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대책 국민행동’을 통해 들여다본 난민 반대 정서

지난달 발생한 ‘제주 30대 여성 실종 사건’의 범인이 예멘 난민이란 소문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그들의 범행으로 의심할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실종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체의 정확한 사인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제주도에 머무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난민이 범죄자로 의심받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루머의 확산’은 난민에 대해 곱지 않은 국민 정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8월 7일 네이버에 ‘제주 실종 여성’을 키워드로 실시간 검색한 결과. (출처=난민대책 국민행동 카페)

 여론은 난민에 우호적이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7월 4일 설문조사한 결과, 예멘 난민 수용에 대한 반대 응답은 53.4%인 반면, 찬성은 37.4%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여성 실종 사건 외에도 난민 지원금과 혜택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내용 등의 가짜뉴스가 SNS를 타고 퍼져나가 인터넷 공간에 넘쳐난다. 

그렇다면 ‘누가’ ‘왜’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가. 질문에 대한 답을 ‘난민대책 국민행동’(이하 난대국)에서 찾아본다. 난대국은 난민 반대 여론의 중심에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난민 반대 모임이다. 난민 반대 집회의 주최측이기도 하다.

▲ 네이버카페 ‘난민대책 국민행동’ 메인화면. (출처=난민대책 국민행동 카페)

‘평범한 국민’임을 강조하는 사람들

난대국의 주 활동 공간은 네이버카페다. 온라인에서 의견과 자료를 공유하고, 집회를 준비한다. 6월 21일 개설된 카페는 두 달 만에 회원이 7천 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글도 19,000건이 넘는다. 난민 반대 온라인 커뮤니티 중 가장 큰 규모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카페 활동을 더 활발히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카페에 공개된 방문자 통계를 보면 6월 29일까지 게시글 총 조회자(10만6761명) 중 86.7%가 여성이었다. 이는 설문조사에서 여성 대다수가 난민 수용에 반대 입장을 밝힌 현상과도 일맥상통한다. 여성은 찬성 27%, 반대 60.1%로 반대가 우세했던 반면, 남성은 찬성 48%, 반대 46.6%로 집계 됐다. 연령별로 보면 30대가 가장 많았고, 40대와 20대가 뒤를 이었다. 

난대국은 정치세력과의 연결을 경계한다. 순수하게 난민문제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공지사항에서 자신들은 ‘중도 스탠스’이며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고, 우리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정치인 개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운영진은 특정 정치세력을 비하하는 내용의 게시 글과 댓글을 삭제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카페에는 난민과는 무관한 정치 이슈 관련 글들이 올라오곤 한다. 드루킹, 기무사 계엄문건, 북한 석탄 위장 반입 사건 등이 대표적인 예다. 집회‧행사 소식을 알리는 게시판에는 성주 사드 찬성 집회를 홍보하는 글이 있다. 6월 30일 열린 집회에서는 극우단체 ‘엄마부대’의 주옥순 대표가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고,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이 무대에 올라 연설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난대국 측은 이들과의 연관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반대를 가장한 혐오

난민 반대 집회는 2주에 한번 꼴로 열린다. 6월 30일 광화문 동화면세점에서 1차 집회가 열린 후 2차 집회 때부터는 장소가 전국 단위로 확대됐다. 지금까지 서울을 비롯해 인천, 대구, 광주, 제주 등지에서 총 네 차례의 전국 집회가 열렸다. 그들은 광장에서 ‘국민이 먼저다’를 외친다. 헌법 제 1조 2항(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을 인용해 정부가 난민 보호보다 자국민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인 목표로는 난민법과 무사증제도 폐지 등이 있다. 이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홍보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무사증폐지 #차별금지법폐지 #난민법폐지’처럼 SNS에 해쉬태그(#) 달기 운동도 한다. 무사증 제도는 제주도가 지난 2002년부터 관광객 유치를 위해 테러지원국을 제외한 일부 국가의 외국인에 한해 비자 없이 입국 및 한 달간 체류가 가능하도록 시행한 제도이다. 지난 5월 500여명의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에 입국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들이 이토록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데 내세우는 대표적인 근거는 범죄 증가다.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다. 회원들은 각자가 찾은 무슬림 범죄 사례들을 ‘난민/이민 범죄’ 게시판에서 공유한다. 제주 난민들이 이슬람 국가 출신이므로 난민과 이슬람인을 동일시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자료들 중에는 출처가 불분명해 사실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난민/이민 범죄’ 게시판에 ‘무슬림 유모 유아 살해 사건’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글. 공유된 유튜브 동영상 내용의 출처를 알 수 없다. (출처=난민대책 국민행동 카페)

