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한국여성정책연구원‧한국형사정책연구원‧한국여성변호사회‧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여성인권위원회‧국회의원 정춘숙 윤종필 신용현
후원=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여성가족부
주제=#미투 입법 과제
일시=2018년 5월 16일(수) 오후 2시
장소=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
사회=윤석희(한국여성변호사회 수석부회장)
발제=박복순(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한지영(이화여대 법학박사) 장다혜(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토론=고미경(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김현아(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박선영(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안지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우옥영(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차인순(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 한현희(수원지방법원성남지원 판사)


정치권이 미투에 응답하고 있다. 지난 3개월간 관련법안 96건이 발의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등과 함께 5월 16일 주관한 제20차 젠더와 입법포럼은 이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첫 발제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박복순 연구위원이 맡았다. 주제는 ‘미투에 따른 법적대응- 미투 법안 분석을 중심으로’였다. 박 연구원은 96건의 미투 대응법안을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눠 분석했다.

▲ 미투 대응법안의 쟁점.

미투 대응법안의 가장 큰 화두는 권력형 성범죄 해결방안이었다. 현행 업무상 위력·위계에 의한 간음·추행죄는 다양한 권력 관계를 포섭하기 부족하고, 형량이 낮고, 공소 시효가 짧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박 연구원은 “물리적 폭행이 아니라 가해자의 사회적 권력으로 피해자가 제압돼 발생했기 때문에 위력의 의미를 명확히 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희롱에 대한 사업주 책임도 강조됐다. 박 연구원은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피해자가 직장을 떠나는 일이 잦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사업주 책임을 강화해야 방관자적 조직문화를 개선할 수 있다며 처벌을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또 박 연구원은 공공기관 성폭력 발생 시 신고의무를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권력형 성범죄의 특성상 피해자가 침묵하기 더 쉽다. 성범죄의 친고죄가 폐지됐기 때문에 제3자가 신고해도 수사할 수 있다.

그런데도 성폭력 사건의 신고의무가 충분히 규정되지 못한 건 입법 공백이라고 지적했다. 성폭력 은폐·축소를 막기 위해 신고 의무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미이행에 따른 제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만, 피해자가 신고를 원치 않으면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원은 공직자가 성범죄를 저지르면 엄정대처하는 법안도 촉구했다. 공직 후보자가 성범죄로 벌금형을 받으면 금액과 관계없이 범죄경력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 현행법은 벌금 100만 원 이상의 범죄경력만 공개한다. 또, 직급에 상관없이 공무원 사회에서 피·가해자가 발생하면 중앙고충심사위원회에서 전담하자고 주장했다. 고충 처리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재판과정에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지난 3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피해자의 성 이력을 증거로 채택하는 한국 사법절차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성 이력은 피해자의 성경험, 성적 품행과 평판, 성폭력 고소 또는 성매매 범죄 전력을 뜻한다.

박 연구원은 미투 법안의 조속한 심사를 당부하며 발제를 마쳤다. “법안이 많이 발의된 것처럼 보이지만, 개정 내용이 유사한 법을 여러 의원이 각자 발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전 국회에서 발의됐다 처리되지 못한 법도 있다. 국민적 관심이 고조된 현 시점뿐 아니라 지속해서 관심을 두고 제·개정해야 한다.”

▲ 미투 대응법안의 쟁점을 다룬 국회 입법포럼 현장. (출처=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

두 번째 발제는 비동의간음죄를 주제로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맡았다. 비동의간음죄는 성폭력을 동의 없이 사람을 간음추행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성폭력 개념을 상대방의 저항이 아니라 동의를 기준으로 재정의하자는 페미니즘 연구에 기반을 둔다.

장 연구원은 필요성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피해자가 저항여부를 입증하기 어렵고, 저항이 성공해 성폭력이 미수에 그치면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성적 자기결정권을 고려해 동의 없는 성적침해를 범죄로 규정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다양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를 유형화해서 다룰 필요가 있다. 상대방이 비동의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현한 경우와 동의 혹은 비동의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경우로 분류된다. 후자는 피해자가 정신 장애가 있거나 공포에 질린 상황, 술에 취했거나 자고 있는 상황 등이다.

장 연구원은 상대가 비동의하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적접촉 도중에라도 상대가 동의를 철회하고 명시적인 거부의사를 밝히면 의사표시를 존중해야 한다.” 상대가 동의나 비동의를 밝히지 않은 경우에는 피고인이 동의여부를 입증해야 한다.
 
현행법에서는 피해자가 얼마나 저항했는지를 증명해야 했다면, 이제는 피고인이 동의를 얻고 성적행위를 했음을 증명해야 하는 셈. 장 연구원은 “상대가 동의했어도 합리적으로 신뢰할 수 있었는지, 고의과실은 없는지를 입증하는 건 검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토론자 대부분은 비동의간음죄의 취지에 동의했다. 김현아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피해자가 겪는 성폭력 현실을 담아내고 처벌의 공백을 없애려면 비동의간음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박선영 선임연구위원은 피해자의 내심(동의 여부)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고통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현희 판사(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는 “요즘에는 저항여부보다 동의여부를 기준으로 심리한다. 다만, 동의여부를 판단할 다른 증거가 없어서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피해자 권익을 보장하기 방안도 나왔다. 안지희 변호사는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조직 내 성폭력 피해자가 보호받을 시스템이 부재하거나 시스템이 있는데도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되지 않으면 기관장과 담당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참석자들은 미투 운동에서 촉발한 한국사회의 성폭력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안지희 변호사는 “지금은 미투 피해자들이 명예훼손·무고로 역고소 당하는 일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2차 피해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성폭력 피해상담 건수가 23.5% 증가했다며 “본질은 성차별이다. 분절적인 법안 개정이 아니라 젠더에 기반한 여성폭력 문제임을 분명히 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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