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93조.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에 할당된 예산이다. 행정안전부의 ‘2017 행정자치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에 비해 8조 이상 늘었다.

지방의회는 지방 살림에 새는 곳은 없는지,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는지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예산과 결산 심사를 통해서다. 하지만 지방의회가 이 일을 잘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론도, 시민도 큰 관심이 없다.

지방의회는 예산안과 결산안을 어떻게 심의할까. 재정 감시기능은 잘 수행하는 중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16개 광역자치단체의 원안통과율을 분석했다. 원안통과율이 높다는 말은 지자체가 제출한 예산이 무사통과하는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높으면 의회의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분석방식은 다음과 같다. 16개 광역의회에 제출된 예산안과 결산안의 원안이 가결됐는지, 수정되고 가결됐는지를 따졌다. 정보공개를 청구해서 확보한 자료와 지자체의 의안통계 페이지를 참고했다. 기간은 민선 6기가 출범한 2014년 7월 1일부터 올해 6월 5일까지다. 단, 지자체의 기금은 예산과 성격이 달라서 제외했다.

 

▲ 16개 광역자치단체의 예결산안 원안통과율.


 
분석결과를 보면 16개 광역자치단체의 평균 예결산안 원안통과율은 약 45%다. 10건의 예결산안 중에서 4~5건이 수정 없이 통과된다는 뜻이다.

민선 4기의 예결산안 원안통과율을 분석했던 경실련 자료(기금 포함)에 따르면 당시 원안통과율은 48% 정도였다. 지방의회의 원안통과율이 50% 안팎임을 보여준다.

원안통과율이 가장 낮은 곳은 충북으로 25%였다. 경기(32.61%) 부산(34.38%)이 뒤를 이었다. 반면 원안통과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북으로 57.1%였다. 대전(56.82%)과 충남(52.38%)이 다음이었다.

이런 현상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좋은예산센터의 채연하 팀장은 “예산안과 결산안을 구분하지 않고 원안통과율만으로 평가하는 방식은 무리가 있지만 의회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감시기능을 제대로 못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원득 경기연구원 연구원은 논문에서 “지방의회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상임위원회에서 일차적으로 심의⋅의결한 원안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세부 수정 정도만 하는 미세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의회가 재정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하는지 의문이라는 뜻이다.

지자체별로 원안통과율에 차이가 나는 원인으로는 지자체별 상황과 의회 및 단체장의 정당분포가 이유로 꼽혔다. 청주대 손희준 교수(행정학과)는 “민선 6기 시절, 제주도에서는 원희룡 지사와 도의회가 예산삭감과 추경통과를 두고 크게 갈등을 빚었다. 이러한 맥락이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오세제 박사는 “의장과 지자체장의 소속 정당이 다르면 원안통과율이 낮아진다는 합리적인 추측이 가능하다”면서 “경기도의회는 연정을 하지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남경필 도지사와 정기열 도의장의 소속 당이 다르다”고 말했다.
 
지방의회가 재정 감시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세제 박사는 전문성 문제를 들었다. 예산의 삭감이나 증액을 통해 지자체의 재정 낭비를 줄이려면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말이다.

그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예산안 심의 경험과는 무관하게 구성된다는 지적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채연하 팀장은 “지방의회에서는 (의원의) 지원인력 또는 지원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국회입법조사처가 의정활동을 돕는다.

현역 의원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서울시의회회 최판술 의원(민주평화당)은 지방의회의 감독권이 약화됐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는 예산정책담당관을 별도의 과(課로) 만들어서 예결산 및 주요사업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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