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서울국제여성영화제
후원=여성가족부
일시=2018년 6월 4일(월) 오후 2시
장소=메가박스 신촌 2관
사회=이지혜(전 맥스무비 기자)
발표 및 토론=정현백(여성가족부 장관) 권김현영(여성주의 연구활동가) 신희주(여성문화예술연합 감독) 원민경(법무법인 원 변호사) 이영진(배우)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하나로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주제는 #Metoo와 #Withyou. 행사는 영화 ‘아니타 힐’을 관람하고 시작했다. 미국 대법관 후보였던 클레런스 토마스와 함께 일했던 아니타 힐의 ‘직장 내 성희롱’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힐은 성적인 농담과 여성비하 발언을 토마스가 했다고 폭로했다. 청문회가 열린 1991년에는 ‘직장 내 성희롱’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다. 그는 2차 피해에 시달렸다. 참석자들은 다큐멘터리를 감상하고 미투 운동의 의의와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를 맡은 이지혜 전 맥스무비 기자는 “힐의 증언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데이트 신청으로 시작해서 성적인 농담으로 이어지는 루트는 어쩌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똑같을 수 있냐”고 한탄했다. 그는 인사청문회를 거친 장관에게 많은 생각이 났을 것 같다며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질문했다.
 
정현백 장관은 “힐이 청문회에 나왔을 때 얼마나 무서웠을지를 생각해봤다”고 운을 띄웠다. 힐이 나온 미국 상원의 법사위원회 청문회를 보면 질문자가 모두 백인남성이다. 토마스는 결국 대법관에 임명됐지만 미국 고용평등위원회에서 성희롱 신고가 2배 이상 늘었다고 정 장관은 설명했다.

▲ 미투를 주제로 열린 토크콘서트의 모습. (출처=서울국제여성영화제)

당시 힐은 “침묵의 문화를 끝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할리우드성폭력척결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이 한국에서도 활발해졌다.

신희주 여성문화예술연합 감독은 해시태그 운동에 대해 정리했다. 이 운동은 2016년 10월 17일 남성 오타쿠가 미성년의 여자 친구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사실이 알려진 ‘#오타쿠내_ 성폭력’ 해시태그로 처음 시작됐다. 이후 교회, 교육, 대학, 디자인, 힙합 등 각 분야로 퍼졌다. 온라인상에 2016년 10월에만 3만 건 이상의 폭로가 공유됐다며 신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해시태그 운동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에서의 경험도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기인한 것임을 알렸다. 가장 중요한 건 피해자들끼리 연대해 조직화를 했다는 점이다.” 여성문화예술연합은 피해자 단체가 모인 조직.

정현백 장관은 해시태그 운동으로 문화예술계에 성폭력이 만연하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화체육관광부 프로젝트가 남성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여성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진은 “배우 인생 처음으로 내 이름이 YTN 뉴스에 대문짝하게 나왔다”고 웃으며 회상했다. 그는 김기덕 감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터질 게 터졌다고 평가했었다.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목소리들이 많다. 목소리들이 계속해서 가부장제를 균열내고, 그 사이로 오는 빛이 환하게 비춰졌을 때 우리 사회가 더 밝아질 것이다.”

원민경 변호사는 2009년 배우 장자연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마음이 아픈 사건이다. 그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많은 방송사들이 관심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균열은 이미 시작됐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성평등 사회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가 계속 커졌다. 한편으로는 이들에 대한 공격도 늘었다. 어느 아이돌은 ‘82년생 김지영’ 책을 읽었다고 인증을 했다는 이유로 악플을 받았다.
 
배우 이영진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누군가가 남성의 성기사진을 여러 차례 보냈다. 잘못 판단한 건가라는 생각에 자기검열을 하기도 했지만 지지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옳은 방향으로 간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는 “생각보다 미투와 위드유에 큰 용기가 필요하다. 담대함이 요구되는 일이다”라고 했다.

여성주의 연구활동가인 권김현영 씨는 제도적 장치와 대중의 불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국내 법제도는 놀랍게도 괜찮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다른데 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의 조사에 따르면 법의 도움을 청한 사건일수록 2차 피해가 극심했다.

원민경 변호사는 무고죄와 관련한 2차 피해를 거론했다. 국내에서는 누군가에 의해 고소를 당하는 순간부터 피의자가 된다. 성폭력 피해자를 가해자가 무고죄로 고소하면 무고죄 수사도 함께 진행된다. 원 변호사는 “법조인 사이에서도 가해자의 문제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고사건 수사를 보류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계 피해에 대해 정현백 장관은 “공공기관의 경우 기관장의 책임을 묻되, 징역형까지도 가능하다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문화예술계에는 다양한 형태의 종사자가 있다”며 다른 방식의 압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제가 있는 기획사나 단체에 대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진흥기금 심사에서 감점을 주거나 배제하는 방법을 예로 들었다.

대화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의 해법으로 넘어갔다. 유럽은 노조의 힘을 강화해 성평등 조직을 이끌고, 북미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 기업에 압박을 가한다. 국내에서는 2000년 롯데호텔 성희롱 사건에서 피해자 270명이 소송을 걸었던 사례가 있다.

권김현영 씨는 일부승소 판결이 나왔지만 노조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깎이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원스트라이크제 엄벌주의를 도입했는데,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신고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이야기는 성차별의 고리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으로 이어졌다. 정현백 장관에 따르면 공무원의 95%가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은 부족하다. 권김현영 씨는 “토론의 장을 마련할 교사조차 양성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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