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충분히 길게 못 해서 미안해요.” 지난 5월 8일, 1시간 20분가량의 인터뷰를 마치고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가 한 말이다. 바쁜 화요일 낮 시간을 내주면서도 그는 더 인터뷰하지 못하는 걸 미안해했다. 급히 국방부로 갈 채비를 하던 중에도 “아, 책에 사인해드려야지”라며 기자를 살뜰히 챙겼다. 군사전문기자라는 타이틀 때문에 유 기자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다. 다소 공격적이거나 위압적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직접 만나본 그는, 너무나 소탈했다. 강한 어조로 기사를 썼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최초와 최고.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를 가장 쉽게 표현하는 수식어다. 그는 최초로 군사전문기자의 길을 갔다. “유용원을 모르면 군인이 아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군사전문기자의 최고(最高)다. 동시에 햇수로만 25년째 국방부를 출입하는 최고(最古)의 기자다. 조선일보 내 최다특종상도 기록 중이다. 그의 웹사이트 ‘유용원의 군사세계’는 5월 26일 기준으로 누적방문자 3억 7천만 명을 돌파했다. 같은 이름을 가진 유투브 채널 구독자는 5만 5천 명이다. 많이 본영상은 조회수 100만 건이 넘기도 한다. 그의 페이스북 팔로워도 4만 2천 명에 달한다. 어떤 기자도 온라인에서 유 기자만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다. 그에게 최초와 최고의 수식어가 알맞은 이유다.
 

애정이 8할이다
 

▲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 (유용원 씨 페이스북).

유 기자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군사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영화도 서부극이나 전쟁 영화를 좋아했다. 그는 “어릴 때 관심을 가져도 보통 나이 들면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저는 고등학교, 대학교 때까지 계속 관심이 있었죠”라며 “만약 운동을 잘했으면 사관학교를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군사에 애정을 가졌던 그는 기자가 된 후 그 애정을 취재에 녹였다. 2001년에는 한국 언론 최초로 프랑스 라팔 전투기의 탑승 취재를 했고, 2008년에는 미국 이지스함 채피의 한국 언론 첫 동승취재를 했다. 이밖에도 군이 향하는 곳에는 유 기자도 있었다. 국내외를 오간 다양한 취재에 그는 “취미가 직업이 돼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가 하는 비판도 애정을 바탕에 두고 있다. 유 기자는 “비판할 일이 있으면 비판한다. 하지만 절대 사감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군과 국방부, 국방부 장관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방부는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묵묵히 일하는 군인들을 모욕하거나 군을 비하해선 안 된다”라며 “국방부 장관과 군은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는 그의 칼럼에서도 드러난다.

송 장관은 김영철 방남(訪南)에 대한 불쾌감 표현이나 문정인 안보특보에 대한 비판 등 여러 차례 소신 발언을 해 보수층의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한·미 연합훈련 시 미국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올 필요가 없다"는 등 현 정부 코드에 맞추는 발언도 자주 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방부는 더 한심하다. 국방부 과거사위원회나 군 적폐청산위원회, 시민단체가 군의 존립과 대민(對民) 신뢰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발표나 주장을 펴는 데도, 국방부가 제대로 반박한 적은 거의 없다. 이런 국방부와 군이라면 앞으로 정권 핵심부가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킬 체인(Kill Chain)' 등 전력증강 예산을 대폭 삭감하자"고 해도 과연 '노(No)'라고 할 수 있을까.  (한국軍, 표범 만든다더니 고양이 될 판. 조선일보 2018년 4월 11일자 기사.)

군에 대한 애정은 그가 한 보도에서도 볼 수 있다. 유 기자는 '낡은 군인아파트 수두룩...軍사기 저하'기사에서 직업 군인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다뤘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영관급 장교와 부사관들이 15평형과 18평형 군인아파트에서 살았다. 아파트도 지은 지 20~30년 된 아파트였다. 유 기자는 “딸과 아들이 있으면 방을 하나씩 주고 부부는 마루에서 자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었다”라며 “해당 보도 뒤에 한 장교 부인은 울면서 고맙다고 전화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유 기자는 이 보도가 가장 보람찼던 기사 중 하나라고 꼽았다. 이밖에도 군 장병 내무반 문제를 다룬 기사를 의미 있던 보도라고 말했다.

