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통일을 넘어 유라시아로(국회의원 연구단체) 국회입법조사처
주제=한반도 정세변화와 한미 안보·통상 현안 ① 한반도 정세와 한미관계
일시=2018년 4월 18일(수) 오후 2시
장소=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
사회=이내영 국회입법조사처장
발제=윤영관(서울대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
토론=김한정(더불어민주당 의원) 백승주(자유한국당 의원) 이상현(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 한반도 정세와 한미관계를 다룬 국회 세미나 현장.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통일을 넘어 유라시아로’와 국회입법조사처가 4월 18일 ‘한반도 정세변화와 한미 안보·통상 현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제 1세션은 한반도 정세와 한미관계를 다뤘다. 발제는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가 맡았다.

윤 교수는 무력충돌 위기에서 협상국면으로 전환된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가 한반도의 전쟁위기가 50%에 달한다는 보도를 한 적이 있을 정도였지만 올해 2월을 기점으로 빠르게 협상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핵실험을 거듭하며 한반도에 긴장국면을 조성했던 북한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 교수는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 압박으로 국내에 불안정한 상황이 조성되기 전에 북한이 선제적 이니셔티브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역 의존도가 47.7%에 달하는 북한은 더 이상 폐쇄경제가 아니다. 지난 1년 간 강도 높은 국제제재가 개시되면서 주요 수출품인 철광, 석탄, 수산물, 인력 수출까지 제한을 받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북한의 수출이 90%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은 -5%가 된다는 통계도 있다. 북한이 국제제재에 취약한 정치·경제 체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군사적 압박에 대해 윤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초부터 외교적 해결이 실패하면 군사력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제한적 국지타격을 언급하고 한반도 근해에 항모 전단을 배치한 일 역시 북한을 압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한국정부가 당면한 난제 중 하나로 김정은 위원장의 알 수 없는 의중을 들었다. 본심이 전략적 비핵화 결단인지, 전술적 술수인지 불확실하다는 말이다.

“전략적 비핵화 결단일 경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북한의 요구가 무엇이 될지, 예를 들면 주한미군 문제가 될 것인지, 한미동맹 문제가 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어서 윤 교수는 한미 협력이 필요한 사안을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국면, 미중 간 직접협상 국면, 무력충돌 국면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비핵화 결단이 진심이라면 한반도 전체의 안보구도가 급격하게 바뀌므로 가장 큰 문제는 합의 및 이행의 틀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은 비핵화의 대가로 안보보장, 외교관계개설, 경제지원을 요구할 것이다. 반면 미국이 주장하는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는 신고-사찰-검증-해체로 이어지는 긴 과정이다. 그런 면에서 리비아식 모델은 비현실적이라 생각한다. 각 정상이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해 포괄적 합의 후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윤 교수는 미군철수 및 한미동맹 문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군사위협이 제거되고 안보가 보장된다는 조건 하에 비핵화 할 수 있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말에 주목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15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게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는 않겠다고 발언했던 전례가 있긴 하다. 김정은 위원장도 미군철수와 동맹종결을 요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원래의 주장을 반복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한미협의를 통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윤 교수는 또 “동맹의 가치에 회의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한국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양보를 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과의 긴밀한 총력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요구수준을 낮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추가적 핵 개발은 금지하는 대신 이미 생산한 핵무기는 보유하도록 하고,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포기만 받아들이는 방안을 말한다.

“미국의 중장기적인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줄뿐만 아니라 테러리스트에게 핵 물질이 판매될 우려가 생겨 미국 본토도 위험해지는 일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국내 정치적 상황에 매몰되는 경우 아예 그러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음으로 윤 교수는 협상이 틀어졌을 때의 시나리오로 미중 간 직접협상을 들었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그동안 미중 간 직접 거래,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주장했다. 중국이 책임지고 북한 비핵화를 달성시켜하면 중국이 한반도에서 가지는 전략적 이해를 미국이 충족시켜주자는 의미다. 주한미군 철수문제도 논의될 수 있으므로 한반도의 전략적 이해가 배제되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윤 교수는 무력충돌 국면을 설명했다. 협상이 실패로 끝나면 한반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으로 회귀하므로 최선의 대안은 미소 냉전시기에서와 같은 봉쇄와 억제라고 덧붙였다. 어떠한 경우의 대북 군사적 행동도 전면전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윤 교수는 제한적 국지공격(bloody nose strike)이 두 개의 잘못된 가정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트럼프의 공격을 전면전의 시작이 아니라 국지전의 시작이라고 받아들이고, 보복이 두려워 절대 반격하지 않는다는 가정이다.

윤 교수는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두 가정이 모두 틀렸다고 주장한다. 한미 간 철저한 공조를 통해 미국의 무력행사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핵화가 남북관계 발전의 필수조건임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남북관계가 발전하려면 한반도 외부의 국제정치 현실에 존재하는 분단유지 방향으로의 원심력을 약화시키고 한반도 내부의 남북주민 간 통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구심력을 강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의 비핵화 결단 없이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토론에 나선 김한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너무 과도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바뀌면 주한미군 허용이 가능하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도 한미연합 군사 훈련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백승주 의원(자유한국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므로 리비아식 핵 폐기 모델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추구하는 모델이 파키스탄식 모델이다. 결국에는 미국이 제재를 풀고 핵 보유를 인정하는 상황을 기다린다. 정전협정, 평화협정을 바꾸는 의제에 너무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 토론자인 세종연구소의 이상현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로 나온 이유를 핵 무력의 완성이라는 자신감에서 찾았다. 핵을 쥔 북한이 엄청난 보상이나 체제안정 방안을 얻지 않으면 핵을 내려놓지 않는다는 뜻이다.

“북한은 평화협정 같은 문서적 약속이 아닌 제도적 보장을 원한다. 북한과 외부관계의 근본적 개선, 북미관계 개선과 북미수교까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은 계속해서 CVID를 통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양측 입장이 다르고 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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