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백혈병 어린이를 위해 조혈모세포 기증신청 받습니다. 함께 나누십시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의 홍보행사에 찾아갔다. 서울지하철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5월 31일이었다. 역 안에선 조혈모세포 기증을 홍보하는 목소리가 들렸고, 형광색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팸플릿을 나눠줬다.

조혈모세포는 피를 만드는 어머니 세포를 말한다. 골수나 제대혈 속에 있다. 조혈포세포를 이식하면 재생 불가능성 빈혈이나 백혈병을 치료할 수 있다. 조혈모세포를 기증하려면 공여자와 수혜자 사이에 비혈연간 조직적합성 항원(HLA‧Human Luekocyte Antigen), 즉 유전자형이 일치해야 한다. 만 18세 이상, 만 40세 미만의 건강한 사람이 기증할 수 있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1997년 백혈병을 앓던 성덕바우만 씨가 서한국 씨로부터 이식을 받으면서 국내에서 관심을 끌었다. 당시 서 씨의 허리통증이 조혈모세포 기증의 부작용이라고 잘못 보도되면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다.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박철희 씨(44)는 “나처럼 엉덩이뼈를 통해 기증해도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 그 보도는 틀렸다”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말초혈을 기증했던 김유진 씨도 “기증과정이 헌혈과 정말 비슷했다. 생명을 살리는 과정이라 전혀 무섭지 않았다”며 인식이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의 박충민 팀장(38)은 홍보행사를 매달 연다고 했다. 조혈모세포 기증희망 등록자는 32만 9377명이다. 적지 않은 숫자이지만 공여자와 수혜자의 HLA형이 일치할 확률이 2만분의 1로 워낙 낮아서 50만 명을 목표로 한다.

기증자를 위한 혜택은 진료비나 유급휴가 보상금 정도에 그친다. 골수 조혈모세포가 아닌 말초혈 조혈모세포는 그나마 해당되지 않는다. 박 팀장은 “자원봉사 시간으로 인정이 된다면 0.1%라도 기증자가 더 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6월 3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조혈모세포 기증문화 확산 페스티벌’이 열렸다. 푸르덴셜 사회공헌재단이 주관한 공모전 프로젝트의 하나였다. 당선되면 1000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기획에 참여한 이수빈 씨(24)는 “처음에 조혈모세포가 뭔지 몰랐어요.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공부했는데, 알면 알수록 더 진심을 다해 준비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 배우 김명국 씨(왼쪽)가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그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의 홍보대사다.

현장에서 홍보대사인 배우 김명국 씨(55)를 만났다. 그의 아들은 2005년 어린 나이에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지 못하고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후 생명나눔운동본부,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의 홍보대사가 됐다. 매달 말, 서울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공원에서 조혈모세포 기증 홍보행사를 한 지 10년이 넘었다.

기자는 5월 31일 행사에서 인터뷰를 한 뒤에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했다. 서약서를 쓰고 혈액을 채취하는데 1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대학생 노유정 씨(22)는 “조혈모세포가 뭔지 몰랐는데, 소아암 어린이를 도와 달라는 말을 듣고 참여했어요. 아프지는 않았고, 간단하게 피를 뽑고 끝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대학생 박민지 씨(23)도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어제 술을 마셔서 등록을 못할 까봐 걱정했는데 상관없다고 해서 다행이죠”라며 웃었다.

조혈모세포는 두 가지 방법으로 기증할 수 있다. 하반신 마취를 통해 엉덩이뼈 부분에서 골수를 채취하거나, 헌혈처럼 팔의 말초혈관에서 조혈모세포를 채취하는 식이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는 매달 말, 마로니에공원에서 희망등록 홍보행사를 진행한다. 헌혈원에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적합성 검사를 위한 혈액을 5㎖ 정도 채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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