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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대생이 교생실습을 나가면…
조예령 기자 | 승인 2018.09.03 00:30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교생실습을 나간다는 친구가 있었다. 우리의 대화는 고교시절의 교생을 떠올리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흘렀다. 수업시간에 긴장한 모습, 조금은 버릇없는 농담에 당황한 모습.

친구는 학생들의 무례하지만 악의 없는 말과 행동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가 가장 고민이라고 말했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생에게도 ‘미투’ 경험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월에는 ‘초, 중, 고등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학생들의 여성혐오적인 비속어 사용이 만연한 상황에서 교사와 학생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네티즌은 현재의 성평등 교육이 가족의 역할설명 정도에 불과해 젠더 평등을 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혐오표현에 대한 학생의 이해가 떨어지고, 실제 성희롱과 성추행으로 이어진다고 청원자는 주장했다. 기자가 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 문제를 들여다보기로 했던 이유다.

실습 중 학생들에게 성희롱을 당했거나, 불쾌한 말을 들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많은 교생이 이렇게 대답했다. “이건 확실히 성희롱이라는 판단을 바로 내리기 어려운 경험이 더 많았어요.”

사범대생 권나윤 씨(21)는 멘토링 교육봉사를 할 때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남자 중학생이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자신을 촬영하는 모습을 봤다. 학생의 입에서 엉덩이라는 단어가 나왔기에 알 수 있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대놓고 성희롱을 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그냥 조금 불쾌하다고만 생각했지만 사실은 성희롱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모교에서의 교생실습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생들이 자신에 대해 성적으로 얘기하는 것 같아도 ‘아니야. 피해망상 아닐까?’하며 넘어갔다. 치마를 입은 날, 더 그런 기분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사범대생 류선영 씨(21)는 중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했다. 남자 중학교에서의 수업이 어떤지를 물었다.

“남자교생이 지구과학 수업시간에 실린더를 반복적으로 펌프질하는 실험을 했어요. 학생들은 그게 성교를 연상시킨다고 키득거렸죠. (교생의 성별과 관계없이) 성적 농담의 대상이 돼요. 하지만 여자교생일 때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아요.”
 
류 씨는 사춘기 남학생이 성(性)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이 그 대상이 되는 일은 불쾌하고 무섭다고 덧붙였다. 여자교생이 치마를 입으면 다리를 흘겨보는 일은 다반사였다고 한다.

“정말 잠깐의 시선이라 콕 집어 지적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그런 학생이 한둘이 아니라면 당하는 입장에선 계속 희롱을 당하는 셈이죠.” 그는 가해자는 없는데 피해자는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 서울시교육청의 성인권증진 기본계획.

  
교생이 성희롱을 당하는 일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때문에 많은 대학이 교생실습을 보내기 전에 성희롱 예방 및 대처교육을 한다.

사범대생 문예원 씨(21)는 교내 양성평등센터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들었다. 피해발생 즉시 가해자에게 상황을 분명히 말하며 하지 말아달라고 하고, 센터로 즉시 신고하라는 내용. 교육을 듣지 않아도 아는 사실이다.

“신고를 하면 가해학생의 개인정보를 알리잖아요. 평소에는 그냥 평범한 학생인데, 악의 없이 한 말이나 행동에 너무 큰 처벌을 받을까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학생에게 실질적인 젠더 교육(성평등 교육)을 해야 합니다.”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에 대해 청와대는 통합적 인권교육의 내용부터 체계화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우선 교육부 예산 12억 원을 활용해 학습자료를 개발, 보급하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2018 성인권증진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성평등 인권의제 활성화, 성차별 실태조사, 성평등 모니터링단 운영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와 같은 사업이 청소년의 인식을 바로잡고 학내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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