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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정부 1년 점검…실효성 있는 중소기업 대책 있어야 일자리 정책도 성공
유수환‧정수연 기자 | 승인 2018.05.10 16:36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한 세대 청년을 잃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7조 7000억 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편성을 요청하며 했던 말이다. 문 대통령은 어느 대통령보다 일자리 문제해결을 중시했다. 취임 3일 만에 일자리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청와대 집무실에 상황판까지 설치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일자리 정책에 쏟아 부은 돈은 25조 원에 이른다. 근로자 50만 명 이상에게 1년 동안 임금을 줄 수 있는 정도의 액수(2018년 2월, 고용노동부의 5인 이상 사업장 월평균 임금 기준).
 
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일자리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3월에는 청년실업률이 11%를 넘어서며 3월 기준으로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3년 동안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주요국의 실업률이 개선되는 모습과는 다르다. 2013년 15.9%였던 OECD 청년실업률은 1년 만에 12.7%로 떨어졌지만 한국은 오히려 8%에서 9.8%까지 올라갔다.
 
이유는 무엇일까?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경제전문가 4명에게 이유를 물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이상 가나다순)를 직접 만났다.

▲ 왼쪽부터 김태기 신세돈 우석진 이정희 교수.

질문 ① 지난 1년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지 못한 원인은?

김태기=방향을 잘못 잡았다. 일자리 증가가 둔화되는 근본원인은 자동화와 세계화에 있다. 공장이 자동화되면서 고용이 줄었고, 기업이 세계화하면서 인건비가 싼 해외로 공장을 옮겼다. 반면 정부의 정책은 근본해결책이 아니기에 효과가 없다. 정부가 국민에게 직접 돈을 주는 현재의 정책으로는 성장이 어렵다.

신세돈=청년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청년실업은 글로벌 현상이다. 오히려 30~50대 일자리 문제가 더 심각하다. 통계청 고용동향을 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청년(15~29세) 취업자는 계속 늘었다. 반면 30~50대 취업자는 계속 줄었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일자리는 청년층만이 아니라 30~50대에게도 해당된다.

우석진=전적으로 정부 탓으로만 볼 수는 없다. 구조적으로 실업률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기업이 이윤을 투자해 사람을 고용했다. 지금은 한국의 고용비용이 올라갔기 때문에 고용을 안 한다. 또한 가만히 있어도 4차 산업혁명 탓에 사람이 기계로 대체된다. 정부가 공공부문 대규모 채용을 하겠다고 밝힌 것도 실업률 자체를 높이는데 한 몫 한다. 공무원 수를 늘린다고 하니 구직을 포기했던 청년도 공무원 시험으로 몰린다. 통계상 시험 준비생도 실업자로 잡히기 때문에 실업률이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이정희=구조적인 원인이니 정부가 정책을 펴도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노동집약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와 다르게, 지금은 자본이 노동을 대체한다. 자동화 장비나 스마트 설비가 등장하면서 경제규모는 커지는데 일자리는 줄어드는 상황이 됐다. 과거엔 전문성이 없는 일자리가 주로 줄어들었는데, 이제는 고학력자가 선호하는 전문성 있는 일자리까지 사라진다. 일자리가 많았던 산업은 외국으로 떠나기도 했다. 또 서비스업에서 기대했던 만큼 좋은 일자리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질문 ②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태기=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재분배의 성격이 강하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비정규직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같은 정책은 성장동력을 만드는 방법이 아니다. 가령 자녀가 부모에게서 받는 용돈은 소득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정부가 세금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식의 정책은 국민소득을 높이기보다는 용돈을 주는 식의 ‘이전지출’에 가깝다.