유 기자는 애정을 말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한다. 그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유용원의 군사세계’와 기조실장으로 활동하는 사단법인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이 증거다. 유 기자의 웹사이트와 포럼에는 한가지 키워드가 있다. 바로 ‘멍석’이다. 다른 싱크탱크 단체가 전문가로만 구성됐다면, KODEF는 네티즌까지 포함한다. 그는 군사에 관심 있는 군 관계자뿐만 아니라 민간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큰 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사이트 회원들이 오프라인으로도 자신의 관심을 넓혀갈 수 있는 ‘멍석’이 KODEF인 것이다. 멍석을 깔아줬기 때문일까. 랭키닷컴에 따르면 ‘유용원의 군사세계’는 군대 커뮤니티 중 지속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취재원 보호는 철저히, 보도의 책임도 철저히

“무덤까지 가져갈 겁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어떻게 하나회 명단을 입수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유 기자는 1992년 월간조선에 근무할 때 하나회 명단을 최초로 보도했다. 유 기자는 취재원 보호를 철저히 한다. 그가 상대하는 취재원 다수가 기밀에 민감한 군인인 만큼, 취재원은 ‘무덤까지’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보호한다. 그는 후배들에게도 취재원과의 관계에서 ‘신뢰’를 최우선으로 놓을 것을 강조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보도에선 어떨까. 유 기자는 한 기사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핵추진 잠수함에 대한 보도다. 그는 2004년 1월 26일 '한국, 核추진 잠수함 개발키로'라는 보도를 했다. 당시 유 기자는 한국에서 핵추진잠수함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을 포착했다. 군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는 이를 공론화해, 본격적으로 추진되길 바랐다. 하지만 보도 이후 핵추진잠수함 논의가 중단되면서 그는 비난을 직면해야 했다. 일부 전문기자들은 당시 논의는 원래 중단될 예정이었는데 유 기자의 탓인 것처럼 됐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유 기자는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말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쉬움이 남는 보도”라고 했다.

▲ 유 기자의 재킷에 꽂힌 KSSN 배지.

KSSN. 그의 재킷 한쪽에 자리한 배지에 쓰인 문구다.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의 약자다. 현재 그가 운영하는 유용원의 군사세계에서는 한국형 원자력잠수함 건조에 대한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유 기자가 실장으로 있는 한국국방안보포럼에서도 꾸준히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에 관한 세미나를 열고 있다. 유 기자의 책임감이 취재원 보호뿐만 아니라 보도에서도 나타나는 부분이다.
 

우리는 유용원이 필요하다

유 기자의 신분은 취재기자다. 조선일보 논설위원도 겸하고 있지만 차장이나 부장과 같은 직함을 갖진 않는다. 1990년 2월 입사한 이래 지금까지 취재기자로 현장을 뛰고 있다. 좀 더 높은 자리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이에 대한 질문에 그는 ‘전문기자’의 길이 더 생명력 있다고 답한다. 유 기자는 “부장이나 국장 모두 2년 이상 못한다”라며 “전문기자는 평생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후배들에게 전문기자의 길을 추천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유 기자는 언론사를 준비하는 후배들과 입사한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당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분야, 당신만이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전문기자로 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종합일간지에선 입사 후 부서를 돌아다니는 사례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93년부터 국방부를 출입하고 있는 유 기자의 경우는 상당히 특수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유 기자도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본인의 노력만으로는 어렵고 회사의 배려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군사 문제는 사회적으로 가장 민감한 사안 중의 하나입니다. 북한의 도발, 안보의식, 방산 비리, 병역 비리, 군 인권 문제, 한미동맹, 군 개혁 등등. 그러다 보니 군사 문제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불신이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바로 이때 우리는 이 문제들에 대해 권위를 가지고 정리해줄 존재가 절실해집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그 역할을 할 사람 중에 유용원이 두드러집니다. (…중략…) 그러기 위해서 유용원은 그 특유의 열정과 신뢰로 가일층 정진해야 하며, 우리 사회는 그를 전문가로서 진지하게 대접하고 또 십분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하는가?』 중 정두언 전 의원 추천사)

정두언 전 의원은 한국 사회에 유용원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위와 같이 말했다. 실제로 그가 보여준 행보는 여태껏 기자들이 가지 않은 길이다. 말뿐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이는 기자. 보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웹사이트와 포럼을 지휘하는 기자, 국방부를 최장기간 출입하고 있는 기자 등. 한국에서 군사 분야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군사 분야를 다룰 그의 존재감도 마찬가지다. 전문기자의 길을 보여주는 첫 모델인 그의 길도 미래 후배들에게 중요하다. 유 기자는 오늘도 최장수 국방부 출입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군사전문기자의 역사를 매일 쓰는 중이다. 지금 한국 언론엔, 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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