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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큐레이션을 다시 시작합니다
전진영 기자 | 승인 2018.04.16 09:57

 

가짜뉴스 큐레이션을 다시 시작합니다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앞 바닥에는 나침반 모양의 동판이 있습니다. 'Point Zero', 일명 원점으로 불리는 동판입니다. 여기부터 파리의 거리는 킬로미터로 뻗어나갑니다. 여행자가 동판을 밟으면 다시 파리로 돌아오게 된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저희 역시 가짜뉴스의 동판을 밟은 듯 합니다. 작년 9월 이후 반년 만에 큐레이션을 재개합니다. 작년 대통령 선거 이후 가짜뉴스 생산과 유포는 점차 뜸해졌습니다. 2017년 6월 거짓정보 세 건을 끝으로 큐레이션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6개월 뒤, 다시 가짜뉴스와 거짓정보를 발견했습니다. 저희는 11건의 거짓 정보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새 동료, 새 기준
새 멤버와 함께 원점에 섰습니다. 가짜뉴스 큐레이션 제 2기는 진선민 팀장, 민소운 기자, 이우림 기자, 이우연 기자, 전진영 기자, 진민지 기자, 최수연 기자 총 7명이 참여합니다. 팀에 변화가 생긴 가장 큰 이유는 정식 기자가 되어 떠나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큐레이션 제 1기 멤버들은 대부분 현장으로 떠났습니다. 제일 먼저 서울신문에 입사한 나상현 제 1기 팀장은 어느덧 신입 후배가 생겼습니다.  MBN에 들어간 조일호 기자는 수습생활을 마치고 정식기자가 됐습니다. 이윤수 기자는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입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지숙, 문예슬 기자는 큐레이션 팀 동료에서 KBS 기자 동기로 현장에 나가게 됐습니다. 두 사람은 연수원 생활을 앞두고 새 팀원을 불러 인수인계 했습니다. 새로 꾸려진 팀은 인수인계 받은 기준을 통해 이주일 동안 가짜뉴스를 모았으며, 오프라인 회의 한번으로 기준을 재정립했습니다. 그 결과 검증 시스템의 다섯 번째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육하원칙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사실확인을 통해 검증될 수 있는가?’였습니다. 그러나 이 기준으로는 지금 도는 가짜뉴스를 검증하기 어려웠습니다. 가짜뉴스의 내용과 실제 사실을 대조하는 검증 작업이 가능한 지를 묻는 것과, 내용의 참, 거짓을 판별하는 것은 다른 문제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기수는 ‘육하원칙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확인작업을 통해 사실 혹은 거짓으로 검증되는가?'로 수정했습니다.
검증 방식은 가짜뉴스 큐레이션 1기와 동일합니다. 팀원끼리 모니터링을 담당할 플랫폼을 정하고, 수시로 확인하며 정보를 모읍니다. 검증이 어렵거나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 정보는 팀원 전원이 확인하고 의논합니다. ‘무엇을 가짜뉴스로 볼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희가 분류하는 가짜뉴스, 거짓정보, 그리고 저급뉴스는 모두 ‘가짜뉴스’로 묶여 불리는 것들입니다. 일반 언론사에서는 가짜뉴스라고 보도된 정보도 저희의 검증 시스템을 거치면 거짓정보로 판명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가짜뉴스를 저널리즘의 틀 안에서 바라보고 싶습니다. 헤드라인과 리드 유무 등 기사 형태를 기준으로, 기사 형식을 충족하지 않으면 거짓정보로 판단합니다. 큐레이션에 가짜뉴스보다 거짓정보가 더 많이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달라진 지형
대통령 탄핵과 새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작년에는 가짜뉴스 찾기가 쉬웠습니다. 특정 정치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가짜뉴스나 거짓정보가 유포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새 팀원들과 큐레이션을 진행해보니 가짜뉴스 생산지형은 달라졌습니다.
1. 정치 이슈에서 사회 이슈로
정치적 성향이 같은 집단 안에서 돌던 가짜뉴스는 이제 사회 이슈를 토대로 돌기 시작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개헌안을 발표하자, 정부가 북한의 ‘고려연방제’를 목표로 개헌안을 만들었다는 가짜뉴스와 거짓정보가 생겼습니다. 작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 집단이 북한 관련 이슈를 공유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정파성에 관계없이 여러 집단에서 같은 내용의 거짓정보가 돌았습니다. ‘미투’가 이슈일 때는 방송인 김어준 씨가 자신을 성추행했다는 글이 청와대 국민 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왔습니다. 한 네티즌의 자작극으로 끝났지만 거짓정보는 특정 정치 커뮤니티가 아니라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를 중심으로 퍼졌습니다. 2030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카페도 해당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가짜뉴스가 퍼지는 건 예전과 다른 현상입니다.
2. 자정 노력
자체적인 자정 노력도 보입니다. ‘일간베스트’, ‘박사모’ 등 정파성 강한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이달라졌습니다. 예전엔 기사 형태가 아니더라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커뮤니티 내에서 가짜뉴스나 거짓정보를 자발적으로 검열하는 내용을 담은 댓글이 늘었습니다. 출처를 묻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는 함부로 공유하지 말자고 합니다. 가짜뉴스 단속에 대한 경각심이 생긴 것 같습니다.
3. 텍스트에서 비디오로
텍스트 뿐만 아니라 영상도 새 큐레이션 팀의 모니터링 대상입니다. 가짜뉴스와 거짓정보가 특정 유튜브 채널에서 발견되는 횟수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채널들은 일본 극우 신문 ‘석간 후지’ 등 정파성이 강한 자료를 토대로 뉴스를 업로드합니다. 구독자 수는 만 명이 기본이며, 오만 명이 넘어가는 곳도 있습니다. 하루 업로드 되는 게시물 수도 2건에서 30건까지 다양합니다. 문제는 채널 소유자 아이디, 영상에 등장하는 이메일이 다른 온라인 매체에서 기자 바이라인으로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정파성이 강한 저급뉴스를 업로드하는 매체입니다. 관계가 있다고 추측하지만, 더 지켜보겠습니다.
4. 뉴스에서 지라시로
작년에는 완벽하게 가짜뉴스로 분류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았습니다. 기사 헤드라인처럼 보이는 제목을 갖췄거나, 아예 ‘속보’라는 말머리가 붙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큐레이션에서는 뉴스 형식을 갖춘 정보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대부분이 지라시 형태였습니다. 물론 CNN, 해외 특파원 등 내용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익명 취재원을 사용하는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합니다. 그러나 뉴스처럼 보이게 포장하는 노력은 시들해졌습니다.

다시, 원점
다시, 원점입니다. 큰 사건엔 가짜뉴스가 뒤따릅니다. 그 뒤에 단속과 규제가 따라붙습니다. 개헌, 지방선거, 미투 등 대한민국에서 이슈가 터질 때마다 SNS에서 가짜뉴스와 거짓정보를 발견했습니다. 외국도 마찬가집니다.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럽연합은 다시 가짜뉴스 단속을 선언했습니다. 말레이시아 하원은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를 유포할 경우 최고 6년 실형을 선고하는 법을 제정했습니다. 대한민국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작년 대통령 선거와 마찬가지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허위정보를 단속하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모니터링에 나섰습니다. 가짜뉴스의 등장과 단속. 상황은 작년과 비슷합니다. 포부는 그대로입니다. 저널리즘은 좋은 정보를 주는 것에서 나아가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일에도 힘써야 합니다. 사실에 예민하게 반응하겠습니다. 제대로 검증하겠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의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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