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주제=기로에 선 한반도 평화
일시=2018년 4월 18일(수) 오후 2시
장소=서울대 호암교수회관 목련홀
사회=최대석 이화여대 교수(통일학연구원장)
발표=이상신(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송영훈(강원대 교수)
토론=김성경(북한대학원대 교수) 박희진(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전영선(건국대 HK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북한학 연구의 현실에 대해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모습.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4월 18일 마련한 학술회의 주제는 ‘기로에 선 한반도 평화’였다. 연구원 창립 12주년과 학술지(통일과 평화) 창간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는 “대학은 큰 건물이 있는 곳이 아니라 큰 학자가 있는 곳”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사회를 시작했다.

통일연구원의 이상신 선임연구원은 학술지 ‘통일과 평화’ 투고논문의 경향을 분석하면서 통일연구원의 역량이 연구의 다양성과 융복합적 접근에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북한 가뭄 특성 분석 및 우심 지도 작성 △남한에 정착한 북한의사의 의료전문직 재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통일 후 남북한 의사인력 통합방안 모색 △야생동물 계통분류 남북공동연구: 한반도 다람쥐의 종 분류와 계통지리를 꼽았다.

남북 교류협력과 관련한 논문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꾸준히 나왔지만 최근에는 발표되지 않았다. 이 연구원은 “북핵 실험, 미사일 발사, 사드배치와 같은 굉장히 엄혹한 시절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을 다룬 논문은 2011년의 한 편뿐이었다. 이 연구원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는 인위적으로 인권문제를 거론했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다루지 않으려 한 것 같지만 북한 인권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므로 연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학술지 ‘통일과 평화’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해외사례 연구가 독일에 치우쳤고,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분석한 논문이 거의 없어서 아쉽다고 했다.

송영훈 강원대 교수는 ‘북한연구의 현황과 과제’라는 발표를 통해 2011년 이후 북한연구학회보, 통일정책연구, 현대북한연구, 북한학연구에 게재된 논문을 분석했다.

그는 먼저 연구 질문의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북한 연극 코드의 변화를 다룬 논문이 있다. 90년대 사회 급변과 영화코드라는 두 맥락이 연결이 안 된다. 그런 논문의 특징은 연구목적을 병렬적으로 쓴다”고 말했다.

방법론의 문제도 거론했다. 송 교수에 따르면 연구자의 60% 정도가 문헌연구나 심층면접을 사용하는데, 이는 방법이지 방법론이 아니다. 문헌연구라면서 출판물 3개를 나열하는데 그친 논문도 있다고 한다.

남북관계가 정체되면서 접근할 수 있는 자료가 제한되니 ‘팩트 파인딩’에 많은 의미를 두는 점도 아쉽다고 송 교수는 주장했다.

“팩트 자체에 대해 검증할 게 많아서인지 팩트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논쟁은 1990년대 인식론적 논쟁 이후에는 하지 않는 것 같다. 내재적 접근에 대한 논쟁시절의 글을 보면 한 가지 현상을 인식하는 관점에 따라 본질이 달리보인다고 말한다. 그런 도전적인 논문을 찾기가 지금으로서는 어렵다.”

토론에서 김성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방대한 주제를 다루는 ‘통일과 평화’의 강점이 오히려 너무 많은 주제를 다루려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녹색의 가치에서 평화를 논의하는 연구 등 과거의 특집이슈는 매우 흥미롭다며 학술지가 특집이슈 논문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송 교수의 발표에 대해 대부분 동의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도 인정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 외국학자가 아닌 한국연구자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연구결과를 최대한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 토론자인 전영선 건국대 교수는 ‘기로에 선 북한 연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북한연구를 그만두고 가는 연구자를 설득하기 급급한 상황이다. 북한관련 논문이 한 편 들어오면 심사위원을 세 명 골라야 하는데, 그마저도 고르기 너무 힘든 상황이다.”

그는 최근 가장 안타까웠던 일로 단국대 한국문화예술연구소의 북한예술사업 사례를 말했다. 9년간 진행한 연구가 중간에 종료되어 연구자가 흩어졌다고 한다.

박희진 동국대 연구교수는 북한학이 마음 아픈 연구 영역이라고 하면서도 북한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전반이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공계 중심으로 학문체계가 설계되고, 학부 학생도 경제나 경영을 복수전공하는 현실이다. 어려움에 처해 있는 건 북한학뿐만이 아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라는 연구대상이 부정적인 실체로 정의되고 핵이 악의 축으로 다가오는 현실이 북한 연구자로서 암담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사회상황과 연구대상을 고려할 때 학문으로서의 북한학이 가능할지 박 교수는 걱정이라고 했다.

연구의 질에 대한 지적은 달리보고 싶다고 했다. “중국학은 북한학과 함께 연수를 채워가고 있고, 북한학이 갖는 자료공개 등의 금기가 덜하다. 그렇다고 중국학이 북한학보다 월등히 발전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북한학이 영역을 확대하고 밀도를 높이려 했던 20년간의 연구 성과는 연구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므로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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