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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의 언론의 길 <6>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
이재경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 승인 2018.11.12 16:19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Bob Woodward).

“당신은 빌어먹을 거짓말쟁이입니다 (You are a fucking liar).”

밥 우드워드(Bob Woodward)의 2018년 책 ‘공포(Fear)’의 마지막 문장이다. 이 말을 내뱉은 사람은 존 다우드(John Dowd) 변호사다. 그는 러시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문제를 수사하는 특별검사 로버트 뮬러(Robert Mueller)에 대항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고용한 변호인단의 대표였다.
 
우드워드 기자에 따르면, 다우드 변호사는 2018년 3월 22일 사임하기까지 8개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일했다. 그는 특별검사가 조여 오는 수사에 대항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대통령과 대화하며 최선의 결과를 끌어내려 노력했으나, 도무지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더 이상 도울 수 없다고 판단해 변호인 직을 사임했다.

위에 우드워드가 인용한 거짓말쟁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가리킨다. 밥 우드워드 기자는 9월 28일 조지워싱턴대에서 있었던 공개좌담회에서 질문자의 부탁으로 자신의 책 마지막 부분을 직접 읽었다(youtube: politics and prose, 2018. 9. 28). 위 인용문은 거기서 따온 내용이다.

우드워드 저널리즘의 비결

지난 한 달 남짓 동안, 우드워드 기자가 등장하는 유튜브 영상을 10여 편 봤다. ‘공포’라는 새 책에 담긴 내용의 폭발성이 커서 다양한 매체가 집중적으로 보도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드워드가 추구하는 저널리즘에 대해 더 알아보려는 욕심이 중요한 동기였다.

▲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표지.

우드워드는 이 책을 쓰기위해 수십 명(dozens and dozens)의 취재원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의 취재기법 가운데 지나치게 많은 익명취재원의 등장을 지적하는 질문자에게 우드워드 기자는 진술의 진실성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한 예로 한 취재원을 아홉 번 만난 사실을 얘기했다. 그리고 그 만남을 정리한 녹취록이 700쪽에 달한다고 말했다. 질문자가 한 사람 얘기를 정리한 내용이 맞느냐고 확인하자 그렇다고 답했다. 다우드 변호사 얘기도 당연히 이러한 취재와 사실확인 과정을 거쳐 책에 실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닉슨이후 9명의 대통령에 대해 19권의 책 출간

우드워드 기자는 1972년 워터게이트 보도로 시작해 모두 아홉 명의 대통령에 대해 19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가 쓴 19권의 책은 모두 전국 베스트셀러 명단에 올랐다. 그 만으로도 대단한 기록이다. 더 놀라운 점은 그 가운데 무려 13권의 책이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1943년에 태어난 우드워드는 예일대를 거쳐 1970년 해군장교 복무를 마치고, 워싱턴포스트에 지원해 2주일 현장테스트를 받지만, 입사를 거절당한다. 기자경력이 전혀 없는 게 결격사유였다. 그래서 그는 몽고메리 센티넬(the Montgomery Sentinel)이라는 워싱턴 주변의 지역 주간지에서 1년을 일한 뒤에야 워싱턴포스트의 기자가 될 수 있었다. 1971년 일이다.

올해 75세인 우드워드 기자는 워싱턴포스트 기자로만 47년을 일한다. 그는 47년을 부서를 옮기지 않고 탐사보도에만 집중해왔다. 이 신문에서 그는 현재도 부국장(Associate Editor)로 일한다.

우드워드의 저널리즘 철학 세 가지

우드워드는 2018년 4월 27일 오클라호마시티 커뮤니티대학에서 행한 연설에서 자신이 지키는 저널리즘 철학 세 가지를 얘기했다. 첫째는 취재원을 찾아가 만나려 최선을 다하는 원칙이다.

그는 청중에게 4성 장군을 취재하려할 때, 언제 그의 집을 찾아가는 것이 좋겠냐고 물었다. 토요일 오후가 좋지 않겠냐는 답이 나오자, 우드워드는 화요일 저녁 8시 17분 쯤이 좋다고 답한다. 월요일은 주의 첫째 날이라 안 좋고, 오전은 장군들이 운동을 해야 해서 적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농담을 섞어 하는 얘기였다.

