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한 내용을 올리면서 책임감 있게 공부하게 됐고, 블로그가 꾸준한 학업에 동기 부여가 돼요.” 공부 블로그를 운영하는 ‘모도리’(본명 고채영·19)는 공부한 내용과 시간을 블로그에 올리며 뿌듯함을 느낀다. 최근 10, 20대 사이에서 블로그나 개인 SNS에 공부 내용을 올리는 ‘공부 블로그’와 ‘공스타그램(공부와 인스타그램의 합성어)’ 운영자가 늘고 있다. 포털 사이트나 SNS 해시 태그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어 구독자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 2018년 9월 12일 공스타그램 해시 태그 분석 결과. 공스타그램 관련 게시물의 수 및 생산지수, 반응도, 트렌드 지수 등이 나와 있다. 공스타그램 관련 누적 게시물은 약 160만 건에 달한다. <출처 = 스타 태그>

 

▲ (왼쪽부터) ‘공스타그램’으로 검색한 인스타그램 캡처 화면과 공스타그램 인기 게시물 캡처 화면

 

▲ 2018년 7월 네이버 ‘이달의 블로그’의 고등학교 공부 부문으로 선정된 블로그

‘자기 관리’, ‘공부 자극’ ... SNS 통해 공부 도움 받아

공부 SNS 운영자들은 주로 공부 시간을 재던 스톱워치나 달성한 계획이 적힌 플래너, 공부 흔적이 남아있는 교재 등을 찍은 후 짧은 인사말이나 다짐을 담은 게시물을 올린다. 구독자들은 이에 댓글을 달며 활발한 상호작용이 이뤄진다. 운영자가 공부 SNS에 게시물을 올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하루 30분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구독자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공부 SNS를 찾은 후 포스팅을 읽는 수고를 들인다. 공부하기에도 바쁜 와중에, 사람들은 이 같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공부 SNS를 운영 구독하고 있다.

임용고시 공부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노’(22·본명 김재현)는 블로그를 통해 학업에 도움을 받는다. “공부 블로그를 통해 일기처럼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전에 올렸던 게시물을 보면서 공부하다 힘든 상황을 이겨내기도 해요.” 공부 계획을 적은 플래너와 교재 사진을 주로 올리는 그는 “꾸준히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방문자 수가 늘어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며 공부 블로그 운영의 좋은 점을 언급했다. 한편 고등학생 공부 블로그를 구독하는 배경준 군(16)은 공부 자극을 받기 위해 SNS를 이용한다고 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는 데에 공부 SNS가 가장 좋은 것 같다”는 배 군은 “의지가 약한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게시물이 많다”며 게시물 몇 개를 보여주기도 했다. 운영자와 구독자 모두 시간을 내어 공부 SNS를 이용하는 데 만족한 모습이었다.

아직까지 SNS 사용은 공부에 방해된다는 통념이 강하기에 공부와 SNS는 언뜻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편리하게 일상을 기록할 수 있는 개인 SNS와 블로그를 이용해 운영자들은 일일 스터디 플래너처럼 공부 기록을 남길 수 있다. 게시물을 팔로워들에게 보여줘 일종의 ‘확인’을 받고 이를 통해 자신이 꾸준히 공부해 왔는지를 점검할 수 있다. 구독자는 공부 SNS를 통해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알 수 있고, 학업 동기 부여도 받을 수 있다. 흐트러진 마음을 잡거나 공부 자극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에 힘입어 ‘공부 SNS’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됐다.

변화하는 공부 관련 SNS, 댜양한 내용과 형식이 대세

공부 관련 SNS 운영자가 늘면서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10대 수험생뿐만 아니라 임용고시, 공무원시험, 회계사 시험 등을 준비하는 20대 학생들의 공부 SNS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공부 블로그 운영자들은 단순한 ‘공부 인증 블로그’에서 나아가 ‘예비 고3의 공부 블로그’, ‘대학생 공부 블로그’, ‘어학연수 준비 블로그’, ‘임용고시 공부 블로그’ 등 자신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제목을 붙여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는다. 공부 내용 인증과 함께 일상 사진을 담는 블로그도 적지 않다. 공스타그램의 경우, 공부 ‘인증’만큼 ‘소통’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운영자와 팔로워가 다이렉트 메시지(인스타그램 메시지 기능)를 통해 직접 소통하거나, 운영자들끼리 일명 맞팔(SNS에서 서로 팔로우를 신청하는 것)을 해서 서로 도움을 받는다. 최근에는 다양한 내용을 담고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공부 블로그와 공스타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유튜브 채널과 아프리카 TV를 통한 인터넷 공부 방송까지 합세하여 공부 SNS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공부 방송의 차별점은 영상으로 전달되는 생생함에 있다. 운영자는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촬영해 올리고, 구독자들이 그 영상을 켜놓은 채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공부 자극 명언이나 도서관 소리 같은 백색소음, 연필 소리나 책 넘기는 소리 등 ASMR(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이나 소리)을 편집해 공부 SNS의 콘텐츠로 올리는 운영자도 있다. 이처럼 공부 SNS의 내용과 형식은 점점 다양한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 네이버 ‘대학생 공부 블로그’ 검색결과. ‘일상’, ‘임용고시’, ‘여름방학’ 등의 단어가 들어간 제목이 눈에 띈다.

 
 

▲ #공스타맞팔 해시 태그를 통해 공부 계획을 공유하는 모습. 공스타그램 ‘맞팔’을 맺어 공부 인증이 이뤄지기도 한다.
▲ 공부 유튜버 ‘노잼봇’은 ‘study with me’ 영상을 유행시키며 인기를 끌고 있다. 채널 구독자가 36만 명에 이른다.

