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port for America 홈페이지.

“지역 언론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다.(The crisis in journalism has become a crisis for our democracy.)”

미국의 비영리단체 ‘Report for America’(RFA)의 홈페이지에 적힌 문구다. RFA는 능력 있는 기자를 고용해 전국의 지역 언론에 보내는 비영리단체다.
 
RFA는 지역 언론이 점점 문을 닫는 상황에 대한 위기감에서 작년 문을 열었다. 설립자인 스티븐 월드먼 씨와 찰스 세노트 씨는 지역공동체가 얻는 정보가 줄면 민주주의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설립목표를 ‘정직하고, 두려움이 없고, 공정하며 현명한 지역 언론을 통해 우리의 공동체와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일’로 정했다.
 
RFA는 기자가 부족한 지역 언론에 2022년까지 기자 1000명을 보낼 계획이다. 시범단계인 현재는 3명이 미국 버지니아주 애팔래치아에 배치됐다. 지원자 740명 중에서 9명을 더 선발해 6월 전국에 배치할 예정이다.

▲ Report for America에 대해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사.

처음 배치된 3명 중 한명인 몰리 본은 최근 6년간 ‘피츠버그포스트-가제트(Pittsburgh Post-Gazette)’에서 기자로 일했다. 고향인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취재하고 싶어서 지원했다. 지금은 인구 3000명의 윌리엄슨에 살며 웨스트버지니아 공영방송에서 일한다. 본 기자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누군가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지역에 기자를 두는 일은 중요하다. 자신과 이웃이 누군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RFA는 기자가 만든 단체다. 공동 설립자인 세노트 씨는 보스턴글로브(Boston Globe)의 중동 지국장으로 일했다. 그는 10개국 이상에서 전쟁과 반란을 취재했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분열된 사회와 어려움에 처한 민주주의에 대해 보도하는데 집중했다. 그 결과 우리도 그 속에 살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해외 특파원 양성을 위한 비영리단체 ‘Ground Truth’를 설립했다. RFA는 Ground Truth의 새로운 프로젝트다. 월드먼 씨 역시 US뉴스&월드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에서 활동한 기자이자 저명한 사업가다.

월드먼 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자들의 RFA 지원 동기가 “평화봉사단(Peace Corps)에 지원하는 이유와 같다”고 설명한다. 위기에 처한 지역 사회를 돕고, 정보를 제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임무를 수행하고자 하는 목표다.

▲ 미국의 1990~2016년 신문 산업 종사자(출처=미국 노동통계국).

미국의 기자숫자는 큰 폭으로 줄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1990년 6월 신문산업 종사자는 45만7800명으로 최고치였다. 2016년 3월에는 최저인 18만3200명이다.

지역 간의 정보격차도 문제다.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에 따르면 2014년에는 미국 기자 5명 중 1명이 뉴욕, 워싱턴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에 집중됐다. RFA가 우려하듯이, 지역 언론사의 빈자리가 정보공백을 가져오고 나아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상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이유다.

RFA 기자가 실제로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도 있다. 렉싱턴헤럴드리더(Lexington Herald-Leader)에 배치된 윌 라이트 기자는 ‘최악의 수도 시스템’이라고 명명한 켄터키 동부 마틴 카운티의 수도문제를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1월 초 추운 날씨 때문에 켄터키 동부 마틴 카운티의 수도 파이프와 펌프가 얼어붙었다. 주민은 며칠, 길게는 몇 주 동안 물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일부 주민은 수돗물에서 표백제 냄새가 난다고 주장했다. 기사가 나간 지 한 달 후, 책임자는 사퇴했고 정부는 문제해결을 위해 340만 달러를 내놨다.
 
라이트 기자는 대단한 특종을 보도하지 않았다. 이전에 제대로 취재하지 않았던 지역회의에 참석했고, 문제를 겪은 주민을 인터뷰했을 뿐이다. 편집국의 공백을 메우면 공동체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월드먼 씨와 세노트 씨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라이트 기자의 기사가 현장에 더 많은 기자가 있어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핵심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RFA는 기업과 재단, 개인의 출자로 설립됐다. 기자에게 첫 해 절반의 임금을 제공한다. 나머지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지역 언론사와 대학, 개인의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기자의 연봉은 4만 달러 수준. 기본적으로 1년간 지원하지만 다음 해까지 해당 언론사에서 일하면 RFA 지원금이 3분의 1로 줄어든다. 지역의 언론사와 투자자가 나머지 3분의 2를 분담해야 한다.
 
RFA는 특히 페이스북과 구글이 광고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신문의 환경을 파괴해 위기를 초래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구글 뉴스랩은 RFA의 초기 설립자금을 지원하고 교육을 제공했다. 페이스북은 아직까지 동참하지 않았다. 월드먼 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과 구글, 그리고 다른 기업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돈을 가지고 있으며,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RFA 설립자들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자를 동료(fellows)가 아닌 대원(corps members)이라고 부른다. RFA가 모델로 하는 비영리단체 ‘아메리코(AmeriCorps)’의 홈페이지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들의 일이 군대나 평화봉사단과 비슷한, 즉 국가를 위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올해 신청한 지역 언론은 85곳. 수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RFA가 제시한 몇 가지 기준에 따라 텍사스, 미시시피, 앨러배머, 뉴멕시코, 펜실베니아 그리고 일리노이 등에서 9개 언론사가 추가로 선정됐다.

곧 합류할 9명의 ‘대원’들은 편집국에 들어가기 전에 RFA가 제공하는 특별훈련을 받는다. 구글 뉴스랩과 유명 기자가 교육을 담당한다. 그들은 일을 하는 동안에는 1주일에 5시간 내외로 해당 지역 학생의 멘토가 되거나 공동체의 스토리텔링을 위한 이벤트를 돕는 일 같은 요구사항을 함께 수행해야 한다.

RFA는 지역 저널리즘에 비영리 부문의 지원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월드먼 씨와 세노트 씨가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 따르면, 2012년에 미국 재단들은 예술과 문화에는 21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탐사보도에는 겨우 36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들은 이 일을 하는 이유이자 RFA의 존재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저널리즘은 도서관, 박물관, 병원처럼 필수적인 것이 돼야 한다. 언론이 아닌 건강한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더 많은 기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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