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난민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제주도에서 예멘인 549명이 난민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난민 문제는 한국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엔주재 교황청 대사 베르나르디토 아우자 대주교가 지적했듯 난민 문제는 국제적 문제이자 인류 보편의 문제다. 난민 문제를 폭넓게 이해하려면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의 시각도 참고해야 한다. 스토리 오브 서울은 국제 사회가 한국 난민 문제를 보는 시각을 파악하기 위해 총 36건의 외신 기사를 분석했다.

 

연합뉴스가 제주도에서 난민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를 한 5월 2일부터 8월 4일까지 영문으로 보도된 기사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구글 뉴스 검색을 통해 이 시기 보도된 기사 중 “South Korea Refugee(한국 난민)”이라는 키워드가 포함된 기사를 선별했다. 타 언론사의 보도를 그대로 받아 쓴 기사는 제외하고, 최초 보도 기사만을 분석 대상에 포함했다. 분석 결과 총 12개국, 25개 매체에서 36건의 기사를 보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난민 문제에 대한 외신의 관심도

▲ <표 1> 해외 매체별 한국 난민 문제 관련 보도 횟수

매체별로 보도된 기사 수를 보면 한국 난민 문제를 가장 많이 보도한 매체는 미국의 통신사 UPI였다. UPI가 보도한 한국 난민 관련 기사는 총 8건으로 전체 보도 기사의 약 22.2%를 차지했다. 2위는 총 3건(약 8.3%)의 기사를 보도한 홍콩의 온라인 신문 '더 스탠다드'였다. 더 스탠다드의 뒤는 프랑스 통신사 AFP와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이 이었다. 두 매체는 한국 난민 문제와 관련해 각 2건의 기사를 보도했다. 대만의 영문 매체 '타이완 뉴스', 카타르 방송사 '알자지라', 싱가포르 일간지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를 비롯한 나머지 21개 매체는 각 1건의 기사를 보도했다.

▲ <표2> 국가별 한국 난민문제 보도 기사 수

 

▲ <표 3> 미국, 영국, 프랑스, 홍콩 매체별 한국 난민문제 보도 횟수

국가별로 보도된 기사 수를 보면 미국이 한국 난민과 관련해 가장 많은 보도를 한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보도된 기사는 총 36건 중 15건으로 전체 기사의 약 41.7%를 차지했다. 미국에서 한국 난민 문제를 보도한 매체는 총 7곳으로 UPI, 블룸버그, NPR,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더 위클리 스탠다드, 더 힐 등이 포함됐다. 영국은 로이터, 미들 이스트 모니터, 가디언, 파이낸셜 타임스, 더 아랍 위클리, 이브닝 스탠다드 등 6개 매체에서 6건(약 16.7%)의 기사를 보도해 2위를 차지했다. 홍콩은 더 스탠다드, 홍콩프리프레스 등 2곳에서 4건(약 11.1%)의 기사를, 프랑스는 AFP, 프랑스24 등 2곳에서 3건(약 8.3%)의 기사를 보도했다. 러시아, 독일 등 유럽 국가 2곳,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 3곳,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국가 3곳은 한국 난민 문제와 관련해 각각 1건의 기사를 보도했다.

외신이 본 한국의 반(反)난민 정서

한국 난민 문제를 다룬 외신 기사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총 36건의 기사 중 27건이 한국의 난민 반대 여론을 다룬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5월 31일 제주도에서 열린 ‘불법 난민 대책 촉구 집회’를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랍뉴스', 프랑스의 '프랑스24'는 서울에서 열린 난민 반대 집회 소식을 전했다. 특히 아랍뉴스는 “집회 참가자들은 일부 난민을 직업을 얻기 위해 한국에 온 ‘가짜 난민’이라고 주장한다”며 난민을 향한 한국인들의 부정적 시각을 전했다. 홍콩의 더스탠다드와 미국의 UPI는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팽배한 한국의 반(反)난민 정서를 지적했다. 더스탠다드는 “난민법 개정 혹은 폐지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50만 명 이상의 추천을 받았다”고 전했다. UPI는 “일부 한국인은 온라인상에서 난민 신청자를 ‘가짜 난민’이라고 비난한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한국인이 난민에 반감을 갖는 주요 원인으로 단일민족 사상에서 비롯된 인종주의를 꼽았다. 주로 미국 매체가 단일민족 사상을 문제 삼았다. 뉴욕타임스는 구세웅 코리아엑스포제대표가 쓴 칼럼을 통해 “한국 어린이들은 수십 년 동안 한국이 단일민족 국가라고 믿도록 교육받았다”며 “이를 고려하면 난민 논란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 힐' 역시 “한국은 오랜 기간 단일민족 사회였고 최근에서야 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개념이 생겼다”며 “한국의 난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국가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매체들은 무슬림 혐오를 한국의 반난민 정서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AFP는 “한국에서 난민 신청자가 급증하자 온라인에는 ‘불법 이슬람 이민자들이 한국의 이슬람화를 위해 제주도에 들어왔다’는 포스터가 게재됐다”며 “한국인들은 문화적 차이가 큰 난민들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독일 언론사 도이치벨레 역시 “한국에 사는 무슬림들은 한국인들을 이슬람교로 개종시키려고 한다”는 송영채 상명대 글로벌창조협력센터 교수의 말을 인용해 무슬림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한국 사회의 시각을 전했다.

