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번, 그 말을 외치고 싶었다. 한국인이 내 국적과 정체성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다.

같은 아시아지만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한국인이 잘 모른다. 베트남은 베트남이 아니라 ‘며느리들의 고향’, ‘유명한 쌀국수의 나라’로 불린다. 베트남에 대해 안다는 사람도 베트남 전쟁밖에 모른다. 이러한 일은 베트남 유학생에게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베트남 여성이 한국남자와 국제결혼을 많이 하기 때문에 한국에 사는 베트남 여학생에게 오해가 생긴다. 친구가 지하철에서 겪었던 일을 소개한다.

친구가 지하철에서 베트남 책을 읽는데 옆에 앉은 아저씨가 베트남 사람이냐고 말을 걸었다. 맞는다고 하니 그 아저씨가 “결혼하러 왔느냐? 아니면 몸을 팔러 왔느냐?”고 물었다. 그런 질문을 받고 화를 안 내는 사람은 없다.

똑같은 일을 겪은 다른 친구는 “아니다. 공부하러 왔다. 명문대에서 장학금을 받고 열심히 공부한다”고 당당하게 답했다. 그 아저씨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든지 적든지 베트남 여학생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다.
         
베트남 유학생에게 상처를 주는 또 하나가 있다. 국적이다. 어디를 가든 베트남 사람이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으로 착각한다. 대학에 중국학생이 많아서 그런지 교수들이 늘 베트남 학생을 중국학생으로 잘못 본다.

베트남 이름은 일본이나 태국 이름처럼 쉽게 알아보지 못하지만 중국이름과 다르다. 신경을 쓰면 구분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교수가 알지 못한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교수가 강의를 하다가 갑자기 멈추고 중국학생들, 이해 잘 됐느냐”고 물었다. 중국학생들이 “네”라고 대답하니 강의를 계속 했다. 그때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중국사람 아닌데요. 베트남 사람인데요. 저에게도 물어보셔야죠.”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도 나의 국적을 몰라봤다. 팀 활동을 하는데 첫인사를 나눴을 때 생긴 일이었다.
 
“저희 팀에서 중국인 1명이 있는데 누구세요?” (한국학생)
“외국인 1명은 저인데 중국인은 아니에요.” (기자)
“아 죄송합니다. 수업에 중국인이 많아서. 그러면 어디서 오셨어요?”(한국학생)
“저는 베트남에서 왔어요.” (기자)

나는 화를 내지 않았지만 속상했다. 한국인이 볼 때 속상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있으나 기자에게는 민족 자존심에 달린 문제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물건을 사러 갈 때도 마찬가지다. 혼자 가면 괜찮은데 베트남 친구와 같이 가면 한국직원이 묻지 않고 바로 중국말을 한다.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명동에 갈 때 내가 중국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게 된다.
 
중국인이 나쁘다거나 중국이 싫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중국인으로 보이면 좋을 때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민족 자존심이 허락해주지 않는다. 어디 가든 국적을 유지하고 싶다. 베트남은 고향이자 자랑이니까.

베트남어를 공부하는 한국인이 많아지고 베트남으로 여행가는 한국인도 많아졌다. 한국과 베트남의 외교관계도 25주년을 기록하며 새로운 창을 열었다. 한국인이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대해 애정을 갖고, 한국에 사는 베트남 사람에 대한 인정을 가지면 더 바랄 일이 없다.

 

▣ 당 프엉 아인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에서 태어났고 자랐다. 중학생 때부터 한국음악과 드라마를 좋아해서 한국어를 독학했다. 대학을 응시할 때도 한국어학과를 선택했다. 20년 동안 부모와 떨어진 적이 없는데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용기를 내고 2016년 9월 한국에 왔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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