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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지키기 캠페인 ③ 자살률 낮추는 서초구
이희령 기자 | 승인 2018.03.26 00:30

 

서울에서 자살률이 가장 낮은 자치구는 서초구다.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를 말한다. 서초구 자살률은 2014년 15.3명, 2015년 15.2명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가장 낮았다. 서울 평균은 2014년 30.5명, 2015년 30.6명이었다.

▲ 서울 서초구와 강북구 자살률.

서초구의 2016년 자살률(17.3명)은 광진구(15.6명)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이처럼 서초구는 몇 년 동안 최저 수준의 자살률을 유지했다.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2월 8일 서초구로 향했다. 담당자는 서초구보건소의 김영인 마음건강팀장이었다.

비결은 그물망 같은 협력체계

“구청은 구청의 일만 하고, 보건소는 보건소의 일만 하는 경우가 많다. 두 영역이 연결되지 않고 따로 논다. 하지만 서초구는 보건, 복지 부분의 협업이 잘 된다. 자살예방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 부서에만 맡겨두지 않는다.”

김 팀장은 서초구청과 보건소가 함께 일하는 분위기 덕분에 자살예방 사업을 원활히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서초구보건소는 지역 곳곳에 건강 체험관을 열고 정신건강 선별검진사업을 진행한다. 주민센터, 복지관, 경로당, 아파트 단지, 공원을 찾아가는 식이다. 검진을 직접 하니까 우울군이나 정신질환 전 단계를 파악하는 데 효과적이다.

지난해에는 구민 3000여 명이 검진을 받았는데, 그중 20~30%가 우울군으로 나타났다. 보건소는 이들을 병원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결하고 계속해서 관리한다.

▲ 서울 서초구 보건소의 김영인 팀장.

경찰청에 따르면, 서초구민의 자살원인 중 정신과적 문제로 인한 사례가 25.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때문에 서초구는 자살을 줄이기 위해 정신과 질환의 예방과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되는 배경 중 하나는 병원과의 협력체계다. 서초구보건소는 지역병원 9곳과 연계돼 있다. 선별 검진을 통해 발견된 우울군은 병원에서 3회 정도 상담을 받도록 안내한다.
 
“병원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결하려고 하면 대부분은 마음이 잠깐 우울할 뿐이라며 거절한다. 그중에서 거절하지 않는 분은 전문상담을 받도록 한다.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도 계속 진행한다. 다른 구에 비해서 질환 전의 단계에 대한 관리가 잘 되는 것 같다.”

구청, 보건소, 병원만 자살예방에 힘쓰는 건 아니다. 서초구 자살예방사업의 또 다른 축은 ‘자살예방지킴이’ 동아리다. 지역사회에 생명존중 문화가 정착하려면 구민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2013년 시작했다. 동네에 오래 사는 구민이 많은 지역특성을 살렸다.

서초구는 미국, 일본, 호주의 ‘게이트키퍼(gatekeeper)’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자살예방지킴이를 2013년부터 양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숫자가 많아지면서 관리가 체계적으로 되지 않았고, 활동이 지지부진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역별 동아리를 편성했다. 2016년부터 활동지역에 따라 자살예방지킴이 조직을 6개로 나눴다. 동아리마다 리더를 세우고,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활동하도록 재정과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덕분에 자살예방지킴이 활동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금은 양재내곡권 26명, 서초권 21명, 방배권 16명, 반포잠원권 16명 등 두 79명이 활동한다. 2017년 이들이 찾아낸 우울군과 자살 고위험군은 294명에 이른다. 외로운 독거노인, 가족이 없는 구민에게 꾸준히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마음이음 콜’ 활동도 동아리의 몫이다.

서초구는 ‘희망 판매소’ 사업도 도입했다. 슈퍼마켓, 마트, 철물점 등 번개탄 판매업소를 대상으로 한다. 이곳에서는 번개탄을 매장 안이 아니라 판매대 뒤에 둔다. 소비자는 번개탄을 구입할 때, 판매자에게 직접 요청해야 한다. 종업원은 이유를 묻고 자살사고가 의심되면 예방 서비스를 안내한다.

올해는 학생에 집중할 예정

“사업을 열심히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전체 구민을 대상으로 행사를 하는데 활동에 참여하려고 모이는 분은 대부분 50~60대다. 자살예방지킴이 동아리도 마찬가지다. 젊은 분은 낮에 참여하기 어렵다. 연령대별로 다양하게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다.”

고민 끝에 서초구는 활동범위를 학생과 학부모에게까지 넓히기로 했다. 청소년 동아리를 모집하고 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 직접 찾아가 교육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김영인 팀장은 서초구 자살률이 17.3명으로 낮지만 만족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1월 발표한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으로 OECD 평균 자살률은 10만 명당 12.1명이다.

서초구가 우려하는 또 하나의 변수는 ‘우울감 경험률’이다. 최근 1년 동안 2주 이상 연속적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슬픔이나 절망감을 느낀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자살 등의 문제로 이어지는 위험요소.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서초구민의 우울감 경험률은 △2013년 7.9% △2014년 10% △2015년 9.3% △2016년 8.5%로 서울평균(7% 정도)보다 높다.

▲ 서울 서초구의 우울감 경험률.

서초구는 재작년까지 서울 자치구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낮았지만 2016년에 조금 증가했다.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다. 김 팀장은 이런 때일수록 한 명이라도 제대로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이 다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주변을 돌아보고, 조금 멀리 내다본다면 가까이에 따뜻한 손길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거다. 분명히 다른 해결책도 있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연락 주시면 우리가 찾아가서 상담도 해드리고 같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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