신세돈=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가 늘지 않을 수 있듯이, 노동자의 소득이 늘어도 경제가 성장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소득을 늘리는 일은 뿌리 깊은 구조적인 문제다. 정부가 세금을 배분하는 식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우석진=논리적인 비약이 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개념은 낙수효과를 비판하면서 등장했다. 낙수효과란 기업이 돈을 벌어 노동자의 임금을 상승시켜주거나 투자를 확대해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성장전략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도 우리 경제로 되돌아오지 않는다고 본다. 문제는 낙수효과가 끊겼다면 소득주도성장도 안 된다는데 있다.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해 소비가 활성화돼도 이 돈이 기업으로 들어가면 다시 내려오지 않는다는 뜻 아닌가. 낙수효과를 부정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을 하려고 하니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는다.

이정희=소득이 있어야 소비를 하지 않나. 소비가 늘면 경제는 성장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다시 소득이 오를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도 소득주도성장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근로자의 임금이 늘면 소비를 더 하지 않겠나. 물론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이 당장 올라가는 것보다, 소득이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게 더 중요하다. 정부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보고 무조건 임금 올리라고 할 순 없다.

질문 ③ 정부의 청년 중소기업 취업유도 대책인 ‘청년내일채움공제’에 대한 생각은?

청년내일채움공제란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3년간 600만 원을 적립하면, 기업이 600만 원, 정부가 1800만원 을 더해 모두 3000만 원으로 불려주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 3월 중소기업에 취직한 청년을 직접 지원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이 정책을 도입했다.

김태기=청년이 중소기업에서 3년을 채울 유인이 되지 못한다. 다수 청년은 중소기업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망하고 많이 나온다.

신세돈=소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지 않아 일자리 창출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지원해도 기업이 사람을 1명 뽑으면 1년에 임금으로 최소 2000만 원은 지출해야 한다. 사람을 뽑는 일이 공짜는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가 기업에 지원금을 주며 고용을 유도하기보다, 중소기업이 스스로 사람을 더 채용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우석진=중소기업에서 직원을 고용하고, 교육시켜도 대기업이 데려가니 투자할 이유가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청년내일채움공제다. 프로선수가 이적할 때 영입구단이 원 구단에 지급하는 이적료와 같은 역할을 한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인력이 유출돼도 정부가 신규고용을 했던 중소기업을 지원하니 손해를 메꿀 수 있다. 대기업에서 경력자를 채용할 때마다 국가에 돈을 내서 그 펀드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면 어떨까.

이정희=일자리를 조금 늘리는 효과가 있겠지만 근본해법은 아니다. 돈이 부족해서 사람을 뽑지 못하던 중소기업이라면 정부지원을 받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청년 실업은 심각한데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할 수 없다. 청년은 대기업을 선호한다. 임금격차도 있고, 중소기업이 불안하다고 생각한다. 또 좋은 중소기업도 많지만 중소기업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인력확보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

질문 ④ 최저임금 인상은 어떻게 보나?

김태기=한국의 경제사정을 잘 모르는 정책이다. 한국에서 300인 이상 대기업의 비중은 10%밖에 안 된다. 90%가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종사한다. 이 중에서도 중소기업의 3분의 1이 은행이자도 못 내는 영세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은 임금이 조금 오르면 성장이익에서 흡수하지만 중소기업은 수익성이 떨어지니 여력이 없다.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드는 효과가 더 크다고 본다. 수익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인건비가 오르니 원가압박이 굉장히 심해졌다.

신세돈=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의 가장 어설픈 정책이 될 것이다. 최저임금 7530원을 감당할 수 있는 업종이 있고, 없는 업종이 있다. 최저임금이 올랐을 때 산업별로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먼저 연구했어야 했다. 충분한 연구 없이 획일적으로 정한 건 잘못이다. 외국처럼 산업별, 지역별, 연령별 최저임금이 필요하다고 본다. 18살 고등학생과 35세 근로자에게 임금을 똑같이 줄 순 없지 않나.
 
