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얘기했듯이 한국대학의 개강시즌에는 ‘새내기 메이크업’이라는 주제의 게시물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많이 올라온다. 화장이 입학 전에 거처야 하는 통과의례인 셈이다. 외모에 관심이 많아서 생긴 현상이라고 본다.

대만에서는 화장을 하고 학교를 가면 “오늘 소개팅 있어?”라고 묻는다. 화장은 특별한 날에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반대다. 화장을 하지 않으면 “오늘 무슨 일 있어?”라고 걱정스레 묻는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오래 생활하면서 나 역시 외출 시의 화장을 당연시한다. 화장을 하지 않고서는 학교를 가지 못한다. 서비스업 직원의 근무지침서에 따르면 맨얼굴로 근무하지 못한다. 화장법 매뉴얼도 있다.

대만에서는 이런 현상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한국인은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러 가도 화장한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화장이 필수가 되어버린 현상을 나는 나쁘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대만친구들은 내가 대만에 가기 전에 “한국에서 뭐 사갈까?”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화장품!” 이라고 대답한다. 주로 한국의 로드샵 제품을 부탁하는데 가격대비 품질이 좋고 제품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로드샵 화장품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특히 마스크 시트 팩은 다양하고 가격이 저렴해서 외국인이 한국에 놀러오면 꼭 사간다. 면세점에는 전문 매장이 있다.

나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4학년이 된 지금까지 면세점 화장품 코너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화장품이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간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안다.

면세점 출근길에 보면 외국고객이 정문에서 후문까지 줄을 선다. 직원보다도 한참 먼저 와서 기다린다. 침낭을 가져와 정문 앞에서 자는 사람도 간혹 있다. 선착순으로 나눠주는 번호표를 받기 위해서다.

이렇게 힘들게 번호표를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제품이 K-beauty의 주역이다. 한정판 상품이 나오면 면세점은 발 디딜 틈 없이 손님으로 가득 찬다. 화장을 너무 많이 하는 문화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K-beauty와 K-pop과 함께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주역이다.

 

▣ 필명리
 
대만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1995년 태어났다. 대만에서 초중고 교육과정을 마치고,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이 좋아 한국대학으로 진학했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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