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선 씨(28)는 작년 11월 별이와 함께 2박 3일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비행기를 탈 때는 별이를 케이지에 넣었다. “작년 여름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났는데, 반려견 별이와도 함께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별이가 기내에서 조용히 있어서 강아지가 탄 줄 아무도 모를 정도였다고 한다. 제주도에서는 개를 데리고 객실에 들어갈 수 있는 펜션을 이용해 같은 방에서 지냈다. 사람 침대 옆에 강아지 침대가 있고, 식기나 패드까지 마련돼 어려움이 없었다.
 
사전조사를 철저히 해서 함께 들어갈 수 없는 장소는 피했다. 유채꽃프라자, 갯깍 주상절리대, 협재 해수욕장, 새별 오름과 같은 야외 뿐 아니라 더 리트리브 카페나 간이 옥돔역 같은 실내 장소에서도 함께 했다.

김 씨는 가장 많은 사진을 남긴 새별 오름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곳에선 강아지와 함께 여행 온 다른 가족을 많이 만났다. 김 씨는 “매년 별이와 함께 여행을 할 계획이다”고 했다.
 
여행업계, 반려견 동반여행 서비스 확대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작년 7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점으로 ‘여행하기가 힘들다’는 대답이 44.2%로 가장 많았다. 이런 대답은 1~2인 가구에서, 연령대별로는 29세 이하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혼자 사는 젊은이나 신혼부부 중 동반여행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두고 불편한 마음으로 여행하기보다는 함께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는 중이다. 이런 여행객을 겨냥해 항공·호텔 등 여행업계에서도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한항공을 지난해 이용한 승객 중 반려동물 동반객은 2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50% 늘었다. 반려동물을 동반하면 스탬프를 적립해주는 마일리지 제도(스카이 펫츠)는 작년 5월 26일부터 운영한다. 마일리지는 반려동물 운송요금 할인 또는 무료운송에 사용할 수 있다.

▲ 스카이 펫츠 세부내용(자료: 대한항공 홈페이지).

기내에 동반할 경우 케이지 포함한 무게를 5kg 이내로 제한하지만, 수하물로 보낼 때는 반려동물과 운송용기의 합을 32kg 이하로 했다가 작년부터 일부 국가에 한해 45kg까지 늘려 고객층을 넓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당신의 반려견이 떠나야 할 이유’라는 주제로 여행사진 업로드 이벤트를 진행한다. 작년에는 당첨자가 떠날 수 있는 국제선 왕복 항공권을, 올해는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입장권을 경품으로 줬다.
 
아시아나항공은 반려동물 동반승객이 늘어나자 작년 9월 1일부터 기내에 함께 탑승할 수 있는 반려동물 무게를 7㎏(운송용기 포함)으로 상향 조정했다. 저가항공인 진에어·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도 국내선에선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있다.

2016년 12월 설립한 (주)펫츠고트래블은 국내 최초의 반려동물 전문 여행사. 작년 11월부터 반려견 동반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예방접종을 마친 6개월 이상의 개만 가능하다. 여행 시 펫 가이더가 동반한다. 전세버스에는 반려동물 좌석을 반려인 옆에 마련했고 애견용 침대나 배변 패드도 준비했다.

작년 12월 31일 해돋이 여행상품을 제공했는데, 20팀 모집에 60팀이 신청할 정도로 큰 호응이 있었다. 70%는 반려인 혼자 반려견과 참석했고, 20%는 친구나 연인과 함께 반려견을 데리고 온 경우다. 현재는 버스를 이용한 국내여행만 가능한데, 앞으로는 제주도나 해외로 가는 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펫츠고 이태규 대표는 “고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반려동물과 함께 하고 싶어 이용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고 했다. 최근에는 개 동호회나 단체에서 야유회나 여행상품 요청이 들어와 봄부터 단체손님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반려견 환영” 숙박업소 속속 등장

서울 강남구에 있는 호텔 카푸치노는 강아지와 동반 입실이 가능한 바크룸(Bark Room)을 따로 운영한다. 반려인 사이에서는 강아지와 동반할 수 있는 호텔로 소문났다. 주 고객층은 20~30대 여성이다. 개를 위한 호텔 룸서비스도 마련했다.

오세범 마케팅 팀장은 “바크룸을 이용하는 고객의 반려견이 생일을 맞으면 케이크를 제공한다”고 했다. 숙박업소를 찾아주는 서비스 ‘여기어때’가 뽑은 25군데의 ‘반려동물 동반 추천 숙소’ 중 호텔부문에 선정됐다.
 
작년 9월 창업한 ‘티캣츠(TCATS)’는 220개국의 숙소 160만 곳에서 반려동물과 동반할 수 있는 곳을 찾아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부킹닷컴(Booking.com)과 제휴를 맺고 반려동물을 데려 온 고객에게 5% 페이백을 해준다. 홈페이지 방문객의 검색어 중에서 60% 이상이 ‘애견 동반 펜션’이나 ‘애견 동반 호텔’이다.

▲ 기내용 반려견 케이지에 들어간 반려견 구름이(이솔샘 씨 제공).

이솔샘 씨(29)는 반려견 구름이와 여행을 자주 다닌다. 대한항공 트래블 매거진에 반려견과 함께 간 여행 칼럼을 정기적으로 게재한다. 부산·경북 포항·충남 대천·강원 강릉·제주도 같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여행도 시작했다. 작년 10월에는 일본 오키나와에 다녀왔다.

국내여행과 일본여행의 차이에 대해 묻자 이 씨는 가장 먼저 갈 수 있는 장소의 범위를 꼽았다. “일본에서 여행할 때는 우리나라보다 다양한 장소에 갈 수 있었어요. 국내 여행을 할 땐 반려견 입장이 가능한 곳이 적어 정해진 곳만 가게 돼요.”

수의사 최윤정 씨(26)는 “여행을 갈 때, 반려동물이 심리적으로 안정되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이 익숙하지 않고 활동이 제한된 곳에 장시간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또 잃어버릴 경우를 대비해 이름과 연락처를 목줄에 달아놓거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진을 미리 찍어놓으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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