우석진=최저임금 인상이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 있어도 지속 가능하지는 않다. 세계적으로 자영업자는 전체 근로자의 10%를 차지한다. 한국은 20~25%가 자영업자다. 4대보험 내고, 세금 떼고, 인건비 내면 남는 게 없다. 16.4%의 최저임금 인상분을 모두 민간에 부담시켜서는 안 됐다. 일부를 정부가 부담했어야 했다. 민간이 10% 부담하고 정부가 6%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말이다.  

이정희=정부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저소득층이 소비할 여유가 생겨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국의 소상공인이 영세하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소상공인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일자리안정자금을 만들었는데, 이에 그쳐선 안 된다. 저임금 근로자와 소상공인이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질문 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잘못됐다면, 왜 그렇게 됐다고 보는가. 잘 가고 있다면,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김태기=일자리 정책의 전략이 부재한 탓이 아닌가 한다. 대기업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국민의 90%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사업체의 99%가 중소기업이다. 정부는 대기업 몇 개를 바로 잡으면 경제를 살린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공정거래법에 맞춰 바로 잡되, 핵심은 중소기업을 어떻게 끌어올릴지를 논해야 한다. 이 상태로 가면 일자리 정책은 지금보다 악화 된다.

신세돈=30~50대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데도 정부가 청년문제에만 집중하는 건,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청년포용 정책을 펴면 정치적 후원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부가 일자리를 창조하고 싶다면, 기업이 사람을 고용하지 못하는 이유부터 들여다보는 게 맞다.

우석진=일자리가 늘 것이라는 일종의 믿음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시장과 경제는 내가 믿는 방향으로 무조건 돌아가지 않는다. 실업률이 높은 것은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 경제 전문가와 의사 결정자가 팀으로 일해야 하는데 비전문가가 의사결정을 하니 잘 안 된다. 예컨대 홍장표 경제수석은 중소기업 관련해서 미시데이터를 만지던 사람이다. 그런 분이 지금 거시정책을 편다.

이정희=어떤 사람들은 정부가 단기적인 정책만 편다고 비난하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는 정부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정책 중에 하나다. 정부 출범 4년차, 5년차가 되도록 단기적인 정책만 낸다면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제 1년 지났을 뿐이다. 정부가 민간분야에서 소득이 늘어날 환경을 만들기 위한 중장기적인 정책을 낼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질문 ⑥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김태기=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직업교육, 자본개혁, 중소기업 연구개발(R&D) 확대를 제안한다. 중소기업에서 필요한 인력은 우수한 중숙련(middle skill) 노동자다. 한국사회는 고학력 노동자 비중이 너무 높다. 독일이나 미국의 경우 중숙련 노동자가 50% 이상이다. 국가가 직업교육 받는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

신세돈=중소기업 작업현장은 정말 열악하다. 작업환경을 바꾸고 최신식 기계를 갖추게 해줄 필요가 있다. 정부가 돈을 쓴다면 중소기업에 써야 경제가 활성화된다. 또 청년을 지원할 필요도 있다. 청년수당처럼 현금을 줄 게 아니라, 외국으로 유학 보내주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가 돈 줄 테니 청년보고 중소기업에 취업하라고 하면 말이 안 된다. 그보다는 미래가 보이는 건실한 중소기업을 만들어줘야 청년도 중소기업에 간다.

우석진=미국에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고 하자. 애플이 소유권을 갖고 싶다면 개발회사를 산다. 그래서 인수합병이 활발하다. 청년이 창업하기 좋고, 중소기업도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삼성 같은 대기업이 베낀다. 소송을 해도 삼성에는 변호사만 200명이다. 자금력도 있으니 10년 넘게 소송을 이어갈 수 있다. 일반 중소기업은 버틸 여력이 없다. 공정거래법으로 기술탈취를 막고, 특허권을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이정희=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막아야 한다. 기업인의 의식혁신도 필요하다. 많은 기업인이 회사를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니 직원도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의식이 바뀌면 직원도 열심히 일할 것이다. 이른바 동기혁신이다. 동기혁신은 결국 기술혁신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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