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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지혜 <13> 인권아카데미 & 세미나 2부
이도윤 기자 | 승인 2018.04.22 20:04

 

주관=경찰청 인권센터·이화여자대학교 젠더법학연구소
주제=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의 국내 이행방안 모색
일시=2018년 4월 11일 오후 1시 30분
장소=이화여대 법학관 405호
사회=조균석 이화여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발제=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토론=박창호(경찰청 성폭력대책과장) 장명선(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다혜(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원)

▲ 경찰청 인권센터와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가 주관한 학술세미나 현장.

경찰청 인권센터와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가 공동주관한 세미나의 2부 발제는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이 맡았다. 유엔이 정한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을 설명하고 이행방안을 논의하는 내용이었다. 이 소장은 미투 현상에 대한 소회를 먼저 밝혔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귀와 가슴을 열고 듣고 있다는 점이다. 미투, 즉 성폭력 피해를 말하는 일은 예전부터 계속됐지만, 듣는 사람이 달라졌기에 변혁이 생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반격도 만만치 않지만 사회가 이미 변했고, 이 사회를 더 변화시킬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활동한다.”

CEDAW는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의 철폐를 목적으로 하는 유엔 인권협약이다. 한국은 1984년 비준했다. 정부는 2011~2015년 7월까지의 여성정책 이행상황을 담은 제8차 보고서를 지난 2월 UN에 제출했다. CEDAW 위원회는 심의결과에 대한 최종의견을 3월 12일 발표했다.

이 소장은 NGO참가단의 일원으로 심의에 참여했다. 위원회는 성폭력을 바라보는 인식변화가 한국의 법제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강간의 성립요건으로 ‘폭력 혹은 위협의 수단’ 등의 사실에 대한 증명을 요구하는 형법 제 297조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배우자 강간을 명확하게 범죄화하라고도 했다.
 
위원회는 또 2차 피해를 낳을 가능성이 큰 사법절차를 지적했다. 명예훼손, 무고죄와 같은 역고소가 남용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 달라고 당부했다. 피해자의 성 이력을 증거로 채택하는 관행도 바로잡으라고 했다. 이 외에도 위원회는 온라인 성폭력, 북한이탈여성의 안전할 권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젠더폭력을 심의하고 조언을 제시했다.

이 소장은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뿐만 아니라 일선 경찰과 담당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이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의 권고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경찰청의 박창호 총경(성폭력대책과장)은 비동의 강간죄의 신설에 동의한다면서도, 현행법의 공백을 줄이도록 단계적인 처벌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간죄의 형량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굉장히 강한 처벌이다. 형량이 높으면 법 적용이 부담스러워서 법원에서 법 해석을 좁게 한다. 다른 처벌규정이 없어 결국 가해자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런 공백이 있기 때문에 행위의 유형에 따라 단계적으로 처벌해야 한다. 스위스도 강간죄 형량은 10년 이하로 규정하되, 가중 사유가 있는 경우 3년 이상으로 처벌하는 등 수위를 다양화하고 있다.”

2차 피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를 비난하는 행위, 또 하나는 조사하는 환경과 기법의 문제다. 박 총경은 수사에서 피해자 진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2차 피해와 맞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수사과정에서의 2차 피해는 근절보다 최소화 여부가 관건이라고 했다.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피해상황을 묻는 일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어떤 질문을 설계하고, 어떤 수위로 할지 고민하는 것이 실질적인 해법이다. 상담단계에서 경찰관이 앞으로 할 질문은 당신을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처벌을 위해서임을 설명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이화여대 장명선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미투 운동 이후 국회에서 발의한 젠더폭력 관련 개정안을 검토했다.

형법과 관련해서는 업무상 위력 등에 관한 간음죄의 형량을 상향 조정하는 안,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요건을 구체화하는 안, 동의 없는 간음의 형량을 규정하고 강화하는 안 등 14건이 제출된 상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관련해서는 16건,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서는 12건이 발의됐다.

장 교수는 개별적인 법 개정은 효과가 작다며 관련 법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미투 운동과 관련해 발의한 개정안은 내용이 비슷비슷하다. 개별적인 발의보다 형법, 성폭력특별법, 형사소송법, 민사소송법 등 여러 법에 대한 종합적이고 일괄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

장 교수는 성평등 사회를 만들려면 무엇보다 국가의 의지와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스웨덴 같은 유럽국가에서는 성평등을 국정운영기조의 하나로 강조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장다혜 연구원은 행법개정보다 형사절차와 법관의 관점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강간죄 정의를 ‘폭행 및 협박을 동반한 간음’에서 ‘동의 없는 간음’으로 바꿔도 피해자에게 입증을 요구하는 관례와 관점이 바뀌지 않으면 2차 피해가 사라지기 어렵다는 이유.

“피해자의 태도, 성 이력, 평소 성품과 행실을 정황증거로 판단하고 피해자의 행동을 검증하는 법원의 절차와 기준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비동의 강간죄가 신설돼도 피해자가 ‘동의 없음’을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판단하면 지금과 마찬가지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장 연구원은 성폭력 피해자가 명예훼손과 무고로 처벌받는 사례에 대해서도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가 능사는 아니라고 했다. 대부분의 가해자가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피해자를 고소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피해자가 폭행, 협박을 동반한 간음을 당한 일이 법적으로 진실하다고 인정돼야 무고죄 적용을 피할 수 있다. 법원이 폭행과 협박에 대한 법 해석을 좁게 하니 무고죄 적용이 남발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2부 사회를 맡은 조균석 이화여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성폭력에 관해서 형법, 성폭력특별법 등 여러 법이 산재해 있으니 이를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법이 나오길 바란다”며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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