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전통의상을 입을 일이 몇 번 있을까. 내가 한국을 좋아하는 몇 가지 중 하나가 전통의상인 한복이다.

일본 전통의상도 좋아하지만 그건 내가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애국심으로부터 오는 감정도 있지 않을까 싶다. 전통의상의 수요가 아직도 많은 일본에서는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전통의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일본 사람들은 중요한 행사나 여름축제에서 전통의상을 입는다. 2016년 한국에서 개봉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에도 주인공이 전통의상을 입는 장면이 나온다.

어린 시절 동네축제가 열렸을 때 아침부터 엄마한테 뛰어가서 혼자 입기 불편한 옷이니 입혀 달라며 조르던 모습이 떠오른다. 일본 사람이라면 나처럼 한 번쯤은 전통의상을 입고 축제에 간 적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일본에서는 전통행사에 전통의상을 입고 참가하는 모습을 ‘멋’이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불편한 옷임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멋을 추구하는 셈이다.

반면에 한복은 일본 전통의상과 달리 입기 편하다. 곡선을 살린 부드러운 형태와 느낌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한복을 처음 입었을 때 “어? 이걸로 끝인가”라고 놀랐던 일을 잊지 못한다.

이유는 입는데 걸리는 시간과 옷의 무게다. 일본 여성이 전통의상을 입으려면 30분에서 1시간이 걸린다. 여러 겹을 입어야 하므로 양파가 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입는 데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므로 인형이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한복을 좋아했던 나는 편하고 예쁜 한복을 왜 자주 입지 않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한국친구는 “입기 불편하잖아. 돌아다니기도 그렇고…”라고 대답했다. 나는 “아니, 한복이 얼마나 편한데”라고 대꾸했다. 친구의 놀라는 표정에 또다시 내가 놀랐던 순간이었다.

한국인은 한복을 정말 불편하게 생각할까? 요즘에는 전통한복이 아니라 편하고 현대적인 형태의 개량한복의 수요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꽃이나 별 등 다양한 무늬가 눈길을 끈다.

관광명소인 경복궁 같은 고궁에 가면 화려한 드레스 형태의 한복을 입는 사람도 종종 볼 수 있다. 서구적인 장식을 이용해서 그런지 한복이 아니라 드레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색다르고 새로운 형태로 전통을 따르는 한복이 일본 전통의상과 다르다고 느끼는 부분이다.
 
새로움이 전통을 무너지게 하는 요인이 된다기보다 전통에 다가가는 기회를 만든다고 할까. 이 또한 전통을 지키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 모토나가 미키

일본 남쪽의 오키나와에서 태어났다. “한국의 제주도 같은 곳에서 왔어요”라고 소개하는 이유다. 2014년 한국에 유학 왔다. 한류스타의 유창한 언어실력에 감탄했고 용기를 얻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고, 한국에 가야만 얻을 수 있는 뭔가가 있다고 믿었다. 지금은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의 4학년이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