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유네스코한국회원회‧경기 남양주시
후원=교육부
일시=2018년 4월 6일(금) 오후 1시
장소=그랜드워커힐 서울
발제=김상준(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 이정우(경북대 명예교수) 앤더스 칼슨(런던대 한국학 교수) 한경구(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이숙인(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
토론=김문식(단국대 사학과 교수) 고갑희(한신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이성훈(한국인권재단 상임이사)


다산 정약용 해배 20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의 세 번째 세션은 ‘포용적 성장의 길’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김상준 경희대 교수가 ‘후기 근대와 다산’이라는 주제로 첫 발제를 시작했다. 김 교수는 근대화를 서구주도의 산물로 보며 동아시아를 낙후했다고 보는 역사관이 잘못됐다고 했다. 중국과 조선이 몰락하고 서구가 근대화를 주도했지만, 전에는 동등했다는 말이다.

동아시아 경제가 괄목할 만하게 성장한 원인을 탐구하기 위해 김 교수는 다산 당대의 동아시아 경제체제(유교 소농체제)에 주목했다. 특징으로는 세 가지를 꼽았다. 외적팽창보다 내부조밀화에 집중, 낮은 에너지 소비와 높은 일자리 창출형 경제, 교육과 인적 자원을 중시하는 근면 혁명(industrious revolution).

김 교수는 동아시아 경제의 부흥원인을 자본자유화와 기술혁신으로 대표되는 구미의 성장 방식과 동아시아의 전통적 경제성장 방식의 결합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융합경제가 오늘날 세계경제에 지속가능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다산의 경제사상이 유교의 애민정신을 근간으로 하는 실천론이라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다산은 정전제 및 환곡제도 정상화를 제언했다. 다산의 경제사상이 오늘날 조세정의, 사회보장, 기본소득 논의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 경제세션의 모습. 왼쪽부터 김상준, 이정우, 앤더스 칼슨 교수.

두 번째로 이정우 경북대 교수가 ‘다산 토지개혁론’을 발표하면서 농민 빈궁, 토지 사유화 확대, 관리의 농간 및 횡령이 개혁론의 배경이라고 했다. 전에도 문제를 타파하기 위한 토지 개혁론이 있었지만 다산은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다. 이 교수는 초기 개혁론에 해당하는 여전제, 후기 개혁론에 해당하는 정전제로 정약용의 토지개혁론을 나눴다.

여전제는 30 내외의 가구가 여(呂)를 이루며 노동량을 기록하는 토지제도다. 수확량 중 세금 등을 차감한 나머지를 노동량에 비례하여 분배했다. 국방에도 활용해 병농일치를 추구하고, 농민의 자유이동을 허용해 생산성 평준화를 꾀했다.

근대적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실패한 사회주의 집단농업의 흔적이 보이고, 토지 공유제로의 전환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이 없는 점을 이 교수는 한계로 짚었다.

정전제는 일정 면적의 농지를 9분할하고 8개의 사전(私田)에 속한 농민이 1개의 공전(公田)을 우선적으로 농사짓고 9분의 1을 납부하는 제도다. 이 교수는 여전제에서 토지소유 정의실현이 요원해 선행목표로 조세정의 실현을 추구했으리라 짐작했다.

정전제는 중간착취를 근절하는 면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지주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고민이 부재했고, 공전확보를 위한 재정마련 방안이 부족했다.

이 교수는 다산에게서 부당한 권력에의 분노, 애민정신, 그리고 국가재정 확충으로 경제위기를 타개하려던 의도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당대의 여러 이론 중 다산의 토지개혁론의 완성도가 높다면서 오늘날 한국의 토지 문제에는 어떤 대안을 제시하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으로 런던대의 앤더스 칼슨 교수가 ‘복지 국가를 보는 다산의 관점’을 설명했다. 그는 신자유주의 도입으로 사회약자를 보호하려는 복지국가 정신이 21세기에 약해졌다고 지적하면서 복지국가의 길을 조선의 구호정책과 다산의 관점에서 모색하고자 했다.

칼슨 교수는 조선에 당대로서는 비교적 정교한 복지제도가 존재했다고 말했다. 수령에게도 백성을 잘 돌보도록 했지만 대개는 성과달성에 집중하는 모습을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비판했다.

애민이라는 용어가 오늘날 정치에서 무의미하다고 칼슨 교수는 주장했다. 이를 도입하려면 사랑 받을 자격을 갖출 의무를 국민에게 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민정신을 강조하기만 해서는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오기 힘드므로 다산이 제언한 보완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칼슨 교수는 ‘목민심서’에서 고아 구제와 흉작기 면세 논의를 가져왔다. 조선에는 두 가지를 다룬 법제가 존재했지만 고아 노비화에서 비롯한 갈등이나 면세를 위한 평가기준의 모호성 때문에 문제가 있었다. 다산이 여러 방책을 제안했지만 현실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 사회세션에서 발제자 및 패널이 토론을 하고 있다.

마지막인 사회세션의 주제는 ‘인권 보장의 길’이었다. 한경구 서울대 교수가 첫 발제를 맡았는데 인권과 문화상대주의를 활용해 다산의 인간관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인권개념의 보편성이다. 유교는 중국에서 기원했지만, 다산은 보편적인 사상으로 이해하고 종주국인 중국을 비판했다. 한 교수는 이 태도를 오늘날에 적용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주창하는 서구가치를 수용해도 부정적인 부분은 배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집단문화에의 권리다. 다산은 보편이라는 이름으로 주어지더라도 바람직하지 않다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우리 삶의 방식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 인권담론에서 중요한 문화다양성 및 집단 문화에의 권리와 일맥상통한다.
 
마지막은 인권을 말하는 다산의 모순이다. 다산은 시대를 앞선 주장을 하면서도 노비제 강화 등 전근대적 주장을 했다. 한 교수는 이를 ‘방법으로서의 문화 상대주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산이 성장한 맥락이 아니라 현대의 관점에서 평가하면 부당하다는 얘기다.

서울대 규장각의 이숙인 연구원은 ‘다산 여성인식의 이중구조 및 한계와 전망’을 다뤘다. 연구원은 남존여비와 여필종부로 대표되는 당대 관념에서 다산이 자유롭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다산은 당대 관습인 과부개가 금지와 열녀미화의 면에서는 진보적인 축에 속했다. 과부개가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기보다 은근히 유도하는 편을 권장했다. 이때문에 열녀선양 글을 쓰지 않았다. 체제를 부정하기보다 보완하려 했다.

친분 있는 여성을 말한 기록에서는 여성관의 일부가 보인다. 부친을 20년 모신 서모에게 정감어린 표현을 썼는데, 여성을 생각할 때 신분은 개의치 않았다는 뜻이다. 또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아내에 대한 섬세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발표가 끝나자 토론이 이어졌다. 김문식 단국대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고갑희 한신대 교수와 이성훈 한국인권재단 상임이사가 패널로 참가했다.

고 교수는 조선사회 유지에 여성과 노비의 노동이 많이 기여했는데, 자본주의 사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여성이 노동을 노동으로 인식하지 않고 열심히 일했기에 사회가 유지됐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 사회는 가부장 체제이며, 이 연구원이 제시한 ‘체제의 보완’에서 말하는 체제에는 가부장 체제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여성의 문제는 항상 체제문제와 연계돼 다산의 여성관이 체제 지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상임이사는 세계시민교육에 있는 시민이라는 용어가 기본적으로 서구에서 나왔다면서 지역특성에 맞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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