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과 경남 밀양의 세종병원 화재 같은 대형 참사 이후 많은 대책이 나왔다. 정부가 국가안전관리시스템을 바꾼다고 약속했고, 재난 컨트롤타워가 격상됐다. 2월 5일부터는 정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국가안전대진단을 하는 중이다.

올해 연안여객선 특별점검에는 일반인이 국민안전감독관으로 참여한다고 해양수산부가 발표했다. 이만하면 우리는 사고로부터 안전해졌을까? 세월호 4주기를 맞아 연안여객선의 안전관리실태를 점검했다.

▲ 인천에서 덕적도까지 하루 2회 운행하는 코리아 익스프레스 카페리호.

규정대로 고박한 차량은 0대

4월 12일 오전 9시경. 인천 중구 인천항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덕적도로 향하는 코리아 익스프레스 카페리호에 올랐다. 인천항에서 출발하는 연안여객선 중 두 번째로 크다. 차도선이어서 승객 700명과 차량 30대를 한 번에 나를 수 있다.

세월호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고박(固縛)불량이었다. 선박에 싣는 화물을 배에 단단히 묶어 매지 않았다는 뜻이다. 해양안전심판원 특별조사부가 펴낸 ‘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고 특별조사 보고서’는 사고원인을 이렇게 설명한다.

“인천항 출항 당시 차량 및 화물 고박 배치도에 의한 고박기준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세월호가 초기 횡경사(배의 가장자리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됐을 때 마찰정지력이 적은 화물이나 차량들, 또는 고박장치가 불량한 화물들이 옆으로 밀리거나 전도되기 시작했다. 세월호가 더 기울어지면서 화물고박장치가 파손된 대부분의 차량이나 화물이 좌현으로 쏠리거나 전도됐다.… 화물의 이동에 의한 무게중심의 횡방향 이동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세월호는 복원력을 상실하게 됐다.”

이후 여객선의 고박기준은 강화됐다. 해양수산부는 2015년 1월 2일부터 여객선이 차량을 실을 때는 차량의 4곳 이상을 고박설비(로프)로 견고하게 고정하도록 의무화했다. 바퀴 뒤에는 고임목을 받쳐야 한다.

▲ 해양수산부가 선박안전법에 따라 고시한 ‘화물적재고박 등에 관한 기준.’

코리아 익스프레스 카페리호처럼 1시간 이상 운항하는 여객선은 이 기준의 적용대상이다. 그러나 기자가 직접 확인한 실태는 해양수산부 고시 내용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덕적도에서 인천으로 향할 때, 배에는 사다리차 1대와 포터 6대 등 화물차 7대가 실려 있었다. 포터 1대를 빼놓고는 모두 짐칸에 화물을 실었다. 산타페 1대, 스타렉스 1대, 혼다 1대 등 승객전용 차량 3대도 있었다.

적재 차량 10대 중 고박기준을 철저히 지킨 것은 한 대도 없었다. 10대 모두 두 바퀴만 래싱 밴드(고박 띠)로 매놓았다. 규정대로 고박이 네 바퀴 이상 되어 있는 차량은 없었다. 일반 승용차부터 짐을 가득 실은 트럭, 지게차까지 예외가 없었다. 배에 고정시켜 묶지 않은 바퀴 뒤에 굄목이나 쐐기 등의 미끄럼 방지장치를 하지도 않았다.

이날은 해양수산부가 연안여객선 특별점검을 실시하는 기간이었다. 해수부는 봄철을 맞아 4월 셋째 주까지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실태를 집중 점검한다고 4월 4일 밝혔다. 민간인 중에서 위촉한 국민안전감독관이 비노출 방식으로 참여해 안전수칙을 확인한다고 했다.

그러나 코리아 익스프레스 카페리호는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기자가 고박 상태를 살펴보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자 항해사는 “세월호 주간이라 민감한 시기”라며 사진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해수부나 해양수산청, 해경이 사진을 찍어 가면 문제가 커진다는 말이었다.

▲ 래싱 밴드가 두 바퀴에만 연결된 코리아 익스프레스 카페리호의 적재 차량.

