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을 받고 나와야지.”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자주 듣는 말이다. 정당공천을 받아야 당선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서울시 구의원 419명 중 무소속은 3명에 불과하다. 당선되라면 공천을 받으라는 말이 합리적으로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구의원 프로젝트는 평범한 사람이 정치에 참여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가장 작은 단위의 선출직인 구의원에 도전해 동네부터 바꾸자는 움직임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4명이 후보등록을 마쳤다.

▲ 무소속인 차윤주 후보가 지하철역 근처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안녕하세요. 구의원 후보 차윤주입니다.” 차 후보(36)는 4월 13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6호선 대흥역 2번 출구 앞에서 혼자 선거유세를 했다. 길 건너편에선 구청장 후보가 2~3명의 당원과 함께 선거운동을 했다.

차 후보는 서울 마포 나 선거구에 출마했다. ‘소속은 우리 동네’라는 띠를 둘렀다. 버스가 오는 시간대가 되자 가까운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자의 질문에 답하다가도 “안녕하세요. 구의원 후보 차윤주입니다”를 말하기 바쁘다.

그는 구의원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출마했다. 회사를 그만두려고 하자 주변에서 다들 말렸다. 그러나 “10년 정도 훈련받은 기자가 구의원으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 주겠다. 가장 가치 있는 일이 구의원 출마라고 생각해서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차 후보가 정치에 참여한 계기는 2015년 7월 아파트 동대표에 당선되면서다. 물청소에 검은 돈이 오가던 아파트 관리실태를 보고 고발장을 쓰며 나섰다. ‘물청소 열사’라는 별칭이 생겼다.

구의원 출마소식이 알려지자 어느 국회의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거절했다. 정당에 들어가면 지역이 아니라 공천을 받기 위해 일한다는 이유에서다. 차 후보는 정치인을 꿈꾸지 않는다. 그는 “국회의원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하고 싶지도 않다”고 답한다.
 
무소속 후보에 대한 시민의 시각은 다양하다. 버스정류장 앞에서 인사를 받은 50대 여성은 “구의원 후보로 나온 사람은 대부분 지역 토박이다. 젊은 사람이 해서 신선하다”고 말했다. 진민석(42) 씨는 “솔직히 구의원이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명함만 봐서는 공약을 알 수 없어서 철밥통 하나 나왔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말했다.
 
구의원 프로젝트는 독립서점 ‘퇴근길 책한잔’의 대표인 김종현 씨(35)가 제안했다. 그는 서울 영등포 라 선거구에 도전하려다가 불출마를 선언했다.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새로운 선거방식과 무소속 후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세간의 인식을 꼽았다.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조차도 기존 후보와 다른 후보를 보면 어색해한다. 자신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는 출마를 준비하다가 선거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가장 먼저 무소속 출마자가 후보 등록할 때 필요한 추천서를 꼽았다. 공직선거법 제47조에 따르면 정당은 소속 당원을 후보자로 추천할 수 있다. 정당공천을 받으면 출마가 가능하다.

반면 무소속 출마자는 추천서를 준비해야 한다. 같은 법은 ‘무소속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는 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 5일 전부터 검인하여 교부하는 추천장을 사용해 선거권자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의원에 출마하려면 50인 이상, 100인 이하의 추천이 필요하다. 김 씨는 “추천서를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선관위가 배포하는 양식대로, 추천자의 주소까지 써서 받아야 한다. 이 정도면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냐”고 말했다.

김 씨는 프로젝트 웹사이트를 만들고, 블로그를 통해 홍보하고, 페이스북 페이지로 유권자와 소통했다. 그는 구프를 통해 생긴 작은 변화가 이어진다면 한국의 선거방식도 변할 거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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