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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방치 자전거
김진현 기자 | 승인 2018.06.18 00:03

 

4월 16일, 오후 5시 11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지하철 8호선 강동구청역 주변. 자전거 거치대에 자전거가 늘어섰다. 일부 자전거는 손잡이와 체인에 손을 대기만 해도 녹이 묻어나왔다. 일부 자전거는 바퀴에 바람이 빠진 상태. 안장이나 페달이 없는 자전거도 보였다.

이렇게 방치된 자전거에는 주황색 스티커 교부장이 붙는다. ‘귀하께서 2018. 4. 17까지 자전거를 이동시키지 않을 경우 <자전거 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20조 및 동법 시행령 제11조>에 의거 강제매각 처분되오니 이점 유념하시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협조바랍니다.’

같은 장소에 자전거를 10일 이상 무단으로 내버려둬 통행을 방해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이동·보관·매각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의 통계(자전거 이용 현황)를 보면 2016년 수거된 자전거는 2만 7571대다. 절반가량인 1만 6419대가 서울에서 수거됐다.

▲ 방치된 자전거에 부착된 교부장.

방치된 자전거는 보행자뿐 아니라 자전거 이용객에게 불편을 준다. 4월 17일 오후 6시 1분.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2호선 대림역을 찾았다. 5번과 8번 출구 사이에 자전거 거치대가 있다. 한쪽에는 자전거 2대를 하나의 잠금장치로 묶어놔 이동시킬 수 없게 했다. 그 사이에서 시민이 자기 자전거를 빼려고 했다. 3분 이상이 걸렸다. 강동구청역 주변도 비슷했다. 김재형씨(14)는 자기 자전거를 꺼내려고 방치 자전거 4대를 옮겨야 했다.

바구니가 달린 채 방치된 자전거는 쓰레기통이나 마찬가지였다. 기자는 9개 역을 돌아다녔다. 강동구청 구로 구로디지털단지 대림 신림 신풍 올림픽공원 잠실 천호. 모두 비슷했다. 대림역에 방치된 자전거에는 종이컵, 전단, 교부장이 보였다. 다른 자전거는 우산, 생수통, 우유, 비닐 봉투. 쓰레기가 가득한 바구니에 시민이 쓰레기를 던지고 지나갔다.

▲ 자전거 바구니를 쓰레기가 채운 모습.

일부 방치 자전거는 광고판처럼 쓰였다. 4월 26일 오후 7시 32분, 지하철 2호선 구로역과 AK플라자 입구 사이. 방치된 자전거에 코팅 처리된 종이가 보였다. ‘가려움으로 고생하시는 분.’ 구로디지털단지역 앞의 자전거에는 이런 광고전단이 더 많았다.

▲ 광고판으로 이용되는 방치 자전거.

4월 26일 대림역 앞의 자전거 거치대를 방문했을 때는 지난번에 봤던 자전거가 계속 보였다. 교부장 날짜(4월 18일 또는 20일)대로라면 이미 수거했어야 한다. 영등포구청 교통행정과 김지혜 주임은 “주중에 매일 단속을 하지만 날짜가 지났다고 바로 수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영등포구는 계약을 체결한 업체가 방치 자전거를 수거하고 처분하도록 했다.

4월 30일 송파구 강동구청역 주변을 찾았을 때에도 날짜가 지난 교부장이 붙어있었다. 송파구청 교통과의 이다연 주임(자전거교통팀)은 “자전거가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바로바로 처분하지 않고 행정기간을 2주 정도 두고 처리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2009년 개정한 ‘자전거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이용객은 주차장이나 보관소 이외에 자전거를 무단방치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통계를 보면 방치 자전거가 2013년 8482대에서 2016년 1만6419대로 늘었다.

일본은 방치 자전거를 적극 단속한다. 1994년 ‘자전거 안전 이용 촉진 및 자전거 등의 주차 대책의 종합적 추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도시별로 자전거를 철거하고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방치 자전거를 정의하는 기준도 우리나라보다 세밀하다. 상점을 이용하기 위해 잠깐 자전거를 세워놓아도 지자체가 수거할 수 있다. 일본 교토시는 거치대나 주차구역 이외의 장소에 자전거를 세우면 바로 견인한다. 1대 당 2300엔(약 2만 2000원)을 내야 찾아갈 수 있다.

한국은 임시로 주차한 자전거가 길을 막더라도 수거할 수 없다. 송파구청 이다연 주임은 “잠깐 세워놓는 자전거는 수거할 법적 근거가 없다. 교부장을 붙여도 주인이 바로 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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