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화정평화재단·21세기 평화연구소
주제=한미동맹과 동북아 안보
일시=2018년 6월 18일(월) 오후 2시
장소=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
사회=한기흥 동아일보 논설위원(21세기 평화연구소장)
강연=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 대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6월 12일 극적으로 성사됐다. 4시간 44분의 회담 끝에 공동성명이 나왔다. 서문에는 “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굳건하고 흔들리지 않는(firm and unwavering) 노력을 기울일 것을 재확인했다”고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보다 더 명확하게 할 수 없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목표나 시간표가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며 비판한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과 21세기 평화연구소가 ‘한미동맹과 동북아 안보’를 주제로 ‘제12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를 6월 18일 개최했다.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 대리가 마이크를 잡았다. 강연은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 한미동맹의 의미, 향후 가능한 대북지원의 형태 순으로 진행됐다.

▲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 대리가 강연하는 모습. (출처=화정평화재단)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이 상세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음을 안다. 하지만 공동성명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가 아니다. 상세하게 명문화한다고 얻고 싶은 것을 얻는 것이 아니다.”

내퍼 대사 대리는 북미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했다. 이어서 미국과 북한이 처음 만난 이번 정상회담은 “비핵화 과정의 시작점”이라며 “양국이 지향하는 목표를 담고, 진정성 있게 대화하기로 한 의지를 담은 문서”라고 표현했다.

공동성명이 과거 북한과 미국 간에 합의했던 문서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공동성명에는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한다고 명시적으로 언급돼있다. 과거에 합의한 내용도 아우르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번 회담이 과거와 다른 점은 하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 전까지 제재와 압박이 유지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아직은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 북한의 비핵화 과정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성과는 김정은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 강연을 마치고 질문을 받는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 대리. (출처=화정평화재단)

이어서 그는 지난 6개월 동안 한미동맹이 어느 때보다 공고했다고 말했다. 내퍼 대리대사는 한미 동맹이 양국의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평화와 번영이라는 공통 목표를 추구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이 한미동맹의 핵심축이라는 뜻이다.
 
때문에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주제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언급되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다만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은 북한의 비핵화가 옳은 방향(right direction)으로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미국과 한국은 훈련을 재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오히려 한미동맹의 필요성이나 방위비 분담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내퍼 대리대사는 “북핵 위기가 사실상 사라지고, 걱정하지 않을 지점에 이르기까지 아주 먼 길이 남았다”고 답했다.

또 북한이 비핵화의 방향으로 간다고 믿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동맹국은 준비태세를 갖추고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방위비 분담이나 동맹국 간에 짊어져야 할 책임을 동등하게 나눌(burden sharing)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퍼 대리대사의 이런 말은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염두에 두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이나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표현한 바 있다.
 
내퍼 대사대리는 그러면서도 동맹을 보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어떤 것에 대해 맞서는 동맹이고 다른 하나는 무언가를 위해 함께하는 동맹이다. 지금까지 한미 동맹은 6·25 전쟁 이후 정전협정을 토대로 대북 억지를 유지하는 동맹이었다. 북한 핵 위협이 사라진다면 ‘맞서는 동맹’이 아니라 ‘위하는 동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가 함께 지킬 수 있는 가치로 평화나 안정, 번영을 들었다. 한미 양국은 인도양의 해적이나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를 공동으로 퇴치한 경험이 있다. 이런 사례를 들며 내퍼 대리대사는 “굳이 어떤 것에 대해 맞서는 동맹뿐 아니라 평화나 안정의 가치를 지키는데 함께할 수 있다”고 했다.
 
대북 투자가 진행된다면 미국이 어떤 형식으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내퍼 대사대리는 “에너지 분야나 인프라, 로지스틱스(물류 유통)라든가 트럼프 대통령도 언급한 원산·갈마지구 또는 마식령 스키장 같은 관광산업이 떠오른다”고 답했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에 걸리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계속 지켜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 대리

미국 국무부 소속 고위 외교관으로 2017년 1월부터 주한 미군 대사관 대사 대리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2015년 4월 대사관 차석으로 한국 근무를 시작하기 전엔 국무부 일본과장 및 인도과장을 지냈고, 초기에는 주이라크 미대사관 정무참사관, 주일 미대사관 정치과장보, 주베트남 미대사관 정무참사관 등을 역임했다.

1993년~1995년, 1997년~2001년에도 주한 미대사관에서 근무했고 대한민국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해 광범위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국무부 중국과 및 몽골과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일본 근무 당시 월터 먼데일 대사를 보좌했다. 1997년엔 영변 핵시설 사용후 핵연료팀의 국무부 대표로, 2000년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평양 방문 선발대의 일원으로 북한을 두 차례 방문했다.

국무부에서 ‘올해의 어학자상’ 및 세 차례에 걸친 ‘최고 명예 표창’ 등을 받았다. 프린스턴대에서 정치학을 전공, 동아시아학을 부전공해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후 동경대에서 대학원 연구생으로 2년간 재학했으며, 미들버리대의 집중 일본어 과정, 미육군 대학원, MIT대의 세미나 XXI 과정을 마쳤다. 한국어, 일본어, 베트남어에 능통하다. (출처=화정평화재단 월례강좌 안내문)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