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1일, 4월 23일, 3월 6일…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2호선’이 한 포털 사이트(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날짜다. 해당일 지하철 2호선 운행이 심각하게 지연됐기 때문이다. 위 날짜처럼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를 정도로 연착 정도가 심각하지 않아도 출근 시간인 오전 8시에서 9시 반까지 열차 지연은 흔한 일이다. 특히 이 시간대는 역사와 열차 내 사람이 많아 이동조차 힘들다. 출퇴근 시간마다 붐비는 지하철을 지옥에 비유하는 ‘지옥철’이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다.

▲ 2018년 3월 1일부터 2018년 5월 31일까지 검색어 ‘2호선’ 실시간 트래킹 결과. 최근 3개월 간 ‘2호선’ 검색 빈도를 보여준다. 4월 23일 연착이 심했던 날 가장 많이 검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NAVER)

지난 5월 12일 서울 삼보광업에 다니는 직장인 임나영 씨(39)를 만나 지하철 연착 피해에 대해 들었다. 영등포구청에서 환승해 역삼역까지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하는 그는 “(피해는) 많죠. 지각한 적도 많고, 열차가 고장 나서 어쩔 수 없이 반대방향으로 환승하여 돌아간 기억도 있고요”라고 불편을 토로했다. 지하철로 등교하는 학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소현 씨(21) 역시 “등교 시간 지하철 연착으로 1시간가량 늦은 적도 있다”라고 피해 경험을 전했다.

열차 지연 개선을 위한 관리 업체의 노력. 그러나 연착증만이 답이 아니다.

연착 최소화를 위해 1호선에서 8호선에 해당하는 지하철 업체들은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배차 간격을 기본 운행 시간인 5~8분에서 2.5~4.5분 사이로 조정했다. 하지만 지연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서울 시내 지하철 1~8호선 중 절반 이상, 그리고 9호선 일부를 관리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최인서 대리는 “출퇴근 시간대 배차간격을 조정했지만 탑승 인원 과다, 출퇴근 시간 승객 혼잡으로 정차하는 시간이 길어져 연쇄적으로 열차가 지연된다”라고 밝혔다. 연착 자체를 해결하려 배차 간격을 줄였지만, 배차 간격 축소가 열차 지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및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연착 피해를 줄이기 위해 2014년 5월부터 간편지연증명서(연착증) 발급 제도를 도입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여객운송약관(서울교통공사 관할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에게 서울교통공사 간에 여객운송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약관, 출처: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 제 30조 5항’에 따라 5분 이상 열차 지연을 증명하면 역사나 홈페이지에서 연착증을 발급해 개인에게 피해를 보상한다. 하지만 임씨와 김씨는 잦은 지각에도 연착증을 사용해 본 경험은 없다고 했다. 회사나 학교에 따라 인정을 하지 않기도 하며, SNS 또는 포털을 통해 이미 정보가 퍼져 연착증이 아니더라도 열차 지연 인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간편지연증명서, 서울교통공사 및 서울메트로9호선에 접속하면 위와 같이 연착 시간에 해당하는 간편지연증명서(연착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사진=서울교통공사)

열차 지연 피해, 어디에 호소해야 할까

열차 지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 지하철마다 관리 업체가 달라 일괄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31일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서울교통공사로 합병됐다. 하지만 수도권 내 열차 운행 통합은 이뤄지지 않았다. 1호선의 경우 청량리에서 서울역까지만 서울교통공사가, 나머지 구간은 한국철도공사가 통제하는 등 노선 관리 업체도 각각 다르다.

연착을 경험한 지하철 이용자들이 지하철 측에 피해를 호소하기도 어렵다. 실질적으로 수도권 내 지하철을 관리하는 업체는 서울교통공사, 한국철도공사, 서울메트로9호선 외에도 6개의 업체가 더 있다. 또한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메트로9호선 홈페이지에는 타 회사로의 연결링크를 포함한 민원제기용 창구 고객의 소리가 있다. 하지만 수도권 내 두 번째로 많은 지하철을 관리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민원제기 창구를 타 회사와의 연결 없이 단독 운영한다. 코레일 관할이 아닌 역사에 민원 제기를 하려면 다른 회사의 사이트를 다시 찾아야 한다. 구역별로 관리 업체가 다른 상황에서 시간적 여유가 없는 시민들에겐 복잡한 과정일뿐더러 신속한 처리도 어렵다.

▲ 수도권 전철 회사의 홈페이지. 구성의 차이로 피해 호소 과정이 복잡하다 (왼쪽부터 서울교통공사, 한국철도공사, 서울시메트로9호선 홈페이지).

지하철 운영 방식에 대해 임씨는 “굳이 하나의 시설을 왜 세 회사에서 관리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시설 관리 등 꼭 필요한 데 쓰는 편이 나을 것 같다며 서울교통공사나 한국철도공사 내 지사를 두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얘기했다.

서울교통공사, 한국철도공사,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 합병만이 정답일까

하나의 업체를 통한 일괄 운영이 이상적인 해결책으로 보이지만 현재 지하철을 운영하는 세 기업의 모회사가 달라 지하철 통합도 쉽지 않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특별시에서 전액 출자한 공기업이며 한국철도공사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이다. 또한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는 파리교통공사(RATP)와 현대로템이 공동 출자한 사기업이다.

지하철 운영 주체가 모두 달라 혼선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선 서울 시내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한국철도공사,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의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 수도권 및 서울 지하철을 운행하는 세 기업은 전국 15개 도시철도운영공사와 연간 4번 회의를 개최할 뿐이다. 지하철 연착 피해를 제대로 반영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선 수도권 내 전철을 운영하는 세 회사 간 보다 더 적극적 교류가 필요하다. 또한 시민 피드백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고객의 소리’ 페이지를 통합하거나 지하철 운영 방식에 대한 홍보를 활성화해야 한다.

연착의 원인, 지하철 운영 주체에만 있을까

지하철 시민 의식도 발전해야 한다. 열차 고장 등 운영 문제로 연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승객 혼잡이나 응급한 상황, 예기치 못한 사고 발생 또한 연착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의 최인서 대리는 출퇴근 시간대 승객 혼잡으로 인한 연쇄 지연과 응급 환자의 발생을 지하철 지연 이유로 밝혔다. 덧붙여 그는 “승객이 많은 경우 다음 열차를 이용하면 연착 시간이 줄어 모두 불편 없이 지하철 이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부족한 공공의식이 열차 지연 원인이 되기도 한다.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영어영문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한결 씨(25)는 연착 피해 경험을 전하면서 “동묘앞역에서 40대 여성이 나체 상태로 지하철 내에서 난동을 부려 열차가 지연된 적이 있다”고 했다. 임나영 씨 또한 열차가 자주 지연돼 불편하지만 연착 이유에는 너무 급하게, 어떻게든 지하철을 탑승하려는 시민들의 태도도 한몫한다고 전했다. 그는 없는 공간을 비집어서 열차에 탑승하려다 부상을 입거나 다투는 상황을 지켜본 경험을 얘기하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의식 및 태도도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방안이 마련돼도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의식과 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운영 주체들의 노력이 무용지물이 될지 모른다. 연착 상황에 대한 운영 주체들의 제대로 된 대응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에티켓을 가지고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의 의식도 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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