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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지혜 <15> 국회 세미나 ② 통상 세션
양한주 기자 | 승인 2018.04.29 21:33

 

주최=통일을 넘어 유라시아로(국회의원 연구단체) 국회입법조사처
주제=한반도 정세변화와 한미 안보·통상 현안 ② 한미통상 갈등의 주요쟁점과 대응과제
일시=2018년 4월 18일(수) 오후 2시
장소=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
사회=김영일 국회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장
발제=최병일(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허윤(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토론=정인교(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정철(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이진면(산업연구원 산업통계분석본부장)

▲ 한미통상 갈등에 대해 논의하는 국회 세미나 현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3월 26일 타결되자 두 가지 평가가 나왔다. 하나는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뤄진 불리한 협상으로 우리가 크게 얻어낸 것이 없다는 비판이다. 다른 하나는 불확실성을 해소했고, 불리한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통일을 넘어 유라시아로’와 국회입법조사처는 제2세션에서 두 가지 평가를 중심으로 한미의 통상현안을 분석했다. 발제자인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국제대학원)와 허윤 서강대 교수(국제대학원)는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최 교수는 한미통상 현안의 대부분을 미국 행정부가 제시하므로 이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특이하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 행정부의 이해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최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통상 정책을 ‘Buy American’(미국 물건을 사라), ‘Hire American’(미국인을 고용하라)으로 정리했다. 미국이 말하는 공정성도 ‘미국이 느끼기에 공정한’ 통상정책에서 기인한다.
 
최 교수에 따르면 1년 새 미국의 통상 정책은 규칙에 의한(Rule-based) 무역에서 힘에 의한(Power-based) 무역이라는 거대한 지각변동을 겪었다. 스타일과 규칙을 중시하던 미국의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자유무역은 비교우위를 통한 상호호혜를 목표로 하지만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호혜를 누리지 못했다. 이런 충격이 미국 중서부 제조업의 저임금 일자리가 없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 즉 러스트 벨트를 파고들었다.
 
“(러스트 벨트룰 중심으로) 견고한 지지층이 있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아니면 쓸 수 없는 방식으로 횡포를 부린다.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철강 25%, 알루미늄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건 힘에 의한 통상 정책의 전형이다. 문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식재산권 문제로 기조를 이어간다. 타깃은 중국이지만, 옆에 있는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

최 교수는 미국이 동맹국과의 통상문제를 다루는 방법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노멀(New Normal)이다. 전통적인 동맹의 개념을 깨고 안보와 통상을 연결된 문제로 보는 관점을 말한다. 버니 샌더스나 힐러리 클린턴 등 다른 후보도 거의 동일한 정책이었다.

한국의 대응방안은 무엇일까. 최 교수가 제안한 첫 번째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판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제조업 주심의 통상정책을 고수하기보다 서비스 수출산업을 키워 일자리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안보와 통상을 분리하는 올드 노멀(Old-Normal)을 답습하지 말자고 주문했다. 다양한 연계전략을 통해 방화벽을 높이 쌓는 일도 필요하다. 그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에는 모두 가입하고 다양한 형태의 지역 또는 복수국간 협정에 적극 참여해 완충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통상제재에 맞대응 하는 당당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가? WTO가 가장 잘 운영되는 시대에도 판결까지 2년이 걸리는 것은 물론, 상대가 이행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한국은 통상으로 먹고 사는 나라다. 좀 더 발끈해야 한다. 한국 통상절차법 20조에 통상 보복에 대한 조항이 있는데 아무도 모른다. 이제 이런 논의를 할 때가 됐다.”

허 교수는 한미 FTA에 집중했다. 먼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70년 동안 쌓아온 사회적 자본을 무너뜨리면서 다자주의에서 양자주의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놀라울 만큼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이 당황한 이유는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와 연계해서 FTA 개정협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FTA 개정협상을 독립적으로 생각했던 한국 당국자에게 충격일 수밖에 없다.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한국의 핵심은 ‘미국의 요구사항을 어느 선에서 수용할 것인가’였다.

허 교수는 정부가 “얻었다”고 말하는 항목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를 내렸다. 특히 철강쿼터 수용으로 인한 업계피해와 다자주의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면세국 지위를 확보하는 조건으로 받게 된 3년간 70%의 쿼터에 대한 내용이다.