해양수산부 연안해운과 장종휘 감독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코리아 익스프레스 카페리호는 명백하게 운항관리규정을 위반했다. 과태료 100만 원을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4월 셋째 주까지 안전점검 특별기간이기 때문에 적발되면 바로 처벌이 가능하다.

선사인 고려고속훼리 관계자는 4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날만 그랬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잘 하는데, 그날은 선원 한명이 휴가를 가서 그랬던 것 같다. 고박을 제대로 해야 출항을 시키는데 어제는 출항할 때 했다가 들어오면서 고박을 풀은 듯하다.”

그러나 기자가 출항 직전부터 도착 직후까지 지켜본 결과, 고박을 중간에 풀지 않았다. 출항 직전부터 도착 직후까지 제대로 된 적이 없었다.

법은 강화, 감시인력은 부족

세월호 사고 이후, 여객선 안전감독이 강화됐다. 해사안전감독관 제도가 도입됐고 운항관리자의 소속이 바뀌었다.

해사안전감독관은 해양수산부 소속 감독관으로 전국의 지방해양수산청에 파견돼 연안여객선 선사와 선박을 지도, 감독한다. 해사안전감독관의 관리‧감시는 상시로, 불시로 한다.

운항관리자 제도도 개선됐다. 출항 전 현장에 나가 선장과 함께 수화물 고박을 점검한다. 고박이 불량한 선박은 출항을 금지할 수 있다. 세월호 사고 이전에 운항관리자는 선사단체인 해운조합 소속이라 독립적이고 투명한 관리‧감독이 힘들었다.

해양수산부는 2015년 7월 운항관리자의 소속을 공공기관인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바꿨다. 또한 운항관리자 의무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위법사실이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법과 제도는 강화했지만, 감시 인력이 부족해 실질적인 관리가 되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제각각 현실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해양수산부는 여객선 안전감시를 잘 하고 싶어도 인원부족으로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객선이 승객을 태우고 내리는 기항지는 219곳이나 되지만 운항관리자는 103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해사안전감독관도 전국에 36명뿐이다. 선박안전기술공단 주종광 운항관리팀장은 “운항관리자가 부족해서 제대로 감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증원요청을 해놓은 상태여서 해수부가 기재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장종휘 감독관 또한 “항상 옆에 붙어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모든 선박을 눈 여겨 보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고려고속훼리 관계자도 “섬에서 나갈 때는 운항관리자나 해사안전감독관이 없고 선원이 스스로 점검하기 때문에 소홀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객선 연간 이용객 1690만명 시대

해양관광이 활성화되면서 연안 여객선 이용객이 계속 늘어나는 중이지만 안전관리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연안여객선 이용객은 1690만 명으로 2016년(1541만 명) 보다 약 10% 늘었다. 연안여객선 이용객이 1600만 명을 넘은 건 2013년(1606만 명) 이후 4년 만이다.

코리아 익스프레스 카페리호는 1일 2회 이상, 365일 운항한다. 1년에 적어도 25만 5500명에서 많으면 51만 1000명을 수용하는 여객선이지만 안전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셈이다.

▲ 연도별 여객선 이용객. (출처=해양수산부)

안전한 바다를 바라는 국민

여객선을 타고 휴가를 가려던 김서윤 씨(26)는 이러한 실태를 접하고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준 충격이 큰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렇게 안전불감증이 심하다는 사실에 매우 충격 받았다”고 말했다. 김선영 씨(55) 또한 “4년이 지난 아직도 무서워서 배를 못 타겠다. 국민이 마음 놓고 여객선을 타도록 해주는 게 국가의 의무 아니겠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양 안전문화가 하루아침에 정착되지 않으므로 모든 이해관계자가 책임감을 갖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해양대 이은방 교수(해양경찰학과)는 이렇게 지적했다.

“국가의 해양안전정책, 선원의 안전운항 의식과 회사의 안전경영이 삼박자를 이뤄야 한다. 국민도 팔짱만 끼지 말고 우리 모두가 해양안전 파수꾼이라는 생각을 갖고 해양안전도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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