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맞게 되는 학생들과의 첫 대면, 교생 실습. 떨리는 마음만큼이나 오랜만에 찾는 학교가 낯설게 느껴진다. 더욱이 학교 붕괴다 교권추락이다 학교의 위기가 대두되고 있는 요즘 예비 선생님들의 눈에 비친 교실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4월 D여중으로 한 달 간 교생 실습을 다녀온 김현주 씨(23·이화여대 수학 교육과)는"선생님이 앞에서 한 마디 말을 하면 여기저기서 학생들이 즉각 반응을 보여줘요"라며 불과 몇 년 사이 많이 달라진 수업 분위기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예전엔 선생님이 질문이라도 하나 던지시면 자기를 시킬까봐 고개를 숙이고 눈도 안 마주치려고 했었는데…. 선생님이 지적을 해야 마지못해 발표하구."

몇 년 전 TV 코미디 프로에서 좀 과장되게 보여지던 "저요, 저요"가 요즘 교실에선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다소 소란스러움이 느껴질 정도로 학생들은 활달해지고 자기 의사 표현에 거리낌이 없다. 학생들 개개인이 더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향으로 바뀐 탓도 있지만 수행 평가가 실시되면서 학생들의 발표가 그대로 점수에 반영돼 더욱 그렇다.

학생들이 자기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선생님과의 관계에서도 거리낌이 없다보니 종종 교단에 선 교사를 당혹감에 빠뜨리기도 한다. 김현주 씨도 수학 교생 수업을 하다 당황한 적이 있다. 설명을 되풀이해도 아이들이 이해를 못하자 이 방법, 저 방법을 써가며 설명을 했다. 그러자 점차 이해하는 기색을 보였는데, 한 학생이 불쑥 "진작 그렇게 설명하셨어야죠"하고 일침을 가해 내심 당황했다고 한다.

함께 실습을 나갔던 다른 교생은 수업 중 한 학생이 "선생님, 계속 이런 식으로 수업하실 거예요?" 차가운 항의를 가하고 "왜, 수업이 재미없니?"라고 하자 "아뇨, 그냥 좀 졸려서요"라고 말해 당혹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쯤 되면 어른들은 "요즘 애들 문제야"하며 혀를 끌끌 차고, 무너진 교권에 산만한 수업 분위기를 거론하며 학교 붕괴를 염려하기 시작한다. 얼마 전에는 체벌을 가한 선생님을 학생이 신고해, 추락한 교권 문제가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다.

그러나, 일부 몇몇 사례를 가지고 학교 붕괴, 교실 붕괴로 몰아가는 건 적절치 않다고 김희경 씨(23·이화여대 보건 교육과 4년)는 이야기한다. 김희경 씨는 지난 4월 M여고 교련 교생으로 한 달간 실습을 다녀왔다. 보통 교생이 참관만 하고 실제 수업은 2-3시간 정도 하는 게 고작인데 비해 김희경 씨는 많은 시간을 학생들과 보낼 수 있었다. 김희경 씨가 다녀온 학교는 1학년 때 교련 수업이 없어 2학년 때 몰아서 배우다 보니 시간 수가 많고, 또 2학년 10개 반 전부를 들어갔기 때문에 학생들과 함께 실제로 수업한 시간이 많았다고 했다. "수업 시간이 더 소란스러워지고, 딴 짓 하는 아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에요. 선생님을 더 이상 존경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도 사실이구요. 그렇지만 근본은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요."

김희경 씨가 교생 실습을 마치고 학교를 떠날 때 학생들로부터 여러 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 중에는 '선생님, 그 때 제 노트 주워주시며 이름 불러주셨죠? 이름 기억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도 있었다. 김희경 씨 자신은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는 일이었는데 학생의 입장에선 그 자그만 일이 큰 감동이었던 모양이다. "학생들이랑 한 명 한 명 이야기하다보면 '아직도 아이들은 아이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김희경 씨도 처음 실습을 나갈 때 학교 붕괴다 교실 폭력이다 해서 긴장하고 겁을 먹었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아이들 곁에서 생활해보니 문화는 많이 달라졌지만 아이들의 마음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더라구요." 옛날처럼 선생님 말이면 무조건 따르는 모습은 아니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선생님의 관심과 말 한 마디에 민감하다. 교생 실습을 다녀온 예비 교사들의 하나같은 이야기가 아이들의 달라진 문화, 태도를 선생님들이 무조건 '버릇없다, 이상하다'라고만 규정 짓고 이해하지 못하는 데에 갈등이 존재한다고 했다.