난대국 회원들은 이슬람 문화나 사람 자체를 비하한다. ‘개슬람이 유모차 끄는 모습'이란 제목으로 게재된 글에는 부르카를 입은 여인이 유모차를 미는 사진이 있다. 이 글에는 ‘괴물 같아 보인다’ ‘흉물스럽다’ ‘갓난아이 자살폭탄 테러도 하는게 이슬람임’ 등의 댓글이 달렸다.

극단적인 혐오 표현도 난무했다. “난민을 본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며 ‘불응시 총살’이라는 내용이 담긴 글에는 지지하는 댓글 84개가 달렸으며 ‘좋아요’ 125개를 받았다. 카페 규칙에서 회원 간 정치적 비방을 금지한 것과 달리 이와 같은 혐오 표현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슬람 혐오는 컴퓨터 밖 세상으로 나오기도 했다.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들의 삶을 보여주는 KBS1 교양프로그램 ‘이웃집 찰스’에 무슬림들의 출연을 항의했다는 인증 글들이 올라왔다.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하는 ‘2018 할랄 푸드 페스티벌’도 난대국의 표적이 됐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 하에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총칭하는 용어다. 회원들은 국민신문고와 전화로 행사 개최에 대해 항의한 후 후기를 남겼다. 한국관광공사 홍보팀 박영희 차장은 “한 때 다른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항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 난민대책 국민행동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KBS1 프로그램 <이웃집 찰스> 항의 인증글.

다문화 정책 폐지 요구까지 이어져

혐오의 칼날은 무슬림에게만 향하지 않았다. 난대국 카페에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 정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인을 비롯해 외국인을 비하하는 내용의 게시들이 올라왔다. 하지만 칼날이 겨누는 곳에 백인은 없었다. ‘선진국과 백인은 좋은 외국인’ ‘중국, 아프리카 무슬림들은 쓰레기, 사회의 악’처럼 인종차별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다문화 개념 자체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회원은 어린이집 ‘다문화 이해 교육’ 날 아이를 결석시켜야 하는지 고민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세뇌교육이므로 그 날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라’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다문화 가정 지원 제도 폐지를 요구하며 여성가족부에 항의할 것을 촉구하는 게시물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국민의 세금을 외국인들을 돕는데 쓰면 안 된다는 논리였다.  

▲ 난민대책 국민행동 카페의 ‘강원도 속초시 근황’ 게시글에 달린 댓글. 게시글에는 해수욕장에 동남아, 중동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는 내용과 버스 터미널에서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 있다.

김민지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처럼 난민을 배척하고, 다문화를 혐오하는 목소리의 근본원인이 ‘양극화와 같은 분배의 문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보다 더 취약한 계층에게 화살을 돌리는 셈이다. 이를테면 ‘저 사람은 자격이 없어 보이는 데 왜 복지 혜택을 누리지?’라는 식이다.

더군다나 난민은 분리가 쉬운 대상이다. 언어, 인종, 문화가 다른 소수집단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타자화가 쉬운 특성 때문에 난민에게는 배제와 혐오가 다른 집단보다 더 쉽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의 존재가 노인 혐오에 제동을 걸 수 있지만 난민은 일상에서 마주할 일이 없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보다 먼저 이민자‧난민 문제를 겪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인식의 문제라 난민 반대론자들의 생각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혐오 의견이 제도나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일을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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