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음악 3곡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 곡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한 곡은 헤비메탈그룹 스콜피언즈의 록 발라드 ‘STILL LOVING YOU’, 그리고 나머지 한 곡은 포크 가수 김광석의 ‘그날들’이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같은 음악 소비자에게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하나다. 음악을 들을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어폰으로는 이 곡들의 제 맛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이어폰이 연주에 담긴 모든 악기 소리를 다 재생하지 못해 일부 악기의 소리만 제대로 들리기 때문이다.

교향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도입부 첫 5마디에는 5가지 악기가 사용된다. 콘트라베이스와 파이프 오르간, 더블 바순, 베이스 드럼처럼 아주 낮은 저음까지 낼 수 있는 악기 4종과 트럼펫이다. 이 중 트럼펫을 제외한 나머지 악기 4종의 연주가 첫 4마디 동안 이어지다가 다섯 번째 마디에서 트럼펫이 멜로디 연주를 시작한다.

그러나 도입부 첫 4마디를 이어폰으로 들으면 콘트라베이스 소리 한가지 밖에 들리지 않는다. 파이프 오르간과 더블 바순, 베이스 드럼 등 3가지 악기 소리는 아예 들리지 않는다. 콘트라베이스 소리도 그것이 콘트라베이스 소리인지, 첼로 소리인지 알기 어렵다.

▲ 파이프 오르간(왼쪽)과 콘트라베이스.

스콜피언즈의 ‘STILL LOVING YOU’도 마찬가지다. 이어폰으로 가수의 목소리와 기타의 간주, 드럼과 심벌즈 소리는 들을 수 있지만, 베이스 기타의 저음이나 킥 드럼의 낮고 묵직한 소리는 온전하게 듣기 어렵다. 홈시어터에서 서브 우퍼 스피커(저음 보강용 스피커)를 끄고 듣는 것과 비슷한 소리가 난다.

김광석의 ‘그날들’ 역시 이어폰으로는 곡 전반에 걸쳐 나지막하게 깔리는 신디사이저의 저음을 거의 들을 수 없다. 김광석의 노래와 기타의 반주 같은 고역과 중역, 중저역의 소리만 들릴 뿐이다.

이런 음악 듣기는 엄밀하게 말해 음악 듣기가 아니다. 음악의 ‘일부’ 듣기나 ‘멜로디’ 듣기일 뿐이다. 저음의 역할이 중요한 곡일수록 더 그렇다.

이야기가 실감나도록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 음료에 비유하면 이렇다. 카라멜 마키아토는 에스프레소와 우유, 카라멜 시럽, 그리고 물 온도의 절묘한 조화가 맛의 비결이다. 네 요소 중 어느 하나가 없거나 조화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맛이 좋지 않다. 제 맛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중 우유나 카라멜 시럽을 아예 넣지 않고 먹는다면 어떨까?

파이프 오르간은 현존하는 악기 중 가장 낮은 음을 낼 수 있는 악기다.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 중 가장 낮은 20 헤르츠의 소리까지 낸다. 더블 바순은 25 헤르츠, 콘트라베이스는 약 39 헤르츠, 베이스 드럼은 50 헤르츠까지의 저음을 낸다.

이렇게 인간의 가청 주파수 한계나 그 근처까지 내려가는 낮은 저음을 제대로 잘 재생하려면 우퍼(woofer)라는, 구경이 어느 정도 큰 스피커가 필요하다. 이어폰에 들어있는 소구경의 마이크로 스피커로는 재생하기 어렵다. 큰 북에서 낮은 음이 나고, 작은 북에서 높은 음이 나는 것과 이치가 같다.

▲ JBL S101 우퍼(왼쪽)는 JBL이 창립 40주년 기념으로 제작했다. 저음을 더 잘 재생하도록 지름을 12인치로 키웠다. 스마트폰에 연결해 사용하는 일반 이어폰은 크기가 1인치도 안 된다.

그동안 이어폰으로만 음악을 들어왔다면, 구경이 큰 스피커로 한번 들어보라. 많이 들어서 멜로디는 물론 반주까지 잘 아는 곡으로 비교해서 들어보면 스피커 크기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다.

꼭 비싼 제품이 아니어도 좋다. 이어폰보다는 헤드폰이, 헤드폰보다는 구경이 더 큰 스피커가 좋다. 스피커를 구경이 큰 제품으로 바꾸면 신세계가 열릴 수 있다. 게다가 이어폰 사용자에게 나타날 위험이 있는 소음성 난청을 예방하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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