'저 아이가 불량한 아이는 아닌 데 왜 저런 옷을 입고 저런 행동을 할까'하는 식으로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보편적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담을 쌓아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김희경 씨의 말이다.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너네 마음대로 해라. 난 내 수업만 할테니'라는 식으로 방관자적 자세가 되어가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자신들이 이해 받지 못한다고 생각해 '수업하시려면 하세요. 안 들으면 그만이니'라는 삐딱한 자세를 취하게 돼 요즘 말 많은 학교 붕괴의 우려를 낳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여전히 선생님의 영향을 크게 받고 선생님의 자신에 대한 태도 여하에 따라 큰 행동의 변화를 보인다고 한다. "선생님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 수업 분위기가 엉망이라고는 하지만 노련하게 학생들 이끄시는 선생님의 수업은 오히려 활기차게 잘 이끌어져 가더라구요."

인문계 고교인 I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예진 양도 "선생님에 따라 다른 게 사실이에요. 지나치게 권위적이거나 무능하다고 여겨지는 선생님 시간엔 수업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진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은 아니에요. 몇몇 아이들이 지나친 행동을 보일 때는 아이들끼리도 심하다고 이야기하구요"라고 말했다. 

선생님들 사이에선 아이들의 문화와 가까워지고 그들과 통할 새로운 창구를 모색하기도 하는데, D여중은 선생님들이 각자 개인 홈페이지를 갖추고 학생들에게 유익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학생들과 선생님간의 새로운 의사소통 매체가 생기고 유익한 정보도 제공한다는 취지는 좋은데, 학생들 입장에선 너무 뻔한 내용(예를 들어 교과목과 연관된 내용)만 다루어져 재미가 없다며 외면하는 경우가 많아 무용지물이 되는 게 문제라고 했다. 좀더 참신하면서도 유익한, 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내용이라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는 게 중론이다.

"어느 한 쪽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선생님들도 굉장히 힘들어하세요. 혼자서 자기 주장 뚜렷한 아이들 수십 명을 상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죠. 수행 평가가 시행되면서 잡무도 굉장히 많아지고." 선생님과 아이들의 중간자적 입장인 교생들의 한결같은 말이었다.

학생 개인간 학업 수준 차가 큰 것도 풀기 어려운 큰 문제라고 했다. S사대 부속 고등학교로 참관 수업을 다녀온 안혜진 씨(21·서울대 영어교육과 2년)는 고1 영어 수업 도중 선생님께서 조별로 내주신 영어 해석 과제를 도와주다가 한 학생의 질문을 받고 상당히 놀랐다고 한다. 그 학생은 영어 해석 중 'person'이라는 단어의 뜻을 질문했다. 중학교 때 이미 알고 넘어갔어야 할 기본적인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대로 고 2가 된 것이다. 이에 반해 학업 수준이 높은 학생은 대학생을 능가할 정도로 높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실력차이를 가진 학생들 수십 명을 한꺼번에 가르치다 보니 선생님들의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였다. 

교생 실습을 다녀온 예비 교사들은 공통적으로 금방이라도 학교가 무너질 것같이 호들갑을 떠는 언론의 보도와 달리 학교의 긍정적 모습 변화에 많이 귀 기울여 줄 것을 이야기했다. 똑같은 반을 들어갔는데 한 음악 선생님은 '그 반 참 활기 있고 좋더라. 노래 시켜도 빼지도 않고'하며 칭찬을 하는 반면, 다른 수학 선생님은 아이들의 어수선함에 분필을 던지고 나왔다는 이야기처럼 학생들의 면모를 어떻게 장점으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김희경 씨는 학생들의 변화 자체를 부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변화를 인정하고 아이들의 자유 분방함, 튀는 개성, 솔직 담백함 같은 것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게 중요하고 그런 교사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이혜원 기자<dewedi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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