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악한 느낌을 주는 용 문신(Tattoo). 미디어에서 조폭들의 상징이었던 타투가 이젠 변하고 있다. 과거엔 타투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다면 최근 젊은 층들에게 타투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 30대가 주로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에 타투를 검색하면 150만 건이 넘는 글들이 나온다. 선이 가늘고 간단한 미니 타투로 유명한 타투이스트 플레이그라운드는 4월 2일 인스타그램 기준 71만 6천여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타투협회가 실시한 ‘2017년 타투 및 반영구화장 통계’에 의하면 타투 경제규모는 2,000억 원, 건수는 연 50만 건이 넘는다. 반영구 화장 전문가를 포함한 국내 타투이스트 수는 총 2만 명에 달한다.

▲ 한국타투협회가 발표한 2017년도 타투 및 반영구화장 통계 (출처=한국타투협회).

“이야기를 새겨요”
미술작가 홍성용 씨(43)는 타투 전시회를 여러 번 열었다. 그의 SNS에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타투를 제작해드립니다.’라고 써 있다. 본인 이야기를 글이나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주로 했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다. 타투를 작업 포맷으로 선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서구의 타투 역사는 뱃사람부터 시작해요. 위험한 항해 중 죽을 때를 대비해 몸에 가족의 이름과 같은 기억과 이야기를 새겨요. 영화 <메멘토>에서는 순간기억상실증인 주인공이 기억을 남기기 위해 몸에 타투를 하잖아요.” 홍 작가에게 기억에 남는 작업을 물었더니 가슴 사이에 수술 흉터가 있던 한 손님을 꼽았다. 그 손님은 어렸을 때 심장 수술을 해서 흉터가 있었다. 심장이 멈추는 꿈을 자주 꾸는 손님을 위해 홍 작가는 흉터 사이에 멈추지 않는 심장을 의미하는 순환하는 삼각형을 새겼다. 그가 타투로 새긴 이야기들은 다양하다. 그는 “작업을 통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성찰력과 같은 내면의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타투로 새기는 것이 (사람들에게) 새로운 의미가 되고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는 것이 새로워요.”

양재역에서 작업하는 타투이스트 류나래 씨(27)는 20대 초반 고객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보고 타투가 대중화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는 도안 제작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이야기를 담기 위해선 손님들과 충분한 대화를 해요. 손님들이 해준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이미지를 떠올리는 시간이 필요해요.” 류 씨는 선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감정선을 지키기 위해서 한 번에 한 도안만 작업한다. 그는 타투가 스스로에게 위로를 준다고 생각한다. 위로를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는 점이 닮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도안에 담아 새기는 것은 상징적인 행위예요. 멋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든 그림에는 본인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어요.”

▲ 전시회 ‘날’의 본인 작품 ‘날’ 앞에 서 있는 홍성용 미술작가. 사라지는 아름다운 순간의 날을 기록한다는 의미인 ‘날’을 참가자의 어깨에 타투로 새기고 오랫동안 보존되는 옷에도 새겼다.

미디어 속 타투
SNS를 보고 찾아간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1번 출구 근처의 한 타투샵은 생각보다 넓었다. 전체적으로 조명이 밝고 깔끔했다. 딱딱한 분위기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노래를 틀어놓아서 편한 분위기였다. 타투 용품으로 인테리어를 해놓기도 하고 타투 지망생을 위한 클래스도 연다. 시술 후 관리법과 주의사항을 담은 서약서도 보인다. 타투를 할 때는 매번 새로운 바늘을 사용한다.

▲ 홍대의 한 타투샵. 타투 작업을 할 수 있는 침대, 의자, 조명이 놓여 있다.

젊은 층들은 주로 미디어나 SNS를 통해 타투를 접한다. 두 번에 걸쳐 타투를 시술받은 경험이 있는 직장인 김현지 씨(23)도 SNS에서 타투를 접했다. 김 씨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기 때문에 곁에 있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부모님 사진을 기반으로 한 타투와 본인의 뜻을 담은 레터링 타투를 몸에 새겼다. 김 씨는 타투도 패션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주변에도 각자의 생각을  타투로 새긴 친구들이 많다. 그는 “아직 부모님 세대들은 부정적으로 보지만 젊은 층들은 타투를 했다고 ‘양아치’로 보지 않는다”며 “타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다”고 덧붙였다. 어렸을 때부터 타투를 하는 게 꿈이었던 대학생 심지원 씨(24)는 그동안 주변 인식 때문에 타투 받기를 망설였다. 특히 심 씨의 가족들이 타투를 좋지 않게 봤다. 하지만 그는 SNS에서 타투를 여러 번 접하고 TV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가 오래 전에 해서 희미해진 타투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을 보다보니 익숙해져 용기를 냈다. 심 씨는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과 본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몸에 새겼다. “제 또래는 타투를 자유롭고 개성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타투를 하지 않은 대학생 전여운 씨(22)는 아이돌을 통해 타투를 접했다. 전 씨는 타투를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투 시술이 아프지 않다면, 잊고 싶지 않은 가치를 새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타투는 개성을 표현하기 좋은 방식이라며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이 잘못됐어요.” 대학생 김민지 씨(23)는 미디어 속 조폭 이미지 때문에 타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SNS를 통해 본인의 가치관을 담아 타투를 새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 씨는 하고 싶은 그림이나 문구가 생긴다면 타투를 할 예정이다. 그는 “의미 있는 문구나 그림을 몸에 새긴다는 것은 상징적인 행위”라면서도 “타투에 대한 인식은 세대별로 분명히 갈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젊은 층들은 타투를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다.

▲ 익명의 대학생이 어깨 뒤에 새긴 레터링 타투.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이자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새겼다.

타투, 여전히 존재하는 편견들
여전히 많은 기성세대들은 타투에 부정적이다. 장하연 씨(23)는 백화점 판매직에 지원했지만 손목에 타투가 있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손가락에 작게 타투를 한 친구도 탈락했어요. 운 좋게 붙은 다른 친구는 손목에 타투가 있는데 시계를 차거나 손목에 테이프를 붙여서 출근해요.” 심지원 씨가 걱정하는 것도 취업이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금융권에 취업할 땐 불이익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있는 타투를 지워야 한다고요.” 부모님의 반응도 걱정이다. 심 씨는 부모님이 타투는 불량하고 반항적인 이미지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속 조폭들로 타투를 처음 알게 된 이은미 씨(50)는 “타투는 겉멋이 든 느낌이다”며 “만약 자식이 한다면 결사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홍성용 작가는 “동양에서 타투는 형벌의 역사와 연결됐기 때문에 인식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타투이스트 류나래 씨는 타투가 한때는 폭력배들의 산물이었다는 점을 부정적 인식의 원인으로 봤다. 두 사람은 최근 타투에 대한 인식이 변하게 된 이유로 외국 문화의 영향을 꼽았다. 서양에서는 선원들이 타투를 처음 시작했고 아프리카에서 타투는 부족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이었다. 이처럼 외국에서 타투는 이야기의 기록이나 가치관의 표현으로 인식됐다. 미디어에서도 예전에 비해 타투가 많이 노출되고 있다. 특히 SNS에서는 많은 타투 도안과 작업물을 볼 수 있다.

이제는 타투는 마냥 부정적이지 않다. 편견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편견일 뿐이다. 젊은 층들은 타투를 통해 개성을 표현한다. 홍 작가는 타투와 일기가 비슷하다고 말한다. “쉽게 지나갈 수 있는 이야긴데 순간의 감정이나 기억들을 기록으로 남기잖아요. 그런 점에서 타투와 일기는 비슷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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