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화정평화재단·21세기 평화연구소
주제=판문점 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
일시=2018년 5월 24일(목) 오후 2시 30분
장소=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
사회=한기흥 동아일보 논설위원(21세기 평화연구소장)
강연=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

 

▲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가 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강연하고 있다. (출처=화정평화재단)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5월 24일 열린 화정평화재단의 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강연을 했다. 주제는 ‘판문점 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였다. 그는 “특보라기보다 대학교수로서 이야기하고 싶다”며 시작했다.

문 특보는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설명하기 위해 평화와 체제의 개념을 정의했다. 이어서 한반도 평화체제와 판문점 선언을 연결 지어 우리가 나아가야 할 평화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평화를 적극적 평화(positive peace)와 소극적 평화(negative peace)로 나눴다. 적극적 평화는 분쟁의 구조적 원인이 없어져서 모든 사람이 안심하고 영구적인 평화를 누리는 상태이다. 소극적 평화는 불완전한 평화 상태로 여러 장치를 통해 분쟁을 멈춘 상태를 뜻한다.

이어서 평화를 4 단계로 나눴다. 평화 유지(peace keeping)는 불완전한 평화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수준이다. 전쟁위험을 막기 위해 적대적 관계의 국가끼리 맺는 동맹이 대표적이다.

평화 만들기(peace making)는 문재인 정부에서 많이 쓰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언제 전쟁이 발생할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협상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군사적 신뢰구축이라고 설명했다.

더 높은 수준이 평화 정착(peace settlement)이다. 군사적 신뢰구축을 넘어 평화에 더 다가가도록 협상내용을 제도화하는 수준인데 종전선언, 평화조약, 평화협정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역시 불완전한 평화를 관리하는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고 문 특보는 평가했다.

평화 구축(peace building)은 가장 높은 수준의 평화를 말한다. 분쟁의 구조적 원인이 모두 없어진 상태로 세계정부와 공동체 구축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국가 간 이질성이 없어지면 전쟁할 이유 또한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후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의 영구평화론을 인용해 집단안전보장체제를 자세히 설명했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정치를 같이 하고 안보 공동체를 함께 구축한다면 항구적인 평화가 가능하다”

이어서 평화체제에서 체제(regime)라는 단어를 명확히 정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체제의 어원은 요리법(recipe)이므로 국내정치에 적용하면 국내정치를 조리하는 조리법, 즉 헌법을 말한다.

같은 차원에서 평화를 만들고 유지하고 구축하는데 필요한 일련의 규범, 원칙, 규칙, 절차를 모아놓은 틀이 평화체제라고 정의했다. 이를 한반도에 적용하면 “한반도 평화체제는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고 만들고 구축하는데 필요한 일련의 규범, 원칙, 규칙, 절차이다.”

평화체제는 문서에 따라, 그리고 당사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또 평화체제를 만드는 방식에도 분쟁의 예방, 타결, 규제, 완전한 해소 등 다양한 접근법이 있으므로 한반도 평화체제 또한 다양한 형태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판문점 선언에서 서문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고 했다. 서문은 ‘양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8000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하였다’이다.

과거에는 통일을 먼저 강조했는데 이번에는 평화를 가장 강조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어서 판문점 선언의 1~3조 모두 평화 만들기와 평화 정착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판문점 선언 3조 3항은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종전선언을 남북미 3자가, 한반도 평화조약을 남북미중 4자가 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문 특보는 “개인적으로 종전선언은 휴전협정의 실질적 당사자인 4자가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고, 평화조약은 3자가 맺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문 특보는 정부의 기본정책이 평화 유지(peace keeping)라며 대북 군사억제력과 한미동맹 유지가 필수임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만들어서 남과 북의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평화 구축(peace building)을 꿈꾼다며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평화는 청구해서 오는 것이 아니다. 한 장의 외교문서에서 오는 것도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을 갖고 안심할 때 완성된다.”

▲ 문정인 특보가 참석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 (출처=화정평화재단)

질의응답에서는 논란이 됐던 문 특보의 주한미군 철수발언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문 특보는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말한 적 없다. 미국언론의 제목장사”라고 비판했다.

김정은 위원장을 믿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부정적 결과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나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다. 김 위원장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소통하고 대화하는 것이다. 대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데 해보기도 전에 (포기하면) 대화 할 이유가 없어진다.”

정부가 북한에 평화를 구애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문 특보는 “개인적으로 평화를 위해서라면 가랑이 밑으로도 기겠다”며 치열하게 평화를 구애하기도 하고 모색하기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인권실태와 관련해서는 아주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협상의 판이 깨질 수 있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북한 주민 스스로가 얻어야지 우리가 (강제로) 심어줄 사안은 아니다. 여건조성이 중요하다. 여건은 북한 주민이 잘 먹고 잘 사는 상태를 말한다. 시장경제를 도입하면 시민사회와 중산층이 생기면서 내부적으로 바뀔 수 있다.”

문 특보는 북한을 변화시켜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너무 변화에 초점을 두면 안 된다. 변화라는 말을 쓰지 않으면서 변화를 시키려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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