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결혼한 교사가 애 먼저 갖고, 그 다음 결혼한 교사가 나중에 가지면 되잖아.” “(교사 2명이 임신하여) 내가 지금 당황스럽다. 대체교사를 3명을 쓸 수는 없으니 내년에 애를 가져라.”

서울의 어느 어린이집 원장이 2017년 2월 보육교사에게 했던 말이다. 교사들의 ‘임신순번’을 강요한 셈이다.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원장의 발언이 보육교사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여성차별 금지에 어긋난다고 같은 해 10월에 판단했다. 서울시장에게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모성보호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준수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던 이유다. 서울시의 이윤상 시민인권보호관은 “임신순번제가 논란이 된 적은 많지만, 인권침해로 판단한 사례는 서울시가 처음”이라고 했다.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 제도가 시행 5주년을 맞았다. 지방자치단체 최초의 독립적 인권침해 구제기구. 서울시가 담당하는 기관이나 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한다. 침해를 당한 사람 또는 제3자가 서울시 인권담당관에 신고할 수 있다.

시민인권보호관 제도는 2013년 1월 서울시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대됐다. 인권옴부즈만, 시민인권옹호관 등 용어는 다르지만 광역 지자체 8곳(서울 광주 대전 대구 전북 전남 충남 경기)과 기초 지자체 6곳(경기 수원시, 서울 성북구, 경기 광명시, 서울 은평구, 광주 광산구, 경기 고양시)이 운용한다.

지난해 전국인권보호관협의회 대표였던 수원시의 박동일 인권보호관은 정확한 현황파악이 어렵다고 했다. “지자체 인권보호관이 시에 1명, 많아야 2명이기 때문에 관련 사안을 전국적으로 논의하도록 협의회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 제도의 시작은 2012년 제정된 ‘서울특별시 인권 기본 조례’다. 조례에 따르면 상임 시민인권보호관은 5명까지 임용할 수 있으나, 지금까지 3명이 근무하는 중이다.

2016년 6월 조례를 개정하면서 합의제 형식의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구제위)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구제위원회는 3~5명의 상임 시민인권보호관으로 구성한다. 상임 보호관은 임기제 공무원이며, 비상임 보호관은 시장이 위촉한다.

시민인권보호관이 5년 동안 처리한 사례는 498건이다. 같은 사람이 같은 사건으로 반복 신청했던 경우를 제외하면 472건이다. 처리결과는 표와 같다.

▲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 처리결과.

처리결과는 각하가 35.2%로 가장 많다. 조사 중 해결되거나 시정권고를 통해 피해를 구제한 사례는 23%(110건)다. 각하사례가 많은 이유는 시민인권보호관의 조사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다.

시민이 시민인권보호관에게 신청하는 인권침해 피해는 어떤 내용일까. 유형별로 보면 인격권 침해(22.7%)가 가장 많다. 다음은 차별(12.5%) 직장 내 괴롭힘(11.9%) 직장 내 성희롱(8.7%) 신체의 자유(7.6%) 순이다.

▲ 시민이 신청한 인권침해 사례.

이윤상 시민인권보호관은 인권보호관 제도가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했다. 인권침해가 없어서 접수되는 사건이 적은 게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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