그는 요즘 기자들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전화나 인터넷으로 대부분의 취재를 하는 행태가 문제라고 말한다. 우드워드는 기자는 취재원의 눈앞에 나타나야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믿고 실천한다.
 
그가 강조하는 두 번째 원칙은 “떠들지 말고 듣기에 집중하라”였다. 그는 취재원을 만나면 의도적으로 침묵을 지킨다고 말했다. 그러면 취재원 쪽에서 먼저 어색함을 깨기 위해 말문을 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앞에 설명한 장군의 사례도 화요일 저녁에 느닷없이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 문이 열리자 어색하게 머뭇거리고 서있으니, 장군이 집으로 들어오라고 해 두 시간 넘게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는 게 우드워드 기자의 설명이었다.

그는 심지어 하고 싶은 말을 참기위해 자신의 새끼손톱을 엄지로 누르는 습관을 만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바쁘다는 핑계로 자신이 필요한 질문에만 집중해 취재원의 상황을 잘못 파악하거나, 더 중요한 내용을 놓치는 현실을 깨우쳐주는 얘기다.

앞에 소개한 두 원칙이 취재의 비결이라면, 세 번째 원칙은 취재의 대상 또는 저널리즘이 파고들어야 하는 핵심문제에 관한 내용이다. 우드워드 기자는 워터게이트 이후 계속해서 정부의 비밀주의(secretive government)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핵심요소라고 생각했다. 권력을 쥔 자들은 비밀주의를 통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챙긴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의 기사와 책들은 모두 워싱턴의 최고 권력기구인 백악관과 CIA, 국무부, 국방부 등의 비밀주의가 만들어 내는 문제를 파헤치는 데 집중돼있다. 그것도 전직이 아니고 모두 현직에 있는 서슬 퍼런 권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의 비밀주의를 파고든다.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거침없이 거짓말쟁이 라고 말하는 방식이 우드워드 저널리즘의 진면목이다.
 
이러한 보도가 가능한 바탕에는 그가 지켜온 철저한 사실 확인의 원칙이 있다. 우드워드 기자는 2018년 9월 9일 CBS뉴스(youtube: CBS Sunday Morning)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검토하는 위치에 있었으면,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익명의 칼럼은 그 상태로 게재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칼럼은 트럼프 정부안에 저항군을 자처하는 일부 세력이 있다는 내용의 글이다.

우드워드 기자에 따르면, 이 칼럼이 익명인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상황전달의 구체성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는 최대한 세밀하게 써야한다고 주장한다. 취재원을 밝히지 못하는 대신 어떠한 일이건 그 일이 벌어졌던 정황은 읽는 사람이 명료하게 알 수 있도록 써야 보도의 진실성이 전달된다는 뜻이다. 그러한 정황정보가 부족하면, 기사는 독자의 신뢰를 받기가 어렵다. 그런데 뉴욕타임스 칼럼은 이 조건을 채워주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한국판 우드워드가 가능하려면

한국에서 우드워드 같은 기자가 나오는 일이 가능할까? 기자 일을 처음 시작할 때, 한국 기자의 자질이나 지적수준은 미국 기자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여건에서 한국 신문은 우드워드 같은 기자를 배출할 수 없다. 기자의 커리어 제도가 한국식으로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장애물은 순환식 인사제도다. 내근, 외근을 교차해야하고, 출입처도 한 영역으로 고정하기가 거의 불가능 한 것이 한국 언론의 현실이다. 전문성의 존중보다 기회의 평등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
 
두 번째 장애요소는 정년제도다. 75세인 우드워드는 지금도 현역기자로 기사를 취재한다. 한국 기자면, 이미 퇴직한 지 15년이 지난 후 일 것이다. 경륜과 권위를 가지고 권력자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질문할 수 있는 기자는 구조적으로 존재하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안타깝지만 이제라도 평생 직업으로서의 기자에 대한, 그리고 그러한 기자를 키워낼 수 있는 언론사에 대한 새로운 발상이 시도돼야 한다. 그래야 기자가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감시자가 되고, 언론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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