미국 국기를 든 발언자들이 EU 무역 간섭으로부터의 자유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참가자들에게 브렉시트 강경노선을 주장하는 이유를 물었다. 이들은 자유무역 확대와 EU 간섭으로부터의 독립을 공통으로 꼽았다. 럼브 씨는 미국과 영국 국기가 붙어 있는 발언대 현수막을 가리키며 “브렉시트 이후 그동안 EU 규제 때문에 저조했던 북아메리카나 아시아와의 무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 중 젊은 축에 속하는 새뮤얼 플래쳐 씨(Samuel Fletcher, 27)는 “EU 법규에 얽매이기보다 우리나라에 맞는 무역체계를 구축한다면 브렉시트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영국과 유럽 간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 총리의 온건한 브렉시트 협상으로는 EU 법규에 따른 무역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들은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플래쳐 씨는 “영국에 단 한 번도 살아보지 못했을지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왜 간섭을 받아야 되느냐”며 EU 탈퇴 후 ‘독립 국가’로 거듭날 영국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럼브 씨 역시 “젊은이들은 우리가 EU에 가입한 1973년 이전 독립 국가로서 정치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얼마나 스스로 잘 가꿔왔는지 모르는 듯하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기자에게 국적과 영국 거주 이유를 조심스레 물으며 이민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자국민만으로도 충분한 노동시장에 외국인들이 지나치게 많이 유입되는 데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메이 총리는 우리가 국민투표를 통해 요구했던 바를 충분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어요. 영국이 아닌 유럽 편의를 봐주는 협상을 계속한다면 유럽연합 회원국이었을 때와 다를 바가 없잖아요.”

2016년 촛불집회의 데자뷔
지난 13일 발표된 브렉시트 협상 초안에서 유럽과 영국은 유럽연합국 아일랜드와 국경이 맞닿는 영국령 북아일랜드는 2020년까지 단일시장에 머물고, 영국 전역에서 유럽 관세동맹을 유지하기로 동의했다. 야당인 노동당은 물론 집권당인 보수당 내에서도 메이 총리에 대한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고 장관들의 사임이 이어졌다. 유럽 측이 추가협상은 불가함을 못 박은 상태에서 25일 합의문 서명을 위한 EU 정상회담을 앞둔 영국은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브렉시트 집회 현장은 2년 전 우리나라 촛불집회를, 좌우간 첨예한 대립과 노선 내 끊임없는 의견 분열은 당시 극에 달했던 정치 갈등을 연상시켰다. 작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확정된 후 현재 재판도 2심까지 진행됐지만, 여전히 세월호 진상규명 등 당시 갈등의 앙금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현재 영국도 반세기 간 지속된 동맹의 단절과 역사적인 정치분열을 마주하고 있다. 대내외적 비판과 혼란을 겪고 있는 영국 정부가 이를 어떻게 해결해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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