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나 씨(25)는 버스를 탔다가 사고를 당했다.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가 속도를 올리는데 택시가 끼어들면서 급정거를 하면서였다.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장 씨는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굴렀다.

병원에서 전치 2주의 타박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3일 동안 입원한 뒤에도 물리치료를 받았다. 장 씨는 “처음에는 크게 아프지 않았는데 목과 허리 근육이 점점 부어올랐다. 실제 충돌이 없어도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병원을 가야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위해정보 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 1분기부터 2018년 1분기까지 급정거 또는 급출발로 다치는 버스승객이 분기별로 많게는 20명에서 적게는 8명으로 나왔다.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급출발과 급정거가 잦은 서울 시내 5개 구간을 살펴봤다. 교통안전공단 운행기록분석시스템(eTAS)에서 버스의 운행기록장치를 통해 위험운전행동기록을 볼 수 있다. eTAS의 GIS자료에 따르면 △신림역~서울대입구역 △혜화역~혜화로터리 △신촌역 △신논현역~강남역 △서울역~숙대입구역이 위험운전행동 빈발구간으로 나타났다.

▲ 서울시내 위험운전행동 빈발 구간.


혜화역~혜화로터리 구간을 찾았다. 4월 23일이었다. 비가 많이 내려 도로에 웅덩이가 생겼다. 차량은 날씨 탓에 서행운전을 했다. 하지만 혜화로터리에서 혜화역으로 가는 버스는 곡예운전을 했다.

혜화로터리 전까지는 버스전용중앙차로가 있지만 혜화역까지의 구간은 가로변 버스정류장이기 때문이다. 2개 차로가 있었지만 1차로 곳곳에는 화물차나 택시가 정차한 상태. 버스는 이런 차를 피해 차로를 계속 바꿨다. 제시간에 버스가 도착하지 않으면 낮은 점수를 받고 회사에 불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기사들은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했다.
 
버스기사 신종덕 씨(52)는 “전체 구간을 시간 안에 돌면서 배차간격도 지켜야 한다. 여하튼 시간을 못 지키면 한소리 듣는 것은 우리”라고 말했다. 버스기사 김정환 씨(44도 “비 오는 날은 그래도 조심히 운전하니까 말이 덜 나온다. 날씨가 좋으면 오히려 버스 좀 늦게 왔다고 민원을 넣는다”고 말했다.

▲ 혜화역 버스정류장.

신촌로터리는 더 복잡했다. 버스전용중앙차로를 달리던 차량은 신촌로터리에 가면서 가로변 버스정류장을 향해 차로를 옮겼다. 여기에 마을버스가 합류하면서 도로가 엉켰다 풀어지길 반복했다. 신호 대기시간은 1분 20초. 빨리 지나지 않으면 허비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신촌역 버스정류장이 가까워지자 류지현 씨(22)는 교통카드를 미리 태그했다. 류 씨는 “나름의 요령이다. 내리려고 일어서 있다가 버스가 멈추면 넘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촌역에서는 급가속이 9506건(eTAS 4월 기준)으로 다른 위험운전행동에 비해 많았다.

eTAS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4월까지 서울 시내버스의 급가속, 급출발, 급감속, 급정지와 같은 위험운전행동이 100km당 평균 33.4회로 나타났다.

위험운전행동이 자주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 승객은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 4월 19일 신논현역~강남역 구간의 정류장에서 휘청거리며 내린 김채원 씨(30)는 “버스 기사와 눈치싸움을 한다. 준비를 안 하면 시간이 지체되니까 눈치 보이고, 미리 서 있으면 급정거 때 위험하다”고 말했다.

▲ 버스에 ‘손잡이를 꽉 잡아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책지원과 버스기사의 안전운전이 모두 필요하다. 한국운수산업연구원 박원일 연구원은 “버스경영 및 서비스 품질평가 항목의 ‘정시성’ 점수 탓에 급가속과 같은 행동을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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