영국 매체들은 한국의 반난민 정서의 원인으로 유럽의 난민 수용 정책이 남긴 부정적 선례를 꼽았다. 파이낸셜타임스와 이브닝스탠다드는 “독일 등 유럽 국가가 난민을 수용한 이후 각종 사회적 문제에 시달렸다”는 한국인들의 주장을 전해 유럽의 선례가 한국의 난민 반대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줬다. 가디언은 “한국인들은 한국이 유럽과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매체들은 난민과 관련된 거짓 정보와 편견이 한국의 반난민 정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한국 인터넷상에서는 난민 수용 이후 유럽에서 성범죄가 늘어났다는 주장, 한국 내 외국인 범죄율이 높아졌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며 “이러한 근거 없는 소문들이 난민 반대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더힐 역시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 경제와 사회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대부분 잘못된 정보와 편견에 기반하고 있다”며 한국인들이 거짓 정보를 근거로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신이 본 난민을 대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

일부 외신은 난민 문제를 다루는 한국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특히 영국과 미국 매체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영국의 중동전문매체 더아랍위클리는 “한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난민 수용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대신 예멘인의 무비자 입국을 금지했다”며 “정부의 이러한 강경책은 한국 국민들의 이성적 판단을 가로막았다”고 지적했다.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는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두 매체는 “문 대통령도 피난민의 아들이다”라며 난민 문제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문 대통령의 태도를 꼬집었다.

미국 역시 문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문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 출신이기는 하지만 대선후보 시절 TV토론에서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난민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전했다. 더위클리스탠다드 역시 진보 성향인 문 대통령이 난민 문제에서는 진보적이지 않다고 보도했다. 더위클리스탠다드는 “북한에 우호적이고 큰 정부를 지향하는 진보주의자가 난민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며 “이러한 문 대통령의 태도는 서구의 진보주의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영국, 미국 외에 다른 국가 매체 중에서는 홍콩의 '홍콩프리프레스'가 가장 적극적으로 한국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홍콩프리프레스는 한국 정부가 케냐 난민을 돕기 위해 쌀을 기부한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는 가까이에 있는 난민보다 먼 곳에 있는 난민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하고 2013년 난민법을 제정한 한국은 난민 문제에 대해 동북아에서 가장 진보적인 국가였다”며 “하지만 최근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들을 대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는 난민 신청자의 대부분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일본, 홍콩의 태도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외신이 본 한국 체류 난민의 고충

한국 난민과 관련된 총 36건의 외신 기사 중 5건은 난민 신청자들이 한국에서 겪는 고충을 다뤘다. UPI가 5건 중 2건을 보도했다. UPI는 7월 10일,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들이 의사소통 문제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달 27일 보도한 기사에서는 이집트, 카슈미르 출신 난민 신청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역, 반인권적인 대우 등 한국 난민 심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반적인 문제를 비판했다.

5건 중 2건은 중동 지역 매체가 보도했다. '아랍뉴스'는 “제주도에서 예멘인에게 제공하는 일자리는 예멘인들의 특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현재 제주도에 있는 예멘인 중에는 대학생도 있고 상인도 있는데 이들에게 양식장이나 어선에서 일을 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랍에미리트의 '알아라비야'는 2년 전 전쟁을 피해 제주도로 온 예멘인 바쌈 모하메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난민 신청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전했다. 알아라비야는 “제주도에서 제공하는 일자리가 어업, 농업으로 한정돼 있어 도시로 나가고 싶지만 출도 제한 조치 때문에 발이 묶여있다”는 모하메드의 말을 전하며 예멘인들을 제주도 외에 다른 지역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 한국 정부의 조치를 비판했다.

일본은 한국과 예멘의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를 보도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한국 어선에서는 일꾼들에게 회를 식사로 제공하는데 예멘인들은 이에 익숙하지 않다”고 전했다. 또한 “예멘인들은 종교적 이유로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기도를 할 때가 있는데 한국인 고용주들은 이를 불성실한 태도로 본다”며 양국의 문화적 차이가 한국인 고용주들과 예멘 출신 노동자들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음을 지적했다.

외신이 본 한국 난민 문제의 미래와 해결책

대만은 제주도 난민 사태가 한국의 위기관리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타이완뉴스는 “단일민족 정서를 강조해 온 한국 사회가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앞으로 한국이 유사한 위기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난민 사태를 기점으로 만들어지는 난민 정책이 다문화, 이민정책 등 유사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매체는 이번 난민 사태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동북아의 난민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위클리스탠다드는 “한국과 일본은 유럽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난민 위기를 가까스로 피해왔다”며 “이번 제주도 난민 문제는 한국, 일본 등 동북아국가들이 더 이상 세계 난민 위기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한국이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난민을 적극적으로 보호, 수용해야 한다고 봤다. 홍콩프리프레스는 “한국 정부는 난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잠재우고 현재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예멘인뿐만 아니라 한국 내의 모든 난민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더위클리스탠다드 역시 한국 정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더위클리스탠다드는 “현재 한국 정부가 내놓는 (순찰 강화, 출도 제한과 같은) 난민 정책은 국민들의 불안을 단기적으로만 잠재울 수 있는 정책”이라며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변화하는 인구와 국제 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지속적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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