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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단기 알바
이채은 기자 | 승인 2018.06.18 00:02


윤수찬 씨(22)는 지난해 8월, 군 입대를 두 달 앞두고 여자 친구와 여행을 가기로 했다. 생활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여행경비까지 마련하려고 구직 사이트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았다.

공고 하나가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6시간동안 상품 행사장에 사람을 모으면 일급 8만 원에 보너스를 준다는 아르바이트였다. 그는 당장 이력서를 보냈다. 일을 하기로 정해진 날, 그는 아침 8시부터 지하철을 타고 근무지로 향했다. 하지만 두 시간 뒤,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는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상품 사용 후기 설문조사를 받아야 했다. 1시간에 설문지 10장을 받아와야 시간 당 1만 원을 준다고 했다. 공고에 나온 8만 원은 6시간에 60장을 모두 채우고 일을 잘하면 받는 보너스를 합한 금액이었다.

무더운 여름, 길 한복판에서 실명을 밝히고 5분이 넘는 설문조사에 응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시간이 넘도록 1장의 설문조사도 받지 못하자 그는 결국 중간에 포기했다. 왕복 3시간과 교육까지 5시간을 날린 셈이었다.
 
황제아 씨(22)도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했다. 한 달 동안 기숙학원에 살며 매일 아침 6시 30분부터 밤 11시 30분까지 자습을 감독하고 공부 상담을 하는 일이었다.

첫 날, 황 씨를 포함한 ‘보조 선생님’들은 무작위로 ‘헬퍼’와 ‘1대1 선생님’으로 나뉘었다. 공고에는 없던 역할이었다. 황 씨는 헬퍼로서 여러 명의 학생을 가르쳤다. 1대1 선생님은 자신이 짠 시간표에 따라 학생을 1대1로 가르쳤다. ‘보조 선생님’이라는 하나의 역할로 뽑혔기에 둘의 업무량은 달라도 급여는 같았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학생 600명의 책상 및 의자 재배치, 학부모 응대 및 전화 상담, 무전기 및 간판 설치, 강당 청소 등 잡무를 해야 했다. 주 업무보다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사전공지에는 ‘잡무가 있을 수 있음’이라고만 나왔다. 월급은 최저시급과 주휴수당을 전혀 지키지 않은 수준이며, 보너스 수당금액은 주휴수당에 못 미치는 2만 원이었다.

▲ 대학생의 구직고충.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 알바몬에 따르면 대학생의 구직고충 1위는 ‘원하는 기간만 일할 수 없다는 점’(21.9%)이었다. 군 입대를 두 달 앞두었던 윤 씨, 그리고 학기 중에는 과제나 동아리 때문에 장기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는 황 씨처럼 많은 대학생이 짧은 기간 일하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는다.

‘단기 알바’라는 단어는 알바몬 사이트에서 부동의 검색어 1위. 하루에 1200개 정도의 공고가 올라온다. 일일 알바부터 1주일, 1개월 등 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 구직자의 눈을 사로잡은 공고에는 1000개 이상의 ‘관심있어요’가 달려 있었다.

대학생 14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58.6%가 단기 알바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많은 대학생이 찾지만 일하는 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겪을 때가 많다.

▲ 알바몬의 검색어 순위.

“더 이상 시킬 일이 없네요. 내일부터 출근 안하셔도 돼요.” 최다라 씨(24)가 업무 종료 열흘 전에 상사에게서 받은 문자다. 1월 15일부터 2월 21일까지 일한 뒤였다.

최 씨가 일한 곳은 대형 기획사였다. 업무는 인터넷 자료조사 및 문서 작성. 첫 날 근로 계약서를 작성할 때, 담당자는 “업무는 2시부터 하기로 하죠, 괜찮죠?”라고 했다. 오후 1시부터 7시였던 업무시간을 마음대로 바꿨다. 근무가 1시간 줄어들면 그만큼 급여가 줄지만 최 씨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2월 5일에 들어와야 하는 1월 월급은 소식이 없었다. 사측에서는 나중에 주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2월 말까지 밀린 두 달 치 월급이 들어오지 않자 최 씨는 근로일지를 증거로 노동청에 임금체불 신고를 했다. 바로 다음 날에 월급을 받았다.
 
최 씨처럼 급여를 제때 못 받는 일은 흔하다. 알바몬에 따르면 1305명 중 41.5%가 ‘임금체불’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담당자와의 지속적 연락이 어려운 단기 아르바이트에서는 임금체불이 더욱 심했다.

▲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체불.

축구 경기장에서 일일 아르바이트를 했던 김하은 씨(23)는 일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돈을 받았다. 담당자는 “곧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법적으로는 퇴사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정산이 끝나야 하지만 미루는 일이 많다.

근무일지 등 증거자료가 충분하면 빨리 해결되지만 “신고 자체가 전화로는 불가능하고 인터넷 민원접수만 되는데다 증거가 없는 경우 빠른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보통은 기다리는 쪽을 택한다”고 최 씨는 말했다.
 
임금체불이 아니라면 증거를 모으기조차 쉽지 않다. 업주가 은근슬쩍 말을 바꾸고 더 많은 일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잡일 있을 수 있음’ 혹은 ‘유동적 업무 시간’ 등 애매한 문장을 사용했다. 실제로는 잡일이 주 업무보다 많고, 업무 시간은 2, 3배로 늘어난다.

신성훈 씨(28)는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지원했는데 카페는 사전합의 없이 3개월짜리 단기직원으로 바꿨다. 업주는 “직원이니까”라는 말을 반복하며 하루 8시간이던 일을 12시간으로 늘렸다.

정세영 씨(21)는 지인소개로 홍보영상에 출연하는 일일 아르바이트를 했다. 담당자는 3~4시간 정도 예상한다며 시간이 더 걸리면 돈을 더 주고, 식비와 식사시간도 보장한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준비까지 합해서 아침부터 12시간을 밥도 못 먹고 촬영했다.

업주들은 이러한 관행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였다. 해외 음악공연에서 통역을 했던 오수미 씨(22)는 잔심부름, 세트 뒷정리, 영상출연 등 잡일을 더 많이 했다. 아르바이트생이 3일 동안 과다한 업무에 힘들어하자 감독은 “원래 통역이라고 말해도 스태프 일 시키려고 뽑는거야”라고 말했다.

식당에서 한 달 간 아르바이트를 했던 한동재 씨(23)는 “내가 작은 실수를 해도 사장이 비속어를 쓰고 손님이 있는 데서 매일 욕을 했다. 이렇게까지 돈을 벌어야 되나 싶은 마음에 너무 분하고 자존감마저 떨어졌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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