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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작게, 더 안보이게 … 간판 없는 가게 늘고 있다

경리단길 골목에 위치한 한 카펩니다.
들어가는 입구는 표시돼 있지만, 가게 이름은 작게 감춰져 있습니다.

망원동 일대, 이른바 망리단길에 있는 건물입니다.
가게라는 표지가 없어 밖에서 보면 일반 주택이나 다름없습니다.
내부 문에 부착된 작은 종이가, 이곳이 차를 파는 곳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서울에 간판 없는 가게가 늘고 있습니다.
이태원, 경리단길, 망리단길처럼 주로 젊은 층이 많이 찾는 곳에섭니다.

가게 상호가 있어도  
문이나 작은 입간판에 잘 보이지 않게 적어 놓고,
아예 이름조차 없는 가게도 있습니다.

간판이 없다는 것이 소비자들에겐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인터뷰 : 김아름 / 시민]
“나만 아는 공간이라서 다른 사람들한테 알리고 싶지 않은,
그런 느낌도 들어서 앞으로도 계속 간판없이 운영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가게 주인들은 누구나 간판을 보고 들어오기보다,
가게의 특색에 공감하는 이들이 찾아오기를 원한다고 말합니다.
가게의 정체성을 더 잘 지키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 김순진 / 카페 ‘사루’ 대표]
“집에 오는 손님을 기다리는 거예요. 간판이 있으면 손님을 부르는 거잖아요.
부르는 게 아니고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고 싶은 거예요”
“간판이 없어도, 손님을 많이 받자가 아니에요. 오래 보자예요.”
“그냥 자기 색깔을 지키고 싶은 마음의 어떠한 표현이 아닐까 싶어요.”

소비자들은 간판 없는 가게를 미리 알아보고 방문합니다.
SNS나 블로그, 맛집 어플을 통해섭니다.
가게를 방문했던 소비자들이
가게의 특징과 분위기, 찾아가는 방법을 적으며 입소문을 냅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간판 문화를 바꾸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 이은희 /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예전에는 간판을 크게 달고 가게 앞을 지나가는 누구라도
들어오게 하는 영업 전략이었다고 할 것 같으면
오늘날은 그거와는 달리 가게를 알릴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다른 방법이 생겨난 거죠.”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나 상품을 차별화시켜서.
그거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인터넷을 통해 따로 모으겠다.“

전문가들은 간판 없는 가게를 방문하는 것을 탐험에 비유합니다.
내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찾아가는 것도
즐거운 소비의 과정이라는 겁니다.

[스탠딩]
간판을 ‘더 크게, 더 튀게’ 제작해야 살아남는다는 공식에서 벗어나,
‘더 작게, 더 안 보이게’ 만드는 것이 차별화 전략이 되고 있습니다.

스토리 오브 서울 김재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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