“관세로 인해 수요량 감소가 줄어든 쿼터(30%) 이상이 될까? 쿼터가 줄어들었음을 감안하면 차라리 글로벌 관세가 나았을 거란 생각도 든다. 게다가 쿼터를 적용하는 건 WTO 협정 위반이다. 다자주의의 모범생인 한국이 쿼터 배분에 대한 전례를 제공한 게 문제다. 앞으로 미국은 다른 국가와의 협상에서 이를 기준으로 쿼터를 배분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투자자-정부 제소 제도(ISDS) 개선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그 동안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ISDS는 1건이었다. 허 교수는 이 제도가 남용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 주요 쟁점으로 다뤄진 건 국내 정치요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한국이 ‘내준 것’이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직 한국기업이 픽업트럭을 미국에 수출한 적은 없지만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15%를 차지하는 만큼 진출에 노력을 기울여 온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25%라는 높은 관세가 철폐되면 한국 기업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이 기회를 연기한 것은 기회비용 측면에서 큰 손해다.” 신약 약가제도의 개정 역시 국내 약값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와 마찬가지로 허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높게 봤다. 미국의 통상공세가 상당 기간 이어진다고 예측하는 근거다. 허 교수는 미국이 강대국만 할 수 있는 철저한 연계 공세는 물론 반복공세를 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게 통상은 안보의 병렬 또는 하위개념이다. 미국의 전략을 볼 때 한국이 이를 별개로 다루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통상을 조금 더 넓은 의미, 이를테면 방위비, 북핵, 환율로 확대해 미국이 연계할 이슈를 염두에 두고 지속적인 협상을 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첫 번째 토론자인 정인교 인하대 교수(국제통상학과)는 두 발제자와 비슷한 기조를 이어갔다. 그는 한국이 다른 나라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미국의 쿼터를 가장 먼저 수용한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빠르게 협상 타결했다는 것만으로는 결코 자랑이 될 수 없다. 중요한 건 콘텐츠다. 한국이 다자공조를 하려고 한다면 분산협상을 하면서 다른 나라의 입장까지 관심을 가졌어야 한다.”

정 교수는 안전기준 동등성 기준을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완화해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자동차의 국내 수입량이 2만5000대를 넘은 적은 없다. 그러나 정 교수는 미국에 들어간 다른 나라의 자동차가 이용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미국에는 전 세계 자동차가 들어가 있다. 미국을 통해 한국으로 수입된다고 생각하면 5만대가 아니라 50만대가 될 수 있다. 국내매출의 50%가 된다. 정부 담당자가 영향력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말하고 싶지 않은 건지 모르겠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정철 부원장과 산업연구원의 이진면 산업통계분석본부장은 한미 FTA 재협상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 부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정책이 미국입장에서는 나름대로 합리적이라고 했다. 미국관세가 전 세계에서 가장 낮고, 미국이 계속된 무역수지 적자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미국국민은 현재의 국제통상 질서나 국제법이 미국에 불리하다고 느낀다. 미국입장에서는 나름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정 부원장은 FTA 재협상에서 한국이 보여준 패기를 긍정적으로 봤다. 불리한 협상에서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한국도 폐기 카드를 쓸 수 있다고 말하는 정도의 패기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FTA가 폐기되면 두 국가 모두에게 손해임은 확실하다. 그렇기에 한미 FTA의 최대성과를 타결, 혹은 조기타결이라는 불확실성 해소 자체로 볼 수 있다. 국제통상의 핵심은 패권경쟁에 있다. 한국은 이번 기회로 미국과의 경제협력을 공고히 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잡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본부장은 이번 협상에서 한국이 가질 수밖에 없었던 불리함을 지적했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는 한국이 지속적으로 대미 무역흑자를 내며 성장한 측면이 분명히 있으므로, 트럼프 행정부가 취한 강압적 제스처에 비하면 선방한 게 아닌가 하는 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대응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철강쿼터와 관세부과의 문제는 앞으로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원칙적 합의만 했고 구체적인 문안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과 설득력 있게 소통해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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