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한국기자협회·한국언론학회·삼성언론재단
주제=외국인 교수가 본 한국 언론
일시=2018년 3월 22일(목) 오후 7시
장소=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
사회=조성경 명지대 교수(교양학)
발표=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경희대 국제대학 교수·지구경영원 원장) 알파고 시나씨(터키 자만아메리카 기자)
토론=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이전엔 대한민국에 대해서 긍정적, 낙관적으로만 바라봤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국적을 얻게 되면서 마냥 편하게 방관할 수만은 없게 됐다. 이제는 위기감을 갖고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10년 넘게 살았다. 한국이름은 이만열. 지난해 집필한 ‘한국인만 몰랐던 더 큰 대한민국’에서 탄핵 이후 대한민국의 과제와 비전을 제시했다.

▲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가 발표하는 모습.

그는 한국 신문을 통해서는 북핵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알 수 없다고 했다. 복제 저널리즘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정치나 행정과 관련하여 똑같은 기사가 20~30개 나온다는 말이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법안이나 정책을 한국 언론이 체계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국회와 관련해 재미있는 사건만 소개할 뿐 입법과정을 다루는 콘텐츠는 부족하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많은 신문은 전문가 해석만 다룬다. 시민이 신문을 읽고 판단하고 해석할 기회를 줘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와도 관계가 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유명인, 정치인 관련 선정적 내용, 이미지, 감동이나 일화 중심이라는 뜻이다. 대중이 스스로 분석능력을 체화하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한데도 사안의 인과관계를 충분하게 설명해야 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언론의 탐사보도(investigative journalism)가 부족하다는 점을 또 하나의 문제로 꼽았다. 국내서 볼 수 없는 기사를 외신이 만드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사드 문제의 경우, 유명 싱크탱크 전문가 인터뷰에 비해 기술 관련 전문가의 인터뷰는 부족했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역사의식의 부족을 지적했다. 현대 한국 정치를 다룰 때, 역사나 제도적 변천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난 50년간의 정당 역사나 100년 전 외교상황 등 현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을 활용해야 한다고 그는 제안했다.

터키 자만아메리카의 알파고 시나씨 기자는 외신기자로 한국에서 8년째 근무하는 중이다. 많은 한국 기자와 교류했는데 잦은 부서 이동에서 한국 언론의 특징과 문제를 찾았다.

▲ 알파고 시나씨 기자가 발표하는 모습.

“터키에서는 기자를 채용할 때 어떤 부서에 가고 싶은지 먼저 물어본다. 그리고 기자들은 거의 퇴직 전까지 한 부서에 꾸준히 남는다. 특히 국제부와 경제부가 그렇다. 정치부의 경우는 기사의 중립성을 위해 당별로 자리이동을 하기도 한다.”

터키의 경우 특파원으로 해외를 가려면 관련부서에서 1~2년 일을 해야 한다. 한국기자는 사회부에 있다가도 특파원으로 발령받으면 갑자기 떠나는 식이다. 미국, 중국, 일본을 제외한 나라는 준비 없이 그냥 가므로 현지정세를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린다.

“한국 언론의 국제면 기사는 대부분 외신기사를 번역하는 수준이다. 현장엔 못 가더라도 그 나라의 영자신문을 참조하면 되는데, 그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

이어서 시나씨 기자는 기사의 중립성과 민족주의에 대해 언급했다. 한국 언론은 ‘우리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터키 언론은 ‘터키공화국의 군’이라고 쓴다며 중립성과 민족주의를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채인택 국제전문기자는 토론에서 미디어의 국제화가 너무나 떨어진다고 했다. 연합뉴스는 특별법에 의해 연간 300억 이상의 지원을 받지만 인구 1억 1000만 명의 필리핀에는 특파원이 없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마찬가지다. 유럽 담당 기자가 포루투갈 서쪽 끝 대서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담당한다. 국제부에는 스페인어와 아랍어를 하는 사람이 없다. 터키어를 하는 사람은 당연히 없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