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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지혜 <20> 헌법재판소장 특강
강현경 기자 | 승인 2018.05.07 00:03

 

주최=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주제=헌법은 무엇을 추구하는가
일시=2018년 5월 2일(수) 낮 12시30분
장소=이화여대 법학관 231호
사회=강동범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강연=이진성 헌법재판소장

▲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이 헌법과 법률가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이 이화여대 학생에게 법률가가 추구할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헌재소장은 작년 11월 제6대 헌법재판소장에 취임했다.

사회를 맡은 강동범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이 소장은) 집회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피해자 인권을 보호하는 등 기본권 보장과 민주질서 확립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고 이 소장을 소개했다.

이 소장은 청문회 때 암송한 김종삼 시인의 ‘장편(掌篇) 2’를 소개하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가난한 소녀가 앞이 보이지 않는 부모를 모시고 밥집에 간다. 주인영감은 이들의 행색을 보고 내쫓으려 한다. 그러나 소녀는 부모에게 생일상을 드리려 가져 온 10전을 주인영감에게 보여줬다.

“재판 당사자는 절실한 마음으로 재판받는다. 그의 지위, 행색, 지식의 정도를 가지고 미리 재단하고 주인영감처럼 소리 질러 내쫓으려 한 적은 없는지 생각해봤다. 어떤 사람이건 간에 공정하고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이 소장은 법률가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는 정의라고 말했다. 단순한 사회정의가 아니라 인류애에 바탕을 둔 정의여야 법률가가 추구할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소장은 자신이 학생이었던 유신 시절과 현재를 비교할 때 정의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때는 정의가 독재 권력에 저항하고 민주화를 이루는 것이었다. 지금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면 정의가 살아있다고 하는 자기중심적 시각이 만연해 있다. 그러다보니 결과의 평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의 균등보다는 기회의 균등을 위해 사회적 약자의 출발선을 앞당겨 자유와 실질적인 평등을 보장해야 한다.”

지금까지 사법부는 자유권의 확대에 중점을 두고 판결을 했다. 신체, 표현, 집회의 자유권이 대표적 사례다. 앞으로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계층대립, 갈등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회균등, 고용증진, 최저임금제, 사유재산제를 보장하는 가운데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행사할 의무를 말한다.

이 소장은 형식적 법치주의에 대해 설명했다. 형식적 법치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규제하지 않고 일반국민이 법을 준수하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허울뿐인 위헌심사제도다. 헌법재판소가 탄생하기 전인 1988년까지 대법원에서 위헌심사제도를 담당했는데, 위헌으로 결정된 법령이 없었다.

“법치주의는 국회를 통해 국민이 제정한 헌법, 법률에 의거해 통치한다. 기본권 보장, 사회갈등 조정과 같은 헌법의 최고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다. 또한 최고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의무를 이행하며 위헌심사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위헌‧합헌 결정은 헌재 재판관 9명이 대부분 전원일치로 내리지만 소수의견이 상당수 있다고 이 소장은 말했다. 소수의견을 밝혀도 법정의견이 되지 못하기에 의미가 없다는 시각이 있지만 이 소장은 소수의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의 사례를 언급했다.

형사피해자가 법정에서 자신의 피해에 대해 진술하는 피해자 진술권은 1심에서 인정돼도 항소심에서 재신청해야 한다는 게 다수의견이었다. 다시 신청할 필요가 없다는 송 전 소장의 주장은 소수의견이었다. 그러나 송 전 소장이 퇴직하고 두세 달 후 전원일치로 다수의견이 됐다.

“소수의견은 사람의 생각이나 사회 환경이 바뀌다보면 다수의견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민주사회의 장점이고 민주주의의 특징인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한다. 또 소수의견이 법정의견이 되지 못해도 그들의 인권보호를 반영하고 위로를 건네 사회평화로 나아갔으면 한다.”

이 소장에 따르면 헌법재판이 민주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많이 나온다. 민주적 정당성은 선거에 의해 당선돼야 가능하다는 의미다. 선거에 의해 당선되지 않은 사람이 합헌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법관이나 재판관은 독립적인 재판을 해야 한다. 선거에 의해 선출된다면 (판결이) 지지기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대통령에 의해 임명돼도 임명권자에 구애되지 않는 재판을 해야 한다.”

그는 30여 년간의 재판경험을 볼 때 법조인이 확증편향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믿고 싶은 사실만 받아들이는 경향을 말한다. 법조인이 되면 상당수가 자신의 성과에 자신감을 갖게 되므로 결론을 먼저 내리고 논리를 꿰맞출 위험이 있다고 한다.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으려면 양쪽 주장을 검토할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이 소장은 말했다. 고민할 시간이 부족하면 선입견에 의해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소장은 마지막으로 인간사랑에 바탕을 둔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무엇이 되기 위해 살기보다 어떻게 살지를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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