 

▲ 공부 자극을 위한 ASMR과 백색소음이 담긴 고시생 A의 영상


공부 SNS를 이용한 마케팅 “홍보에 효과적”

공부 SNS의 형식과 내용이 다양해지면서 공부 SNS가 홍보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운영자들은 공부 인증샷과 함께 대학생 대외활동이나 고등학생 비교과 프로그램 관련 글을 올리는가 하면, 참고할만한 교재의 리뷰 및 활용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공부 SNS가 대외활동 홍보 및 교재 협찬 분야로 확장되면서 관련 분야 기업들의 마케팅도 이를 활용해 이뤄지고 있다. 수험생 참고서와 영어 교재를 출판하는 키출판사 마케팅팀 관계자는 “온라인은 공간 제약이 없고 적은 비용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할 수 있다”며 공부 SNS 홍보의 장점을 언급했다. 또한 “특히 요즘 10, 20대 수험생들은 개방형 SNS(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를 활발하게 이용하기 때문에, 오프라인보다 공부 SNS를 통한 홍보가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출판사 블로그에는 공부법 소개, 자사 교재 홍보와 이벤트를 소개하는 게시물이 주를 이뤘다.

대학생 공부 블로그를 운영하는 ‘샤일로’(본명 김서현·21)는 인터넷 강의 사이트와 출판사, 문구사의 연락을 받고 지금까지 약 20번 정도 홍보 포스팅에 참여했다. 문제집 협찬을 받고, 후기를 작성하는 홍보 게시물이 대부분이었다. 샤일로 씨는 “교재를 받아 어느 정도 풀어보고, 후기를 작성하는 출판사 서포터즈도 했다”며 홍보 포스팅 활동을 소개했다. ‘날아라개불’(본명 정현진·21)은 협찬을 통해 자신의 공부 블로그에 홍보 게시물을 올린다. 협찬을 받는 책과 문구가 구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것이 홍보 포스팅의 이유다.

공부 SNS 운영자는 자신의 블로그 카테고리에 교재 및 학용품 후기를 추가하거나 해시 태그를 이용하여 홍보 포스팅을 한다. 공부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구독자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의미 있기 때문이다. 홍보 게시물에서 할인 판매하는 인터넷 강의를 소개하거나 알찬 이벤트를 알려 구독자들과 정보를 공유한다. 운영자들은 자신의 공부 인증에 정보 공유 기능을 하는 홍보 게시물을 더해 다채롭게 공부 SNS 운영을 할 수 있다.

공부 SNS에 오히려 방해받기도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 관련 콘텐츠를 올리고, 학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공부 SNS의 장점은 많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기 마련이다. 방학 기간마다 공부 블로그와 공스타그램을 운영했던 김소연 양(19)은 올해 공부 SNS를 그만뒀다. 김 양은 “처음에는 의지를 키우기 위해 시작했지만, 새로 올린 게시물과 이전 게시물의 반응(조회 수, 하트 수, 댓글 수)을 비교해보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이 그만둔 이유”라며 “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에 신경이 쓰였다”고 했다. 김 양은 재차 공부 SNS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수험생 공스타그램을 보는 김한성 군(19) 역시 공부 SNS의 단점부터 이야기했다. 공부 SNS가 오히려 학업에 방해된다는 것이다. 공부하는 도중 알림이 울리기도 하고, 공스타그램 외에 다른 앱을 켜고 싶은 유혹을 이기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김 군은 공스타그램을 보고 난 후 속상한 적도 많았다고 했다. “공스타그램을 보고 공부 자극을 많이 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가끔 재수생이나 의대 준비생의 압도적인 공부 시간을 보면 오히려 의욕이 떨어져요.”

공부 SNS가 지나치게 상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SNS는 10대, 20대 수험생이 많이 이용하는 매체인 만큼 교재나 인터넷 강의 등을 홍보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고3 수험생 블로그를 구독하는 김다은 양(18)은 “공부 블로그 운영자의 도서 후기는 직접 체험하는 방식이라 자세하긴 하나 간혹 과도한 광고 글을 보면 불편할 때가 있다”고 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판단하며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김 양은 “공부 SNS에 나온 교재나 강의는 참고용”이라고 답했다. 다른 SNS 광고와 마찬가지로, 공부 SNS 속 광고 글을 읽을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바람직한 공부 SNS 이용이 필요한 때

공부 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학업 관련 조언을 얻을 수도 있고, 이를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도 있다. SNS 특성상 상대방과 소통하기가 편해서 비슷한 상황의 운영자와 구독자가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은 공부 SNS의 큰 장점이다. 공부 SNS는 개인적인 공간을 넘어 사회적인 공간으로 자신의 학업을 확장하는 통로다. 따라서 운영자와 공부 SNS 마케팅 관계자, 구독자들은 각각 게시물을 올릴 때와 읽을 때 현명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 예술고등학교 공부 블로그를 운영하는 ‘료코’(본명 김민소·18)는 운영자와 구독자 모두 자신만의 기준을 갖출 것을 당부했다. “요즘 공부 SNS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은데, 공부 관련 포스팅을 할 때나 다른 공부 블로그를 볼 때 무엇보다 본인 기준에 맞춰 이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다른 블로그를 보고 무리하게 공부량을 늘리거나 계획을 세우면, 쉽게 지치고 자책감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 글을 통해 얻은 정보도 자신에게 도움이 될 정도만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공부 SNS를 적당히 이용한다면 10대, 20대 수험생들은 학업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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